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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찬밥 신세, 로비용 주식만 살포”

"직원은 찬밥 신세, 로비용 주식만 살포”

‘윤태식 게이트’의 불똥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까지 번지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패스21의 직원들은 일손을 거의 놓은 상태다. 그간 회사의 핵심 간부들조차 윤씨의 대외 로비활동 내역을 잘 알지 못했으며, 지문 인식이라는 간판만 보고 입사한 젊은 기술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패스21의 직원P씨는 “매일매일 신문을 통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늘은 또 무슨 얘기가 터지나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그간 진행하던 사업 대부분이 스톱된 상태”라고 말했다. 연일 기자들이 다녀가고 검찰의 수사도 계속되자 직원들은 일할 맛을 완전히 잃은 상태다. 최근에는 패스21의 기술력에 대한 검찰의 검증 작업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의 박상영 기술연구소장은 “검찰이 지문인식 기술에 대한 자료 일체를 모두 수거해가 실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희대의 사기꾼’ 윤씨가 세운 회사가 과연 제대로 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에 검찰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로비 범위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관심이 크다. 과연 어느 선까지 수사가 이뤄질지, 어떤 이름이 나올지 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원들은 사실 그간 윤씨의 이같은 로비 행태를 알지 못했다. 윤씨가 외부 활동에 전념하는 것으로만 알았지 이 정도인지는 전혀 감지 못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반면 윤씨가 로비를 벌이면서 주식을 무차별 살포한 데 대해 직원들이 갖는 불만도 크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 기술 개발을 위해 밤샘 작업하는 우리에게는 주식 한 주 안 주고 외부의 엉뚱한 인사들에게는 회사 주식을 살포하고 다닌 것을 보고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 중 이 회사의 주식을 소지한 사람은 오수영 전무·박상영 소장 등 창업멤버가 전부다. 그간 진행되던 사업도 거의 정지 상태다. B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개발 중이던 신용카드 조회용 센서 및 솔루션 개발 작업도 용역 개시 3개월을 못 넘기고 중단된 상태. B사의 K과장은 “패스21 직원들은 신규 사업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 용역비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라 사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직 회사를 그만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해외영업 담당자중 한 명이 회사를 그만뒀지만 그는 얼마 전부터 유학을 결심해온 사람이라고 알려졌으며, 박준영 국정홍보처장이 인사청탁을 해 취업한 것으로 알려진 강모씨는 현재 출근을 않고 있다. 한편 패스21의 주식을 보유한 개미투자자들의 반발도 크다. 비상장 장외주식 전문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www.38.co.kr) 등에 개설된 ‘패스21 주주 동호회’에서는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얘기부터, 완전히 속았다는 글까지 제각각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주가의 끝도 없는 추락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주주들이 대부분이다. 한때 장외에서 80만원(약면가 5천원)을 호가하기도 했던 이 회사의 주식은 현재 2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나 실거래는 거의 없다. 한편 검찰의 수사가 윤씨의 로비 행각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윤씨의 사업 개시 배경과 사업 자금 조달처다. 윤씨는 98년 6월 지문인식 개발 벤처기업인 브라콤에 접근, 십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엔젤투자자’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과연 이 돈의 출처가 어디냐는 것이 의혹의 대상. 윤씨는 당시 뚜렷한 벌이가 없이 사기로 전전하고 있던 터였다. 수지김 사건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당시까지 윤씨는 중국의 한 업체가 만든 위조지폐 감식기를 자신이 만든 것처럼 속여 5천만원을 가로채기도 하고, 중국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주변 인사를 속여 1천만을 가로채는 등 사기로 연명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그가 십여억원의 사업 종자(種子)돈을 챙길만큼 대형 사기에 성공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윤씨를 여권실세 등에 소개한 것으로 드러난 김영렬 서울경제신문 사장은 D증권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았으나 이 돈의 행방은 묘연하다. 김사장의 부인이 소유한 사업체의 사업 확장에 쓴 것으로 김사장은 밝히고 있지만, 이 돈이 사전에 윤씨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씨가 김사장을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가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문제의 초점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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