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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한국物, 국제 자금시장서‘귀족’대접

[분석]한국物, 국제 자금시장서‘귀족’대접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이 발행한 채권(Korea paper)이 인기다. 공급이 달릴 정도로 ‘한국물’ 선호도가 높다. 신인도만 갖춘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은 ‘떼어 놓은 당상’격이다.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 정부나 금융기관·기업들의 조달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국내금리와 선진국 금리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해외 조달금리의 신호등 또는 벤치마크로 여겨지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중 2008년 만기짜리의 금리는 11월21일 기준 5.81%로, 미국 10년짜리 국채 4.85%보다 0.9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미국 10년 만기 국채에 금리를 얹어 계산하는 가산금리(Spread)가 1%포인트 미만으로 크게 낮아진 셈이다. 정부가 지난 1998년 4월 발행한 외평채 가산금리는 99년 말 1.60%포인트(2008년물 기준)에서 작년 6월에는 2.26%포인트까지 상승했으나, 올 들어 세계적인 금리인하 추세와 함께 꾸준히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 더구나 최근 들어 한국이 이머징 마켓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한국물에 대한 가산금리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빛·조흥·외환은행의 외화표시 후순위채권 가산금리 역시 지난달 말에 비해 1.14∼1.30%포인트나 떨어졌다. 조흥은행의 후순위채 가산금리는 5.11∼5.42%포인트로 이번달 초 6.40∼6.66%에 비해 1.29∼1.24%포인트 낮아졌다. 한빛은행 후순위채 가산금리 역시 5.06∼5.29%포인트로 같은 기간중 1.40∼1.45%포인트 내려앉았다. 디폴트 위기에 놓여 있는 아르헨티나의 가산금리가 30배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신뢰도는 그야말로 귀족처럼 여겨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한국물의 가산금리 하락폭은 말레이시아·필리핀·중국·태국에 비해 훨씬 큰 편이다. 여전히 동남아 국가 국채의 가산금리가 1.1∼5.3%포인트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물 가산금리 하락(값 상승)은 △이머징 마켓 중 한국 시장에 대한 상대적 긍정 평가 △S&P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한국물의 공급 부족 △세계적인 금리하락 기조 △국제 자금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수요 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외평채의 경우 무엇보다도 공급이 달리면서 국가등급 이상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S&P 기준 BBB+이지만 외평채 가산금리는 AA급 이상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동철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모니터링팀 조사역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등급 BBB+급의 경우 가산금리가 2.0%포인트, BBB급은 1.5%포인트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외평채는 이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외평채 가산금리가 많이 떨어진 또 다른 이유는 외평채 추가발행이 없는데다 상당수 물량은 국내 기관들이 장기 보유함으로써 유통 물량이 극히 적다는 점도 한몫을 더하고 있다. 외평채는 현재 2003년물 10억 달러, 2008년물 30억 달러가 발행돼 있다. 이들 기관은 국내에서 장기물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만기시까지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가산금리가 낮아지면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크게 나아졌다. 최근 산업은행은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아시아 국책은행으로는 가장 낮은 금리로 발행했다. 이 본드의 발행금리는 연 5.25%로 미국 5년 만기 국채수익률에 1.8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이다. 이는 산업은행(Baa2∼BBB+)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 AT&T(A3∼BBB+)가 발행한 채권금리보다 0.75%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고, 동양현대종금이 주간사를 맡아 11월중 발행을 추진중인 외화표시 이익참가부사채(PB) 역시 리보기준 가산금리를 최대한 낮추는 선에서 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리보금리는 2.11%로 작년 말의 6.4%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경기 침체 속에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가산금리 하향 안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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