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사업, 사양 아니다!"
"의류사업, 사양 아니다!"
1만원짜리 2천만장 팔아 ㈜지오다노는 94년 5월 설립된 패션 벤처기업이다. 베이직&심플을 기본 컨셉으로 하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이다. 일신창투가 50%, 본사 격인 홍콩지오다노가 50% 투자했다. 홍콩브랜드를 라이선스하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1만원대 티셔츠를 선보이면서 출발했다. 첫해 매출은 20억원. 이듬해 1백억원·2000년에 1천9백억원·지난해에 2천5백억원(판매가격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7년 만에 1백배 성장한 셈이다. 1만원 안팎의 옷을 팔아 2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2천만장이 팔려나간 꼴이다. 단순계산으로 4천만명의 국민 절반 가량이 지난해 지오다노의 옷을 샀다는 얘기다. 한준석 사장은 지오다노의 강점에 대해 “품질·서비스·스피드·단순화”라고 거침 없이 말한다. 좋은 소재를 사용, 고품질을 지향하며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의 욕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여기다 차별화된 유통전략과 글로벌아웃소싱이 덧붙여진다. 지오다노에는 다른 회사와 달리 없는 게 많다. 우선 사장실이 없고 디자이너가 없다. 또 회전의자에 앉아 있을 법한 중역(임원)이 한 명도 없다. 회사 조직을 봐도 심플하다. 사장 밑에 지원본부가 있을 뿐 나머지는 영업·마케팅 등 팀별로 운영된다. 실무자-팀장-사장 체제의 단순한 조직으로 우선 의사결정이 빠르다. 위아래로 전달되는 정보도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직원 모두가 부서장급이 되는 격이다. 마케팅과 인적고유개발팀은 한사장이 직접 팀장을 하고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역할 수행이 맨투맨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사장 본인도 팀장 맡고 있어 한사장은 직원들에게 ‘생존자’라는 말을 쓸 정도로 터프한 면이 있다. 한사장은 탤런트와 성실성 두 가지를 갖춘 사람이 필요하며 탈락하는 사람들에 전혀 미련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지만, 그만큼 권한부여와 급여로 가장 합리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언제나 전체적인 톤을 보고 밸런스를 잃지 않는 한준석 사장은 혁신과 창의를 모든 매뉴얼에 내세운다. 기업은 혁신하기 위해 있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는 늘 과거와 현재를 조합시키고 발전시켜 앞서가는 경영인인 듯싶다. 그의 관심사도 온통 패션과 경영에 관한 것들이다. GE의 CEO였던 잭웰치를 본보기로 삼고 있으며, 맥도널드·월마트·배니건스·스타벅스 등의 경영방법을 가장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도 스타벅스의 경영방식을 소개한 「Pour your heart into it」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부터 패션과 연관돼 보인다고 할 정도다. 의류회사에 디자이너가 없는 게 다소 의아하게 생각된다고 하자 한사장은 거침없이 말한다. “의류사업은 예술이 아닙니다. 예술작품 같은 옷은 돈이 안 됩니다. 소수의 사람을 만족시킬수 있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망설임 없이 입을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전문디자이너의 경우 자기고집이 강하고 다수를 상대하기보다는 소수를 위한 디자인을 하죠. 그래서 자기 지향적이란 말들을 듣지요. 의류회사에서는 그런 전문디자이너가 굳이 필요 없습니다.” 전직원이 디자이너 지오다노에선 사장을 비롯 판매사원에 이르기까지 전사원이 디자인을 제안하고 헤드디자이너 격인 PD(Product Development/제품 개발자) 2명이 최종 디자인을 결정한다. 본사 직원을 비롯 판매장 직원들도 연령이 젊다. 의류회사답게 프레쉬한 인상을 주기 위해 기존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이제 막 학교를 나온 새내기들을 주로 뽑았다. 고정관념 없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많았다는 게 한사장의 설명. “‘싼게 비지떡’이려니 하고 외면했던 고객들을 불러모은 것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표방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이었죠. 다른 회사 제품과 어떻게 차별화를 할까를 항상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한사장이 가장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재고문제. 당시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은 생산량의 절반밖에 팔지 못했고, 그렇게 남은 재고가 의류업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땡처리·근수처리 등 유행어를 낳으며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였다. 재고를 없애기 위해 한사장은 스피드 경영을 도입했다. 판매 현황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발주를 하고 물류센터를 24시간 가동해 팔린 물건은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 없이 매장에 채워넣었다. 이 때문에 1천만장이 넘는 옷을 생산하고도 판매율이 95%를 넘었다. 현재도 물류공장에 남아 있는 재고량은 40일치 분량밖에 안 된다. 매장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백화점과 직영매장을 비롯 전국 60여 대리점 실내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했고, 정우성과 전지현 등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값싼 의류는 허름한 시장통에서 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싸구려’이미지를 풍기지 않는 쾌적한 쇼핑환경은 10∼20대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30∼40대를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글로벌아웃소싱 전략도 한몫 지오다노의 욱일승천 성공신화에는 이 회사의 글로벌아웃소싱 전략도 한몫을 했다. IMF 이전에는 거의 전부 해외공장에서 만든 옷을 들여왔다. 그러나 IMF로 환율이 크게 올라 해외생산량의 50%를 국내로 바꿨다. 그것도 단 6개월 만에 생산기지의 절반을 해외에서 국내로 바꾼 것이다. 이 비율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주로 동남아 공장에서 만들어 들여오고 있는데, 요즘은 중국산 옷의 품질이 크게 좋았다고 한다. 한국 내 생산분은 주로 화섬을 소재로 한 제품이 많고 소량다품종 품목은 국내서 만들고 있다. 요즘 그의 흥미 분야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역시 패션에 관한 ‘리테일링 프로덕트’라고 답한다. 다른 분야로 하고 싶은 것은 없냐는 질문에도 역시 패션 이외는 아직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A부터 Z까지 온통 패션을 말하고, 매장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들이 의도 속에 숨겨져 있다는 한사장은 패션을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과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대우서 의류수출 담당 경험 한사장은 대우맨 출신이다. 서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한사장은 80년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종합상사 ㈜대우에 입사했다. 평소 비즈니스맨으로 존경하던 김우중 회장이 이끌던 ㈜대우는 당시 인기 최고의 직장이었다. 한사장은 곧바로 의류수출팀에 지원하면서 의류와 인연을 맺었다. 역시 의류회사에서 시작해 대우그룹을 일군 김우중 회장처럼 의류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한사장은 87년부터 4년 동안은 ㈜대우 뉴욕현지법인에 근무하며 국제경영감각을 익혔다. 독립을 결심한 한사장은 92년 회사를 그만두고 의류 수출과 내수를 겸하는 신원엔터프라이즈를 2년 동안 운영했다. 신원엔터프라이즈는 수출이 5백만 달러 정도고 내수가 30억∼40억원 정도로 규모는 작았지만 실적은 괜찮았던 의류회사였다. 이때는 한사장이 직접 여성블라우스를 니트 단품류로 들고 백화점에 뛰어다니는 등 현장 실무를 배울수 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지금도 그는 품질사고나 바이어와의 트러블이 있을 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처순발력이 빠르다. 한사장은 이를 경험 삼아 94년 홍콩지오다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오다노를 설립했다. 한사장은 가정적으로도 다복하다. 비교적 일찌감치 결혼을 해 딸 둘을 두었는데, 큰 딸이 작년에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모녀 동문이 됐다. “집에서 딸을 부를 때 후배라고 부를 때도 있죠. 아버지와 딸이면서 서울대 같은 과 동문이기도 하고, 한참 대선배이기도 하니까요.” 회사 얘기를 할 때는 진지하기만 하던 한사장도 자식 얘기를 할 때는 평범하고 자상한 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한사장은 인생에서 그다지 실패한 경험이 없는 듯 보였다. 얼마 전에는 ‘성공시대’의 PD가 한사장을 찾아왔었다. 그를 이 프로에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한사장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던 담당PD는 포기했다. 한사장의 인생이 너무 순탄해 힘들었고 괴로웠던 시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오다노의 성공을 의류업계에서는 ‘신화’라고 일컫지만 한사장이 달려가고 있는 고지는 아직 높고 멀다. 그의 목표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한사장은 미국에 갭이 있고 일본에 유니크로가 있다면 국내에선 그 자리에 지오다노가 있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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