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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사외이사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지난해 8월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됐던 송자(宋梓) 현 대교 회장이 한 달도 안돼 장관직을 물러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실권주를 인수해 거액의 평가익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사외이사의 역할이라는 게 원칙적으로 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히는 데 있는 만큼 ‘도적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당시 ‘경질 사유’였다. 물론 당시에도 반론은 있었다. “사외이사가 그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 일단 불법이 아니다. 또 사외이사가 주식을 보유하면 아무래도 책임을 갖고 주가를 높히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취할 것이고, 이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 주장이 옳건 간에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사외이사들이 얼마 만큼의 해당기업 주식을 갖고 있고, 그 평가액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게 마련이다. 본지가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상장법인 사외이사 내역’(2001년 6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들은 1백명 중 7명꼴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총 6백93개. 이들이 두고 있는 사외이사는 총 1천3명이며 이 중 62개사의 85명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표 참조>. 물론 이 같은 자료는 지난 6월 말 반기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과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사외이사의 지분 및 보유주식의 변화가 있었던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증권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먼저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직업별 분포를 보면 기업체 임원이 압도적이다. 민간기업의 대표 및 임직원이 31명(36%)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교수 18명(21%)·변호사 5명(6%)·공기관 대표 4명(4.7%)·금융기관 대표(2명)·회계사(2명)·세무사(2명)의 순이었다. 언론 기관에서는 유일하게 김병건 동아일보 전 부사장이 경방의 주식 5만9천2백38주(14억5천7백만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중에서 누가 가장 많은 평가액을 올리고 있을까-. 그 주인공은 장형진 ㈜영풍 회장. 장회장은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국민은행의 주식 32만주를 갖고 있다. 물론 현재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11월9일 통합은행의 주식으로 다시 거래가 되고 있지만 6월 말 기준(1만7천4백50원)으로 봤을 때 장회장은 무려 56억7천만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분율로만 따진다면 0.1077%밖에 되지 않지만 말이다. 장회장에 이어 많은 평가액을 기록한 사람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다. 무역협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김회장은 하나은행의 사외이사로서 주식 5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주가가 6월 말 기준으로 9천5백원인 점을 감안하면 김회장의 하나은행 보유주식 평가액은 47억5천만원에 달한다. 이어 박용만 ㈜두산 사장도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35만6천5백89주를 보유하며 33억8천7백만원에 이르는 평가액을 기록했다. 이어 벽산의 사외이사인 한범희 아이베스트 창투사 대표는 29억2천만원, 한섬의 사외이사인 김기채 영원무역 대표는 23억원의 해당 기업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이른바 저명인사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상철 전 국민은행장 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삼성SDI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주식 2억3천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 김석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주식 9천6백만원어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박경상 전 국세청 차장 및 성업공사 사장은 삼성전기 사외이사로 9천3백만원어치, 장순영 한양대 교수는 굿모닝증권 사외이사로 7천7백만원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85명의 사외이사들이 어떻게 해당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는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산 경우가 있는가 하면 스톡옵션이나 실권주 형태로 취득한 경우도 있다. 스톡옵션은 잘 알려진 대로 성과가 좋을 경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기간 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또 실권주란 회사가 유상증자를 할 때 기존 주주가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 인수권을 포기해 납입금을 내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따라서 실권주가 발생하게 되면 회사측은 이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나 대주주 등에게 인수권을 부여하게 되는데 기업이 증자할 때는 대개 시가보다 25∼30% 정도 낮은 수준에 납입 가격을 정하므로 실권주를 인수하면 시세차익을 챙길 확률이 매우 높다. 송자 전 장관의 경우도 이에 해당되는 케이스다. 한데 문제는 사외이사의 주식 보유에 대한 정부 당국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증권거래법의 사외이사와 관련된 부분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 경우만 규정하고 있었다. 즉 ▶임원이 될 기본 자격 미달자 ▶회사의 오너와 그 가족 또는 주요주주 및 그 배우자 ▶계열사 임직원과 그 가족 ▶퇴직 2년 이내의 임직원 ▶거래 관계나 사업상 협력·경쟁관계인 회사의 임직원 ▶회사 임직원이 비상임 이사로 있는 다른 회사의 임직원 ▶회계감사나 세무대리를 맡은 변호사와 회계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얼마나 그 기업의 주식을 실권주 형태로 맏아 소유하고 있건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의 퇴임 이후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재경부는 지난 9월8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주식보유 한도를 규정했다. 즉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의 주식 1%, 액수로는 3억원을 넘는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기업금융총괄팀의 최규문 팀장은 “사외이사들이 해당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게 옳으냐 그르나는 찬반양론이 있지만 너무 많은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영전문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전직 고위 관리와 교수·변호사 등 전문 직종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대거 기용돼 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좋지만 ‘사감(私感)’이 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장법인 사외이사 내역’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한도액을 넘어서는 사외이사가 무려 25%에 해당하는 21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먼저 지분율 1%가 넘는 주식을 갖고 있는 사외이사는 한범희 아이베스트 창투사 대표(벽산 7.19%),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경방 3.71%), 김기채 영원무역 대표(한섬 2.81%), 최용호 전 보해양조 상무(보해양조 2.77%), 전영채 해피아이 대표(삼부토건 2.54%), 김석환 상명대 교수(한섬 2.09%), 지문환 전 해태제과 공장장(조선선재 1.43%), 이동원 이화요업 대표(대한제분 1.31%), 김웅태 전 신영기술금융 감사(신영증권 1.19%), 강홍렬 전 신촌사료 감사(신촌사료 1.11%), 신홍순 전 LG상사 대표(동일방직 1.05%), 권홍사 반도종합건설 회장(부산은행 1.05%) 등 12명. 지분율이 1%를 넘지 않지만 평가액이 3억원이 넘는 사외이사도 장형진 ㈜영풍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 사장, 조병호 화일상공 대표(하이트맥주 21억9천5백만원), 우상기(하나은행 10억6천6백만원), 오순택 동일산업 대표(대구은행 8억5천3백만원), 안군준 무역협회 부회장(미래와 사람 7억6천9백만원), 이흥순 전 세방기업 상무(세방전지 4억5천1백만원), 윤석길 전주성모간호교육원 원장(전북은행 3억3천8백만원) 등 9명에 달한다. 물론 이들은 시행령 개정 이전에 한도를 넘어서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경우이기 때문에 경과조치가 인정돼 주식을 토해낼 필요는 없다. 이들은 새롭게 주식을 매수하지 못할 뿐 임기(대개 2∼3년)가 끝날 때까지 현 보유 주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경위야 어쨋든 일반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사외이사들이 해당기업의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연구원 노희진 박사는 “사외이사들이 경영과 관련된 정보들을 다 아는 상황에서 미리 주식을 거래하게 되면 결국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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