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온통 ‘김치 천국’
한국의 전통음식 김치가 미국 사회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한인업소에서만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던 김치가 미국 대형 인매장에서 뻐젓이 팔리는 가 하면 미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덜 매운 맛의 개량 김치까지 시판되는 등 미국 역이 온통 ‘김치 천국’이다. 미국에서 김치가 최초로 판매된 유통업체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코스코 양판점의 하와이 분점들이다. 1백년 한인들의 미국 최초 이민이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시작됐듯이 미 주류시장내 김치판매도 하와이에서 태동된 것이다. 미국인들 사이 김치가 인기를 차지하게 된 것은 지난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의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를 제치고 국제식품규격 인정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원조 김치는 한국이라는 것이 미국인들 사이에 각인되면서 김치에 대한 인기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곧바로 제일제당과 두산이 미국인의 입맛에 어울리는 개량 김치(일명 김치 샐러드)를 개발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 성공했다. 이들 제품은 서부의 대형 유통매장에는 등장했지만 아직 동부엔 본격적으로 상륙하지 않고 있다. 미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개량 김치 ‘크런치 오리엔탈’은 특히 인기다. 제일제당의 미 현지법인인 CJ아메리카가 지난 4월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중심으로 시판에 들어간 이 제품은 내년 1월부터 뉴욕 등 동부와 시애틀 등 북부 캘리포니아 등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CJ아메리카는 당초 서부지역의 대형 슈퍼마켓인 랠프와 앨버슨에 각 50개씩 1백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졌으나 김치 취급 매장이 꾸준히 증가. 최근에는 랠프 1백70여개와 앨버슨 1백20여개 등 납품 매장이 3백개로 불어났다. 또 1천 상자로 예상했던 납품 물량이 4천2백 상자를 넘어 연말까지는 5천 상자를 돌파할 전망이다. CJ아메리카는 내년 판매 목표를 2만 상자로 늘려잡고 있으며 2005년까지는 미 전역에서 2천여개의 매장에서 김치를 팔 계획이다. CJ아메리카측은 “2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미국인 중 백인이 소수민족 음식에 관심이 많고, 김치가 히스패닉계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점 등을 파악했다”며 “1차로 시장성 등을 고려, 백인을 주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크런치 오리엔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김치를 씹을 때 ‘아삭아삭’하는 소리가 나는 것에서 착안된 것이다. 이 김치는 한국 사람들이 먹는 김치에 비해 맛이 마일드하며 무방부제, 무색소로 냉장고에서 6개월간 맛이 변치 않는 장점이 있다. CJ아메리카는 내년중 ‘김치 살사’를 출시하는 등 제품다양화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며 판매추이를 지켜 본 후 현지생산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병당 소비자 판매가는 3달러∼3달러50센트로 비즈니스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종가집 김치도 교민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 증가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미국인들 특히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이 애식하고 있다. 종가집 김치의 미국내 공급업체인 캘트라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협조하에 지난달 중국계 및 일본계 대형 마켓에서 ‘2001 김치 홍보행사’를 열고, 한국 김치 알리기에 본격 나서기도 했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한국의 김치수출 노력을 ‘김치 십자군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최근엔 교포주부 헬렌 김(52)씨가 사재 2백여만 달러를 털어 김치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여기에 가세했다. 세계 식품의 종합전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의 김치가 일본의 스시처럼 미국 사람들의 애호식품으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씨는 메릴랜드대학과 연방정부 농업연구소가 있는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에 김치박물관 설립을 추진중이다. 김씨는 “최근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2003년 말 완공을 목표로 내년 5월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부지 6천5백여평에 건평 8백평짜리 단층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다. 김씨는 박물관 뒷편에 김치 공장을 설립, 미국 동부지역에 김치를 공급할 마스터 플랜도 수립해 놓고 있다. 미국인들이 김치 맛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쪽으로 입맛이 바뀌고 있는데다 ▶발효 식품이 가져다주는 항암작용의 탁월한 효과 등 건강상의 이점도 상당 부분 고려되고 있으며 ▶한 번 맛들이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종의 중독성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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