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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대란 속 세무사 사무소는 일자리 수두룩

취업대란 속 세무사 사무소는 일자리 수두룩

일러스트 김회룡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면 세무사 사무실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또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회계사나 세무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면 길이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여상(女商) 졸업생들 차지였던 세무사 사무실 직원들이 전문대학 졸업생들로 채워지더니 지난해부터는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세무사 사무실로 입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대학 졸업후 미취업자들의 새로운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무사 사무실 직원들의 고급화 바람은 인터넷 등 IT산업 바람과 궤를 같이한다. 이전까지 이들 사무실은 기장 및 세무신고대행 등으로 별다른 투자 없이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IT 바람이 불면서 이들 사무실들도 인터넷을 통한 기장이 도입되고, IMF 이후 많은 회계사·세무사 시험 합격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자 그동안의 서비스 수준으로는 고객을 빼앗기기가 일쑤이다 보니 직원들의 자질 향상과 함께 서비스 수준을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상 졸업자들이 이들 사무실에서 단순한 전표입력만 했다면, 최근 입사하는 대졸 출신들은 전표입력은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장에서 조정까지의 업무도 믿음직스럽게 척척 해낸다는 데서 보수는 좀더 주더라도 세무사들이 오히려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종근 세무사는 세무사 사무실도 대졸 남자직원을 채용하자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고졸자보다 조금 더 보수를 주어도 남자 대졸직원을 채용할 경우 업무능력이 뛰어나 세무회계사무소의 전체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대졸자들은 책임감과 사무능력의 판단력, 경험 등으로 일 처리를 잘해 오히려 보수 이상의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양평동에서 세경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유찬영 세무사는 이미 2년 전부터 아예 전 직원을 대졸자로 교체했다. 세무사 회계사를 제외한 세경의 직원 16명 모두가 대졸자다. 11명이 전문대 졸업이고, 5명이 4년제 졸업자들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세무사 사무실에 취업하면 일정 기간의 수습이 지나면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 ‘기업과 세금’이라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굳이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이들 세무대리인들 사무실이라는 점도 대학 졸업생들이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가톨릭대(한국역사 전공)를 졸업한 후 지난 99년 12월 세경세무법인에 취업한 이희경(33)씨는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단순한 전표입력 작업을 시작으로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보수도 월 1백30만원이상 받는 중견사원으로 성장했다. 이씨는 “세무사 사무실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세무사 사무실 직원들이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많은 고급지식이 쌓인다는 것을 느낍니다. 경리는 아무나 하는 일인지는 몰라도 세무사 사무실의 업무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스스로의 가치도 높아 가는 것 같아 선택을 잘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99년 상지대와 원광대 상경대를 졸업한 이정섭(27)씨와 권대경(28)씨도 같은 해 세경세무법인에 입사해 일을 배우고 나름대로 전공을 살리며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누리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권대경씨는 세경에 입사해 전공에 가까운 전문적인 일을 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해결하며 회계사 시험까지 준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세무회계 사무실은 줄잡아 6천개 이상이다. 현재 세무회계 사무실의 가장 큰 현안문제는 사무실 직원 인력난. 한 사무실당 1∼1.5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사무실 한 개당 1명이 부족하다 해도 6천명 이상의 일자리가 펼쳐져 있는 셈이다. 대졸 미취업자들이 지금 세무회계 사무실 문을 두드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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