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모델이 회사의 命運 좌우
프링글은 로베르트 프링글에 의해 1815년 스코틀랜드의 소도시 하윅에 세워진 오래된 의류생산업체다. 19세기 동안에는 주로 양말이나 메리야스류를 생산하면서 굴곡 없는 길을 걸어왔다. 20세기에 들어 프링글은 획기적인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전천후 남성용 스웨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걸치기만 하면 끄떡없는 질 좋고 따뜻한 스웨터를 만들면서부터 프링글은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1933년에는 면과 염소 털 카슈미르로 짠 스웨터를 선보여 히트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프링글의 성장은 1년 후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 오토 봐이츠를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봐이츠의 성공작은 스웨터와 니트 잠바를 조화시킨 트윈 세트. 같은 색에 같은 소재로 만든 스웨터와 잠바의 멋진 앙상블은 십여년 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48년 영국왕실로부터 궁중 납품업체로 지정됐고,이후 탄탄한 성장의 행진을 계속했다. 80년대에 레저와 스포츠복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장악해 갈 즈음, 프링글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엄청난 돈을 들여 닉 팔도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면서부터다. 팔도는 지난 9월 코오롱배 제44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킥오프까지 당해 국내 팬들을 실망시킨 영국 골프선수다. 프링글은 브리티시 오픈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올랐고 모든 영국인들이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광고모델로 선정했지만, 결과적으로 프링글이 쇠퇴로 접어드는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객들은 프링글의 제품이라면 골프용 스웨터로만 인식하기 시작했다. 프링글의 다른 상품들은 자연히 관심권에서 벗어나며 매출이 급감했다. 이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팔도가 골프선수로 영국에서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프링글의 상품은 젊은 고객의 취향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심플했다는 분석도 있다. 2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에서 종업원 수백명 수준의 회사로 수직하강하던 프링글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반격에 나선 사람이 킴 윈저다. 지난해 프링글의 경영이사로 스카웃된 윈저는 영국 최대의 의류·식품 유통업체 막스앤스펜서에서 20년간 마케팅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윈저는 프링글 제품의 모델로 영국의 세계적인 5인조 팝그룹이자 댄스그룹인 스파이스걸스의 전 멤버 포쉬스파이스를 기용했다. 직접적인 광고 모델이 아니라, 포쉬스파이스로 상징되는 화려하고 선정적인 색상의 의류들에 승부를 걸었다. 알록달록한 점퍼와 바나나, 딸기 색깔 등으로 마치 아이스크림을 연상케 하는 여성용 스커트 등은 지금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파이스걸스의 화려한 복장과 선정적인 댄스는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멤버였던 포쉬스파이스의 복합적인 이미지는 단연 압권이었다. 포쉬 스파이스를 닮기 위해 많은 젊은 여성들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영국 PA통신사가 만든 세계 최초의 사이버 앵커 아나노바도 포쉬스파이스를 닮았다고 한다. 포쉬스파이스의 남편 데이비드베컴 역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축구 팬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미남 축구선수다. 프링글은 곧 영국의 고급 백화점 헤로드 등에서 윈저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액세서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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