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제도보다 ‘업무관행’이 더 중요
“효과적인 금융감독을 위해선 다양한 경력의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모두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의 사람들이 감독기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한영(韓英) 금융감독당국 회의 참석차 지난 5월 서울을 찾은 영국금융감독청(FSA) 마이클 푸트 부청장의 이야기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금융감독과 검사를 수행하는 한국의 금융감독체계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제도 자체보다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과 유관 기관간의 업무관행 정착이 한층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의 금융감독제도는 공무원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와 4개 감독원을 모태로 전문성을 근간으로 하는 특수 법인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감독기구는 1999년 1월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으면서 경제위기 극복과 금융개혁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였다. 새로 태어난 금감위와 금감원은 제도와 관행을 기반으로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협력과 공조를 바탕으로 부여된 기능을 수행해 왔다. 3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금융·기업개혁의 주체로 또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파수꾼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와 금융시장 안정에 나름대로 많은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금감위·금감원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았다. 관계기관과의 불협화음에 대한 비판, 권위적인 자세와 태도에 대한 지적, 감독의 전문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 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금융감독 제도의 개편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난해 말 동방신용금고 관련 금융사고를 계기로 더욱 커졌다. 정부는 금융감독제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등 6개월 이상에 걸쳐 논의와 연구를 하였다. 결국 현행 감독체계의 기본틀 안에서 조직의 운영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 후 금감위와 금감원은 조직운영에 대한 자성과 더불어 혁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재경부·한은 등 유관기관과의 금융정책 협의를 위한 정례적 금융정책협의회도 운용하고 있다. 한은 등 관계기관과의 공동검사와 관련, 정보교환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감독과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인회계사·변호사·선물전문가 등 1백50여명에 달하는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증권시장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거래조사 강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이같은 조직혁신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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