[해외]세계의 고성장 기업을 찾아 ①SAP/ERP시스템시장 세계 최강자
[해외]세계의 고성장 기업을 찾아 ①SAP/ERP시스템시장 세계 최강자
베트남전의 참화가 절정에 달하고 뮌헨올림픽이 이스라엘 선수들에 대한 테러로 피로 얼룩진 1972년 4월1일. IBM 출신의 독일 젊은이 5명이 만하임에 모여 소프트웨어회사를 설립한다. 자본이라야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당시로서는 이상에 가까운 아이디어뿐. 이들의 꿈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표준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74년 이들은 첫 표준제품인 RF 시스템을 내놓는다. 이듬해 마침내 어플리케이션 통합에 성공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내부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범용으로 패키지화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실연해 보인 것이다. 기업 통합 솔루션(경영해법)의 길은 이렇게 열렸다. 전사적 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s Planning)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세계 4위에 올라 있는 독일의 독립 소프트웨어 회사 SAP(Systems, Applications and Products in Data Processing) 얘기다. SAP는 업종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정밀하게 분석, 표준화된 패키지를 만들어 냈다. 이 패키지만 있으면 선도기업들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어 SAP 제품의 인기는 치솟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24억여 달러. 전년도보다 38.1% 신장됐다. 순이익은 3억6천5백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40.2% 늘었다. 최근 4년 동안의 연평균 순이익신장률은 48.0%나 된다.
연평균 순익신장률 48% 올해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9월 말까지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세전이익은 64%가 늘었다. 전세계 85개국의 7천5백여 기업을 고객으로 삼고 있고 유럽의 소프트웨어 회사로는 매출액이 가장 많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세계 10대 기업 중 여섯 회사가 SAP 제품을 쓰고 있을 정도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신데렐라’ SAP의 이야기엔 요정과 마술지팡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SAP는 자기 힘으로 왕자님(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SAP는 80년대 말 클라이언트 서버에 집중적으로 투자,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 당시 많은 회사들이 클라이언트 서버 기술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SAP측은 신념을 가지고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시장변화에 대한 이같은 통찰은 SAP에 클라이언트 서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안겨 주었다. 80년대 들어서는 증축계획이 회사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할 만큼 성장이 빨랐다. 88년엔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의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다. 95년엔 해외 자회사인 SAP 아메리카의 매출액이 독일시장의 매출규모를 앞질렀다. 그해 10월 포천지는 “SAP가 몰려오고 있다”며 이 ‘점령군’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SAP는 98년 3분기를 목표로 미국에서의 상장을 추진중이다.
매출의 75% 해외서, 내년 미증시 상장 SAP의 간판제품은 R/3시스템. 기존의 R/2가 메인 프레임에서 가동되는 대규모 집합형이라면 R/3는 서버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중규모의 분산형이다. R/3의 성공에 대해 SAP측은 R/3 도입이 투자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판매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SAP 성장의 동인은 무엇보다 부단한 기술혁신이다. SAP측은 가장 큰 장애는 그 시대 컴퓨터 능력의 한계였다고 밝힌다. 70년대 말 이후 SAP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하드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며 새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SAP엔 새 버전을 2년 주기로 내놓는다는 내부방침이 있다. SAP는 매출액의 평균 20% 이상을 연구개발(R&D)비로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엔 약 4억 달러를 썼다. R&D 인력은 약 2천5백명, 전직원의 20%에 달한다. 이 분야에선 가장 많은 수. 마케팅 능력도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P는 비즈니스 컨설팅이라는 판매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SAP 제품을 설치하게 되면 앤더슨 컨설팅, 쿠퍼스 라이브랜드 등 세계 유수의 회계경영 컨설팅회사들이 달려 들어 현지의 컨설팅 회사들과 함께 이를 지원한다. SAP의 직판부서는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을 상대하고 중소기업들은 협력관계에 있는 회사들을 통해 영업활동을 벌인다. 이같은 전략으로 SAP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제품뿐 아니라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SAP 동북아지역 책임자인 샘 나카네는 “SAP가 추구하는 것은 도입업체와 SAP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 전략”이라고 밝힌다.
“종업원은 회사의 중심” SAP엔 종업원이 회사의 중심이라는 철학이 있다. 8명의 이사들 말고는 직급도 없다. 발도르프 본사서 일하는 4천여명의 직원들은 직책이 다를 뿐 직급은 모두 같다. 출퇴근시간은 물론 근무부서도 스스로 정한다. 모든 정보는 전직원이 공유한다.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목표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요청할 때만 돕죠.” 헬무트 길버트 인력개발담당부장의 말이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회사와 연관된 사업을 시작하면 종자돈까지 지원한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은 1만2천명. 지난해 독일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근무환경에 만족하고 있다. 매월 1천5백명 가량이 취업신청을 하는 반면 이직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종업원을 중시하는 이같은 경영철학이 고성장·고수익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올 초 BMW·볼보·SAP 등 독일의 1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종업원 중심의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주식투자수익률(시세차익과 배당) 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종업원 중심이냐 아니냐는 교육투자비, 일시 해고자 관리 등 전통적인 인력정책과 성과급·팀제 등 종업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의 도입여부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종업원 중심의 경영은 종업원·투자자·고객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결론내렸다. 영국·독일의 투자자들과 미국의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종목을 고를 때 종업원 중심의 경영을 하는지 따지고 있다는 보도가 따랐다. SAP는 종업원들로 하여금 창의성을 발휘하고, 혁신적이고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직원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한편 헌신을 요구한다. 세계 40여국에 판매·서비스망을 두고 있는 SAP는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올 1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신장됐다. 95년 10월엔 SAP 코리아를 설립, ERP분야의 ‘이머징 마켓’인 국내시장에도 진출했다. SAP의 해외시장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다.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SAP는 그 나라사람들로 팀웍을 구성,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고 있다. SAP는 국내 진출이 늦었지만 성공적으로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피터 젠케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R/3 설치하면 고수익 틀림없다” ─R/3 구축의 가장 획기적인 효과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SAP의 패키지는 미래의 산업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예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표준적인 패키지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고성장·고수익의 비결은. “적기(right time)에 꼭맞는 제품(right product)들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제품들도 많고….” ─가격·설치기간면에서 오라클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불리하진 않나요.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덤핑 경쟁은 하지 않습니다. 설치기간도 최근 2년 새 많이 짧아졌고, 실제로 더 짧게 걸린 예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경우 R/3를 글로벌하게 쓰려고 해 설치기간이 자연 길어집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한국형 ERP 패키지가 개발됐는데, ERP 패키지도 문화권적인 검증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각국의 실정에 맞추기 위해 고유한 기능들을 부가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SAP의 시스템은 무엇이 ‘최선의 프랙티스’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는 ‘러닝(learning) 시스템’입니다.” ─R/3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텐데요. “인원감축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의 효과가 그만큼 뚜렷하다는 거죠. 글로벌한 차원에서 경쟁하려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ERP 도입 결정엔 경영방침·재무상태 등 패키지 개발회사의 경영상태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10년을 보고 고객들이 구매를 합니다. 고객에게 항상 더 좋은 것을 제공하는 한편 스스로 안정적인 공급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SAP의 기업문화는. “고객만족을 우선시하는 것, 직원교육의 중시, 자율적인 분위기와 팀웍의 강조 등입니다. SAP는 위계적이지 않으면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조직구조를 추구합니다. 교육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필요하구요.” ─SAP의 목표는. “해마다 다른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젠케 박사는 R/3 개발 당시 코디네이션을 담당하기도 했다. <재>
[R/3 시스템]전세계 50개나라 7천여 기업서 사용 R/3 시스템은 SAP의 주력제품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전사적 자원관리(ERP)패키지이다. 유럽의 소프트웨어도 세계를 석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SAP의 효자. SAP 고객의 3분의 2가 R/3 고객이다. R은 실시간이란 뜻. ERP란 생산·자재·영업·인사·회계 등 사내의 모든 경영자원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업 리엔지니어링이다. 자금·인력 등 자원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이요 일종의 업무과정 재설계(BPR)다. 정보 인프라 ERP가 구축되면 전직원이 기업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전부문이 통합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령 영업팀이 주문을 받으면 그 정보가 전부서에 동시에 입력되고 생산부서는 생산에, 물류부서는 배송 준비에 들어간다. 재고관리부서는 부품을 준비한다. 회사 전체가 주문이라는 ‘시장의 요구’에 직면해 동시에 돌아가면서 시간·인력 등의 자원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영정보 전문지 ‘CIO’와 경영자문회사 ‘언스트 앤 영’이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들은 앞으막? 최고경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정보시스템으로 ERP를 지목했다. 92년 선보인 R/3는 ERP 시장의 29%를 점하고 있다. 단일 패키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에 필적할 만한 빅 히트. 컴퓨터 환경이 클라이언트 서버로 바뀌어 가는 것에 착안, R/3를 내놓은 SAP의 매출은 이후 수직상승한다. R/3가 실현한 자원의 통합관리는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일례로 고객들이 정보를 요구하면 전처럼 이 부서, 저 부서 전화하고 뛰어다닐 필요 없이 즉석에서 마우스 몇 번 클릭해 제공할 수 있다. 고객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필요할 때 얻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R/3는 자본재, 화학제품·약품, 석유탐사, 공공시설, 서비스, 자동차, 우주·항공, 컴퓨터·전자산업 등 다양한 업종의 세계 50개국 7천여 기업들이 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현대전자·삼성전관·삼보컴퓨터 등이 설치했거나 설치를 추진중이다. 95년 6월 준공한 삼성전자 광주 신냉장고공장의 경우 94년 착공과 더불어 SAP 시스템을 도입, 생산직 근로자의 1인당 생산성을 수원공장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여년간 수천개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쌓은 경험과 그 과정에서 개발된 기법들의 총화인 R/3는 1천개가 넘는 표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내장하고 있다. 이같은 내력은 R/3의 안정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SAP는 올해 안에 새 버전인 R/3 릴리즈 4.0을 출시한다. <재>재>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평균 순익신장률 48% 올해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9월 말까지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세전이익은 64%가 늘었다. 전세계 85개국의 7천5백여 기업을 고객으로 삼고 있고 유럽의 소프트웨어 회사로는 매출액이 가장 많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세계 10대 기업 중 여섯 회사가 SAP 제품을 쓰고 있을 정도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신데렐라’ SAP의 이야기엔 요정과 마술지팡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SAP는 자기 힘으로 왕자님(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SAP는 80년대 말 클라이언트 서버에 집중적으로 투자,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 당시 많은 회사들이 클라이언트 서버 기술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SAP측은 신념을 가지고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시장변화에 대한 이같은 통찰은 SAP에 클라이언트 서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안겨 주었다. 80년대 들어서는 증축계획이 회사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할 만큼 성장이 빨랐다. 88년엔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의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다. 95년엔 해외 자회사인 SAP 아메리카의 매출액이 독일시장의 매출규모를 앞질렀다. 그해 10월 포천지는 “SAP가 몰려오고 있다”며 이 ‘점령군’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SAP는 98년 3분기를 목표로 미국에서의 상장을 추진중이다.
매출의 75% 해외서, 내년 미증시 상장 SAP의 간판제품은 R/3시스템. 기존의 R/2가 메인 프레임에서 가동되는 대규모 집합형이라면 R/3는 서버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중규모의 분산형이다. R/3의 성공에 대해 SAP측은 R/3 도입이 투자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판매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SAP 성장의 동인은 무엇보다 부단한 기술혁신이다. SAP측은 가장 큰 장애는 그 시대 컴퓨터 능력의 한계였다고 밝힌다. 70년대 말 이후 SAP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하드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며 새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SAP엔 새 버전을 2년 주기로 내놓는다는 내부방침이 있다. SAP는 매출액의 평균 20% 이상을 연구개발(R&D)비로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엔 약 4억 달러를 썼다. R&D 인력은 약 2천5백명, 전직원의 20%에 달한다. 이 분야에선 가장 많은 수. 마케팅 능력도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P는 비즈니스 컨설팅이라는 판매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SAP 제품을 설치하게 되면 앤더슨 컨설팅, 쿠퍼스 라이브랜드 등 세계 유수의 회계경영 컨설팅회사들이 달려 들어 현지의 컨설팅 회사들과 함께 이를 지원한다. SAP의 직판부서는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을 상대하고 중소기업들은 협력관계에 있는 회사들을 통해 영업활동을 벌인다. 이같은 전략으로 SAP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제품뿐 아니라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SAP 동북아지역 책임자인 샘 나카네는 “SAP가 추구하는 것은 도입업체와 SAP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 전략”이라고 밝힌다.
“종업원은 회사의 중심” SAP엔 종업원이 회사의 중심이라는 철학이 있다. 8명의 이사들 말고는 직급도 없다. 발도르프 본사서 일하는 4천여명의 직원들은 직책이 다를 뿐 직급은 모두 같다. 출퇴근시간은 물론 근무부서도 스스로 정한다. 모든 정보는 전직원이 공유한다.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목표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요청할 때만 돕죠.” 헬무트 길버트 인력개발담당부장의 말이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회사와 연관된 사업을 시작하면 종자돈까지 지원한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은 1만2천명. 지난해 독일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이 근무환경에 만족하고 있다. 매월 1천5백명 가량이 취업신청을 하는 반면 이직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종업원을 중시하는 이같은 경영철학이 고성장·고수익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올 초 BMW·볼보·SAP 등 독일의 1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종업원 중심의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주식투자수익률(시세차익과 배당) 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종업원 중심이냐 아니냐는 교육투자비, 일시 해고자 관리 등 전통적인 인력정책과 성과급·팀제 등 종업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의 도입여부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종업원 중심의 경영은 종업원·투자자·고객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결론내렸다. 영국·독일의 투자자들과 미국의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종목을 고를 때 종업원 중심의 경영을 하는지 따지고 있다는 보도가 따랐다. SAP는 종업원들로 하여금 창의성을 발휘하고, 혁신적이고 고객 중심적인 사고를 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직원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한편 헌신을 요구한다. 세계 40여국에 판매·서비스망을 두고 있는 SAP는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올 1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신장됐다. 95년 10월엔 SAP 코리아를 설립, ERP분야의 ‘이머징 마켓’인 국내시장에도 진출했다. SAP의 해외시장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다.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SAP는 그 나라사람들로 팀웍을 구성,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고 있다. SAP는 국내 진출이 늦었지만 성공적으로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피터 젠케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R/3 설치하면 고수익 틀림없다” ─R/3 구축의 가장 획기적인 효과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SAP의 패키지는 미래의 산업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예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표준적인 패키지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고성장·고수익의 비결은. “적기(right time)에 꼭맞는 제품(right product)들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제품들도 많고….” ─가격·설치기간면에서 오라클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불리하진 않나요.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덤핑 경쟁은 하지 않습니다. 설치기간도 최근 2년 새 많이 짧아졌고, 실제로 더 짧게 걸린 예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경우 R/3를 글로벌하게 쓰려고 해 설치기간이 자연 길어집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한국형 ERP 패키지가 개발됐는데, ERP 패키지도 문화권적인 검증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각국의 실정에 맞추기 위해 고유한 기능들을 부가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SAP의 시스템은 무엇이 ‘최선의 프랙티스’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는 ‘러닝(learning) 시스템’입니다.” ─R/3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텐데요. “인원감축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의 효과가 그만큼 뚜렷하다는 거죠. 글로벌한 차원에서 경쟁하려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ERP 도입 결정엔 경영방침·재무상태 등 패키지 개발회사의 경영상태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10년을 보고 고객들이 구매를 합니다. 고객에게 항상 더 좋은 것을 제공하는 한편 스스로 안정적인 공급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SAP의 기업문화는. “고객만족을 우선시하는 것, 직원교육의 중시, 자율적인 분위기와 팀웍의 강조 등입니다. SAP는 위계적이지 않으면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조직구조를 추구합니다. 교육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필요하구요.” ─SAP의 목표는. “해마다 다른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젠케 박사는 R/3 개발 당시 코디네이션을 담당하기도 했다. <재>
[R/3 시스템]전세계 50개나라 7천여 기업서 사용 R/3 시스템은 SAP의 주력제품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전사적 자원관리(ERP)패키지이다. 유럽의 소프트웨어도 세계를 석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SAP의 효자. SAP 고객의 3분의 2가 R/3 고객이다. R은 실시간이란 뜻. ERP란 생산·자재·영업·인사·회계 등 사내의 모든 경영자원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업 리엔지니어링이다. 자금·인력 등 자원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이요 일종의 업무과정 재설계(BPR)다. 정보 인프라 ERP가 구축되면 전직원이 기업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전부문이 통합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령 영업팀이 주문을 받으면 그 정보가 전부서에 동시에 입력되고 생산부서는 생산에, 물류부서는 배송 준비에 들어간다. 재고관리부서는 부품을 준비한다. 회사 전체가 주문이라는 ‘시장의 요구’에 직면해 동시에 돌아가면서 시간·인력 등의 자원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영정보 전문지 ‘CIO’와 경영자문회사 ‘언스트 앤 영’이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들은 앞으막? 최고경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정보시스템으로 ERP를 지목했다. 92년 선보인 R/3는 ERP 시장의 29%를 점하고 있다. 단일 패키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에 필적할 만한 빅 히트. 컴퓨터 환경이 클라이언트 서버로 바뀌어 가는 것에 착안, R/3를 내놓은 SAP의 매출은 이후 수직상승한다. R/3가 실현한 자원의 통합관리는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일례로 고객들이 정보를 요구하면 전처럼 이 부서, 저 부서 전화하고 뛰어다닐 필요 없이 즉석에서 마우스 몇 번 클릭해 제공할 수 있다. 고객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필요할 때 얻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R/3는 자본재, 화학제품·약품, 석유탐사, 공공시설, 서비스, 자동차, 우주·항공, 컴퓨터·전자산업 등 다양한 업종의 세계 50개국 7천여 기업들이 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현대전자·삼성전관·삼보컴퓨터 등이 설치했거나 설치를 추진중이다. 95년 6월 준공한 삼성전자 광주 신냉장고공장의 경우 94년 착공과 더불어 SAP 시스템을 도입, 생산직 근로자의 1인당 생산성을 수원공장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여년간 수천개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쌓은 경험과 그 과정에서 개발된 기법들의 총화인 R/3는 1천개가 넘는 표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내장하고 있다. 이같은 내력은 R/3의 안정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SAP는 올해 안에 새 버전인 R/3 릴리즈 4.0을 출시한다. <재>재>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