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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寶 정태수씨 네아들 앞세워 재기 안간힘

韓寶 정태수씨 네아들 앞세워 재기 안간힘

장남 정종근
차남 정원근
삼남 정보근
사남 정한근
정태수 前 한보그룹 총회장
한보그룹 본사 전경
1997년 말 치욕적인 IMF사태를 불러온 외환위기의 시발점은 97년초 한보 부도로부터 시작됐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한보에 이어 진로·대농·기아자동차 등 간판급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면서 국제신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5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한보철강·㈜한보·한보에너지·상아제약·대동조선 등 한보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일반 의약품 회사인 상아제약은 녹십자에 인수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국내 7위 조선소인 대동조선은 중형 디젤엔진 전문업체인 STX(舊 쌍용중공업)에 인수돼 새해부터는 ‘STX조선’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보건설(옛 유원건설)도 지난해 재미교포가 이끄는 울트라컨에 인수돼 ‘울트라건설’로 사명을 바꾸고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보사태 진원지인 한보철강도 AK캐피털과 협상이 진행중이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과 그의 네 아들은 최근까지도 검찰과 법원을 오락가락하며 힘든 재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종업원은 머슴에 불과하다’ 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정태수 前 한보그룹 총회장은 은행 돈 5조7천억원을 빌려 당진제철소를 짓겠다는 뚝심을 발휘했지만 결국 온 국민에게 부담만 안겨줬다. 97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0년 9월 지병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정 전 총회장은 지병인 고혈압과 협심증·당뇨병 등 무려 아홉가지 지병에다 여러 합병증에 시달려 말년에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 전 총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너무 당당한 모습을 보여 의원들에게 혹독한 비난을 받기도 했고, 통 크기로 유명한 그는 사과상자에 돈을 넣어 전달한 ‘사과상자 뇌물’로비 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주력 계열사 매각 마무리 단계 정 전 총회장과 그의 네 아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재기 움직임이 여러 군데서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정 전 총회장은 아들만 4명이 있다. 그 중 3남인 정보근씨는 2000년 말 한보철강 인수를 의한 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향서를 받은 자산관리공사측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추가작업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보근씨가 아버지의 뜻을 잇고자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됐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당시 보근씨는 의향서에서 인수 자금으로 강남 수서의 땅과 한보그룹 전 계열사 보유지분 등을 담보로 조달할 계획도 밝혔는데, 이 자산들은 이미 담보로 금융기관에 묶여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추가담보 요건을 갖추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보근씨는 재기를 위해 한때 정 전 총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J모씨를 한보철강 임원으로 배치하려다 내부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정 전 총회장과 그의 네 아들은 최근까지도 국가 등을 상대로 ‘재산 되찾기 소송’을 벌이고 있으나 잇달아 패소하고 재산이 몰수되는 등 세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지검 외사부는 지난해 12월 이사회 결의 없이 한보그룹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한 정태수 전 총회장의 장남 종근씨(48)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종근씨는 ㈜대성목재 사장으로 있던 96년 8월∼97년 1월 이사회 및 자사 관리은행과의 협의 없이 부도 직전이라 부채 상환 가능성이 희박했던 ㈜한보·한보철강·상아제약 등 한보그룹 계열사에 2백20억원을 지원케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 1부는 정태수씨와 3남 보근씨 등 일가족 8명이 4백74억여원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반포세무서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경기도 안산시도 지난해 정태수씨의 아들 3형제가 보유한 안산시 부동산을 압류했다. 안산시에 따르면 2남 원근·3남 보근·4남 한근씨 등 3형제가 안산시 건건동 일대 41필지 9만5천512㎡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 3형제가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를 납부하지 않아 이들이 소유한 토지를 압류해 작년 말 경매에 부쳐 처분했다. 명지대를 나온 장남 정종근씨는 현재 영동전문대 이사장과 한보그룹의 목재·광관소그룹 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영동전문대는 한보그룹이 83년 강릉간호전문대를 인수해 교명을 바꾼 전문대학으로 초대 이사장은 정태수 총회장이 지냈고, 종근-보근-한근씨 등 세 아들이 번갈아 이사장을 맡았다가 지난 98년부터 종근씨가 이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정태수 전 총회장의 2남 원근씨(40)도 검찰과의 악연이 있다. 원근씨는 96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 카지노에서 30만 달러를 빌려 도박을 한 혐의(외환관리법 위반 및 상습도박)로 구속됐었다. 97년 초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이 사건은 당시 국내 지도층 인사들이 미국 카지노에 원정도박을 하면서 현지에서 거액의 돈을 빌린 뒤 국내에서 상환한다는 사건이었다. 원근씨는 이후 한보그룹의 상아제약·한맥유니온 등 제약소그룹을 운영해 오다 최근에는 상아제약마저 녹십자에 넘겼다. 한보그룹의 재기설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인물이 3남 정보근씨(39)다. 동국대와 미 보스턴대를 나온 보근씨는 정 전 총회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보근씨는 현재 껍데기만 남은 한보그룹 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부친이 열성을 보인 대한하키협회장 직함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요즘도 강남 대치동 한보그룹 사옥에 거의 매일 출근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한보그룹의 재산찾기 소송 등 굵직한 일은 거의 전부 보근씨가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근씨는 97년 초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아버지 정태수씨와 함께 구속됐었다.

네 아들 번갈아 감옥신세 4남 정한근씨(37)도 법정 앞에 서기는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 세간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한보라는 이름이 99년 또 다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한보그룹의 스위스 은행 비자금 은닉사건을 적발했다. 한보측은 러시아 내 천연가스전 개발 사업권 일부를 다국적 석유 메이저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에 은밀히 매각, 스위스 은행에 4백50만 달러를 예치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한보그룹의 에너지 부분을 맡고 있던 4남 한근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해외도피혐의로 구속됐었다. 한근씨는 현재 건설과 무역업을 겸하고 있는 ㈜한보무역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치동 한보사옥에 주 3∼4회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근씨는 최근 ㈜한보의 철근사업부문 매각을 위해 평화제철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철강 입찰에도 참여한 바 있는 평화제철의 배후는 중국의 베이야그룹이라는 소문이 나도는데, 재계에서는 동일한 회사가 전주(錢主)만 달리하면서 국내 철강회사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옛 한보그룹 계열의 철강사들에만 유독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정태수 전 총회장의 은닉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보그룹 붕괴의 진원지였던 한보철강 매각 작업도 채권단(주간사 자산관리공사)과 AK캐피털이 마무리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근 상장이 폐지된 연합철강 창업주 권철현(77) 회장의 한보철강에 대한 집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권회장은 지난 77년 복잡한 정치·경제적 사유로 자신이 세운 연합철강을 국제그룹에 넘겨야 했던 비운의 기업인이다. 현재 중후산업 회장인 그는 장남인 권호성씨가 이끄는 AK캐피털이 지난달 한보철강의 조건부 예비 낙찰자로 선정됨에 따라 철강업 복귀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권회장은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4∼5차례 다녀왔다”며 “철강을 해본 경영인으로서 한보철강 정상가동에 대한 자심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설업계 출신인 정태수 회장은 한보철강의 봉강·열연·냉연공장을 한꺼번에 가동시키려고 했던 게 바로 실패의 원인”이라며 “한보철강 인수 후에 현재 가동중인 봉강공장에서 수익을 내면서 시장상황 및 철강경기 변동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열연 및 냉연공장 가동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권회장은 한보철강의 인수 주체인 AK캐피털의 자금력에 대해서 “국내외 투자가로부터 인수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이미 상당 부분 자금이 확보됐다”면서 “투자가들이 보유중인 빌딩의 국내 자산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97년 환란사태를 가져온 한보그룹은 이제 주요 계열사들 매각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병마와 싸우고있는 정태수 전 총회장은 3남 보근씨를 중심으로 네 아들을 앞세워 재산찾기 소송과 재기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아직도 국내외에 은닉해둔 재산이 상당해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미 거의 모든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재산이 압류당하고 있어 껍데기만 남은 한보그룹의 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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