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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분양가 자율화 파장] 고양·용인·남양주…정도만 오를듯

[아파트분양가 자율화 파장] 고양·용인·남양주…정도만 오를듯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된다는데 그러면 집값이 오를까”“분양가가 오르면 내집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건설교통부가 지난 1월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주택 및 부동산관련 규제완화안에 따르면 빠르면 1월중 수도권이라도 민간이 개발한 택지에서는 주택업체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자율화 조치를 실시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경제위기로 주택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택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있으므로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자율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어떻게 보면 가장 혜택을 많이 보게 되는 주택업계가 반색하고 나와야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택지개발지구 같은 공공용지는 제외되고 오직 민간이 개발한 땅에 한정되는 만큼 주택회사의 수익성 증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가격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특히 이 정도까지 됐으면 얼마 안 가 전면 자율화에 한층 다가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취해진 제한적 자율화조치는 이처럼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까지 영역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택·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테고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는 수요자들로서는 늘어나게 될 금액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현재의 시장 침체현상을 감안하면 분양가를 풀더라도 기존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특히 수도권이라도 자율화를 적용할 만한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실제 가격 규제가 이미 풀린 지방의 경우 대부분 자율화를 적용하지 않은 채 분양하고 있다. 부산·대구 등 일부 대도시 인기지역에서만 기존 가격보다 10% 정도 높은 가격에 내놓아 시장성을 타진하는 정도다.

◇얼마나 오르나=주택건설 업체들은 분양가를 자율화할 만한 대상지역으로 서울과 경계지역인 고양·용인·남양주 일부 지역 등 극히 한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미분양 현상이 수도권까지 확산돼 있는 판에 오히려 값을 많이 올려봤자 ‘손님’들이 안 몰리면 업체의 자금난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확실한 곳이 아니면 값을 올리지 않는, 제한적 운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서울은 택지가 동났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일반 분양분이 해당될 것이다. 주택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는 자율화폭은 기존 분양가보다 최소 10%에서 많게는 30% 정도다. 자율화가 적용되는 곳에서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는다면 평당 20만∼50만원 정도 추가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이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기존 아파트와의 시세차익이 30% 이상 벌어지면 채권입찰제가 실시되고 있다. 웬만큼 인기지역이라면 모두 해당된다. 이런 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려는 주택회사는 아무리 분양가를 자율화해 줘도 기존 아파트 시세를 넘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책정할 게 분명하다. 청약시장의 특성상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파트 값의 적정선을 기존 아파트 시세에 기준을 두고 있으므로 이를 넘어서면 일단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 우방 주택사업부의 김신조 과장은 “자율화를 적용하더라도 기존 아파트 시세를 약간 밑도는 선에서 결정하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관례”라며 “다만 주택가격에 걸맞은 품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채권입찰제 지역에서 자율화된 분양가를 적용하더라도 정작 소비자들은 부담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질 전망이다. 다만 종전에는 차액만큼 사는 채권이 정부로 흘러들어가지만 이제부터는 그만큼의 금액이 민간 주택업체로 돌아가게 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특히 기존 아파트 값이 약세인데다 분양가를 크게 올릴 경우 청약포기나 중도금 미납자가 속출, 분양가 인상에 따른 실익을 얻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한꺼번에 20% 이상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율화조치는 기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지난해 말과 올 초까지 분당·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지역의 아파트값은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2천만∼3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차치하고 아예 거래조차 끊겨 집을 내놔도 원매자(願買者)가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세가 형성되질 않아 도대체 내 아파트의 매매가가 얼마인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한 마디로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사철은 설날이 지나면서 시작되는 게 관례이고 지금쯤이면 중개업소들이 매물확보에 열을 올려야 할 때인데도 잠잠하기 그지 없다. 분양가 자율화조치는 이같은 잠잠함을 약간 흔들어 놓고 있다. 자율화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월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S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집값이 오를 것이냐’는 문의지만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분양가가 자율화되면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에 눈을 돌리게 되고 따라서 집값이 다소 오르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물론 발표 직전부터 자율화 얘기가 떠돌면서 일부 인기지역의 아파트매물이 상당량 회수되고 기존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의 발걸음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평촌 신도시 벽산아파트 32평형에 살고 있는 김모씨(37)는 1개월 전에 집을 내놓았으나 그 동안 한명도 집을 보러 오지 않았는데 자율화 발표 이후 5명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간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는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으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데 일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서울 서초동 씨티랜드의 안시찬 사장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데다 고금리시대에서 수요자들의 구매력 저하, 미분양 아파트의 적체현상 등이 집값 안정의 주요인”이라며 “다만 더 나은 입지조건을 찾기가 힘든 전통적 인기지역은 자율화조치와 관계없이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분양가가 풀린 지방 대도시의 경우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었고 대구·광주 등지에서는 오히려 기존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어떻게 하나=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및 집 늘리기 전략도 이번을 계기로 수정해야 한다. 청약저축 관련 통장에 가입한 후 순위를 기다려 목좋은 곳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겠지만 앞으로 인기지역은 분양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메리트가 줄어든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역 우선순위나 배수내 청약자격자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자율화를 하되,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한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자율화에서 빠진 택지개발지구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 나오게 될 아파트는 대략 11곳 4만여 가구에 이르러 기회는 많은 편이다. 분양가가 자율화되는 인기 민간택지에서도 비록 분양가가 지금보다 높아지지만 어느 정도 시세차익이 기대되므로 과감한 청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요자들은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만약 자금여력이 있으면 자율화되는 지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청약 대열에 뛰어드는 것도 괜찮다. 장기 가입자들이 택지개발지구를 노리면서 자율화지역은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 신청순위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자금여력이 부족하다면 순위내 진입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율화 대상에서 빠진 택지개발지구 등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고 미분양 아파트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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