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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VS 금감위 감독권 놓고 물밑 힘겨루기

재경부 VS 금감위 감독권 놓고 물밑 힘겨루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먼저 공세를 편 곳은 재경부. 재경부는 지난 10월11일 증권거래법 개정 입법 예고안을 발표했다. 재경부는 입법 예고안에서 현재 금감위가 갖고 있는 증권 관련 규정 승인권을 재경부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재경부가 탐내고 있는 승인권은 증권시장과 관련된 모든 제도와 조치가 걸려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금감위는 당연히 반발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재경부가 규정 승인권을 가져가면 금감위와 금감원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며 “재경부가 일방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금감위는 특히 금융감독기구 설치법에 증권시장과 선물시장의 관리·감독 권한이 금감위에 있다는 점을 내세워 규정 승인권도 금감위 고유업무라는 주장을 폈다. 금감위가 이렇게 거세게 반발하자 재경부는 “시간이 부족해 사전 협의를 못했다”며 “나중에 얘기하는 과정에서 뺄 수도 있다”며 한 발 물러났다. 당장 재경부의 수장인 진념 부총리도 잡음 내지 말고 대화로 풀라고 주문했다. 재경부측은 사실 금감위를 따돌리고 재경부안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아이디어를 냈던 재경부의 모 국장은 개정안 발표 하루 전 금감위 국장과 승인권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느 때 같으면 문건을 보내는 게 관례인데 승인권 대목을 나중에 넣은 개정안은 금감위 쪽에 보내지 않았다. 재경부가 이런 편법 아닌 편법을 쓴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내심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려는 뜻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금감원과 금감위로 나눠져 있는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당장 바꾸긴 어렵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그대로 두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하나둘씩 바꾸려는 생각이 아닌가라는 시각이다. 승인권 이관 문제도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를 계기로 준사법권을 갖게 된 금감위는 건정성 감독에 특화하고 시장정책은 재경부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결국 금감위의 반발로 당초보다 김은 빠진 셈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경부가 호락호락 물러날 모습은 아니다. 재경부측은 적당한 때에 절충안을 만들어 승인권 문제를 풀어갈 계획이다. 예컨대 시장에 자율권을 주면서 필요에 따라 재경부와 금감위가 규정 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재경부는 시장 안정 쪽에, 금감위는 건정성 감독 쪽에서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을 잡는다는 생각이다. 금융감독체계를 둘러싼 이런 힘겨루기는 지난 4월에도 있었다. 이번과 다른 점이라면 당시엔 재경부와 금감원의 대결구도였다. 금감원 직원들의 집단 사표 파동까지 몰고 갔던 당시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의 중심 줄기는 ‘금감위의 권한 강화와 금감원의 위상 약화’였다. 당시 ‘발’이 없던 금감위는 조사와 정책업무를 맡을 공무원 조직이 강화되고 금감원은 금감위의 명령을 집행하는 부서로 전락하게 되는 꼴이었다. 공무원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금감위의 권한 강화는 ‘공룡 재경부 부활론’과 더불어 관치 금융이 더욱 만연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낳았다. 비판론자들은 이렇게 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기본적으로 금감위와 금감원의 일이 겹치거나 모호해 출범 당시부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주듯 정현준→진승현→이용호로 이어진 비리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 감독체계 개편안이 솔솔 피어오른다는 것. 사실 현재 금융감독체계는 IMF 관리체제에서 나온 비상 시스템이다. 금감위는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권위를 상실한 재경부 대신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어찌 보면 한시적 기구다. 다만 “이제야 조직이 자리를 잡고 있고 연륜도 짧은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금감위 관계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정부 주장처럼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기구를 어떻게 두느냐다. 어쩌면 지금은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려면 먼저 정부로부터 금융감독 기구의 중립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1997년 금융개혁법 입법 당시와 비슷한 답답한 상황이다. “이론적으론 중립성이 보장된 민간 기구가 정답”이라는 윤석헌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지난해 금융감독체제쇄신 태스크포스팀장)와 금감원 출신인 현경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주장이 탁상공론만은 아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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