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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진단]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올랐다는데

[국내진단]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올랐다는데

지난주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S&P’s사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S&P’s사는 등급 조정 이유에 대해 외환 보유고가 1천억 달러를 돌파해 대외 부문의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충분하고, 담배인삼공사의 성공적 민영화, 대우자동차 및 현대투자신탁증권의 매각 추진 등 구조조정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IMF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겠지만 국가 신용등급은 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IMF 경제위기 이전의 등급(AA-)보다 여전히 4개 등급이나 낮을 뿐 아니라 경제규모나 경제성과 등 객관적으로 우리 경제에 크게 못 미치는 폴란드와 등급이 같고, 홍콩·체코·헝가리·칠레 등에 비해도 낮은 수준이다 <표 참조> . 국가 신용등급이란 국가의 신용등급이다. 동어반복처럼 보이지만 이 말은 국가 신용등급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다른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보다 엄밀하게 국가 신용등급은 ‘해당 경제 내에서 외화표시 채권 발행에 대해 어떤 경제주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용등급’으로 정의되며 현실적으로는 정부의 신용등급, 즉 국채의 신용등급을 의미한다. 이런 국채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정부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채무자가 부도낼 상대적인 개연성을 지표화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 신용등급도 기본적으로는 해당 국가의 부도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변수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들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짓는 요소로 금융적 안정성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 신용등급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은 이보다 포괄적인 ‘거시경제 전반의 건전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들이 신용평가의 기준과 방법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실제로 과거 S&P’s사나 Moody’s사가 50여개국을 대상으로 신용평가를 실시했던 자료들을 분석해 보면 국가 신용등급은 1인당 국민소득, GDP 성장률, 물가상승률, 재정수지, 대외수지, 외채규모의 적정성, 외화유동성 지표, 경제발전의 성숙도 등과 같은 거시경제지표들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변수들 가운데 첫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보자. 1인당 국민소득(달러 기준)이 높다는 것은 정부의 소득원천인 세수기반이 넓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도확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그 나라 정치·경제·사회의 종합적인 성숙도를 집약적으로 나타내 준다. 실제로 S&P’s사나 Moody’s사에서 발표한 신용평가 결과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비교해 보면,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국가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별 신용등급 차이의 약 65% 정도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의 차이로 설명된다. 이를 근거로 다른 경제변수들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1인당 국민소득이 10% 증가하면 신용등급은 평균적으로 0.16단계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장률과 같은 대표적인 거시경제 변수도 국가 신용등급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경제규모 대비 부채부담이 조만간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장률 1%포인트 상승은 S&P’s사나 Moody’s사의 국가신용등급을 평균적으로 0.2단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플레이션율 또한 국가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은 정부재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부재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국채발행을 늘리는, 이른바 인플레이션세(inflation tax)에 의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국가일수록 국가 신용등급이 높다. 인플레이션율 1%포인트 상승은 국가신용등급을 평균적으로 약 0.07단계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과도한 재정적자는 부채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세수를 늘릴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이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수지도 국가신용등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분석 결과 GDP대비 재정적자가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신용등급은 평균적으로 약 0.08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현재 시점의 경제변수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그 나라가 국가부도 또는 IMF 지원자금을 받은 국가부도에 준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의 여부도 신용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우리 경제도 97년에 국가부도를 낸 경험이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과거 자료를 분석해 보면 70년대 이후 한 번이라도 국가부도를 낸 경험이 있는 나라들은 다른 경제여건이 동일하더라도 평균적으로 2.85단계나 신용등급이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만약 우리 경제가 97년에 IMF 지원자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단지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 경제의 신용등급이 현재(BBB+)보다 약 3단계(A+) 정도는 높았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IMF 이전 수준으로 언제쯤 회복될까? 과거 S&P’s사나 Moody’s사의 국가신용등급 결정요인 분석 결과를 근거로 향후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예측해 보면, IMF 이전 수준인 AA- 등급까지는 앞으로 5년 이상의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5%, 인플레이션율 3%,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재정적자 GDP의 1% 내외, 외환보유고 1천억 달러 이상, 수출액 대비 총외채 규모 15%라는 놀라운 거시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국가 신용등급은 AA-(S&P’s 기준) 이상으로 회복되기는 다소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과거 국가부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 정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이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IMF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IMF 위기는 극복됐다 하더라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은 셈이다. 또한 최근 S&P’s사에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하는데 거의 2년이나 걸렸고, Moody’s사의 경우도 현재의 Baa2 등급을 2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림 참조> . 개인 간에도 신용을 잃기는 쉬워도 신용을 다시 얻기까지는 훨씬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페널티 효과가 경제적으로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러한 페널티 효과는 한 번 부도를 경험했던 우리나라로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초기조건이 된 셈이다. 결국 우리가 IMF 이전 수준의 신용등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페널티 효과를 만회할 수 있을 만큼 경제의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지난주 S&P’s사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발표문에서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완결, 잠재적 통일비용 등을 향후 과제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의 성과 외에 우리가 넘어야 할 난관도 만만치 않다. 아직도 상당수의 은행들이 여전히 정부 소유로 남아 있고, 전체 수출의 5%를 담당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장기적 회생 가능성 또한 불투명하다. 앞으로 32조원이 더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금융 구조조정, 추계조차 어려운 북한과의 통일비용 등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회복에 장기적으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현재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경제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어 앞으로 대다수 경제지표들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신용등급의 향상을 위해서는 지난 시기보다 더 강도 높은 경제의 체질 개선작업과 함께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을 내실 있게 추진해 ‘거시경제 전반의 건전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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