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急降…환차손 부담 준 탓
국제 유가 急降…환차손 부담 준 탓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유가가 지난 2월 중순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소비자가격이 지난해 11월28일 9백23원으로 오른 이후 12월19일 1천83원, 올해 1월9일 1천1백35원, 18일 1천2백17원으로 계속 치솟으면서 한때 1천5백원 이상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승용차들로 꽉 메우던 도로는 한산해졌고 운전자들은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주유소를 찾아 다녔다. 그러던 유가가 2월 들어 느닷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월15일 1천1백67원, 28일 1천47원으로 낮아져 조만간 1천원 밑으로 내려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환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이전보다는 크게 높지만 지금은 달러당 1천5백∼1천6백원대에서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량 수입하는 원유의 결제대금이 달러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된 유가는 그만큼 올라가고 따라서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휘발유 등 석유류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율변동이 석유류값에 미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첫번째는 환차손이다. 보통 원유를 주문하면 대금 결제는 3개월 뒤에 이뤄진다. 그 새 환율이 올라가면 그만큼 환차손이 생긴다. 반대의 경우는 정유사가 환차익을 얻는다. 어떻든 정유사들은 저마다 고유의 방법으로 이런 환차손을 유가에 반영한다. 가령 지난 3월1일 유가는 대략 원유 주문시점인 지난해 11월 말 환율과 대금 결제시점인 2월 말 환율의 환차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 12월과 1월중 휘발유값이 오른 것은 그전 10월부터 12월까지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만약 환율이 오르긴 했지만 그 선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면 정유사의 환차손은 거의 없고 따라서 유가인상 요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지난 2월15일 이후 유가가 내리기 시작한 것은 환율이 오른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경로는 유가를 산정하기 직전 한 달의 평균환율이다. 이 때의 평균환율이 지난달보다 오르면 유가는 오르게 되고 내리면 그 반대가 된다. 지난 12월과 1월 중 유가가 급속도로 올랐을 때는 앞의 환차손 못지 않게 이 요인도 컸지만 요즘 내리는 데는 이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요즘 유가가 내리는 것을 환율과 관련지어 생각한다면 환차손의 부담이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든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제원유가가 떨어지는 것도 요즘 휘발유값이 내리는 큰 이유다. 우리가 IMF구제금융을 신청할 무렵인 지난해 11월19일 중간등급 원유의 국제가 흐름의 기준이 되는 미국산 WTI유의 국제현물시세는 배럴당 19.79달러였다. 이 시세만 해도 종전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값이었는데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12월 말 17.63달러, 1월28일 17.30달러, 2월26일 15.34달러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원자재값이 싸지면 제품가를 내릴 여력은 그만큼 더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시기만 문제였지 휘발유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었다. 그간의 환차손 부담 때문에 대략 그 시기를 3월 하순 이후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유가인하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쌍용과 현대정유가 먼저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따라서 발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두 정유사가 치고 나오기 시작한 것은 수요의 격감 때문이었다. 생산량은 제자리인데 휘발유값 인상으로 수요가 주니 과잉공급이 돼버린 것이다. 결국 환율이 지금 선에서 안정되고 국제유가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휘발유값은 조만간 1천원 밑으로 내려갈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