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生保시장을 노려라!
 | 베이징의 런서우 본사 건물 | 중국의 WTO 가입과 개방 확대로 말미암아, 한국 기업들이 중국 생명보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엄청나게 커졌다. 특히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해 가면서 그동안 정부가 감당했던 사회보장기능의 상당부분을 생보사들이 맡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 ‘무한한’ 시장잠재력에 세계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현재 중국 생명보험시장에는 중국회사 5개·외자기업 3개·합작기업 7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새로 3개 유럽사가 영업허가를 받아 앞으로 외국사의 진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이 WTO 가입 조건으로 △3년 후 외국보험사의 지점설립 허용 및 영업지역 제한 철폐 △5년 후 외국계 보험사에 시장 전면개방 등을 합의했기 때문에 이처럼 외국 생보사들이 앞다투어 중국 진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실감이 더 난다. 더 이상 늦기전에 ‘중국시장에 터잡고 보자’는 식으로 수많은 외국보험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는 생보·손보 합쳐 26개사에 불과하지만 2010년께는 무려 2백개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물론 생명보험시장이다. 중국은 13억의 세계최대 인구대국이다.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1950년 50세에서 1990년에 71세를 돌파한 뒤 이미 70대 후반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구 자연증가율도 점차 낮아져 노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인구도 2009년이면 14억, 2020년에는 15억을 넘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생명보험의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보험회사들은 1995년 삼성화재·삼성생명을 필두로 6개사가 진출해 있으나, 실제 영업은 삼성화재만이 상하이(上海)지점 한 곳에서 하고 있을 뿐이다. 생보사 중 영업하는 회사는 아직 없다. 모두 사무소 형식으로 진출해 시장조사·영업인가 추진 등을 하고 있다. 강준영(姜俊暎) 삼성생명 베이징 대표는 “앞으로 중국의 생보시장은 200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이 예상된다”며 높은 저축률·사회보장제 축소·1가구 1자녀 제도 등을 지속 성장의 근거로 들었다. 베이징에서 직접 보는 중국의 사회보장 수준은 아직도 상당하다. 웬만한 병원은 보험 없이 가도 의료비가 아주 싸다. 양로보험도 잘 돼 있어 퇴직·은퇴 후 걱정이 비교적 덜하다. 이러다 보니 정작 보험업 발전 수준은 선진국은 물론 많은 개발도상국들보다도 못한 실정이다. 일례로 1997년 서방선진 7개국의 1인당 보험료는 최저 1백71달러, 최고 2천2백43달러에 달했으나 중국은 3.4달러였고, 2000년에도 고작 9.6달러에 그쳤다. 보험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서방 선진 7개국은 최저 1.89%, 최고 11.63%였으나 중국은 단지 0.82%였고, 2000년에도 1.8%에 불과했다. 중국인들에게 ‘보험 혜택은 정부가 해주는 게 아니라 개인이 준비하는 것’이란 인식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중국 보험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강대표에 따르면 그나마 중국의 생보시장은 런서우(人壽)·핑안(平安)·타이핑양(太平洋) 등이 각각 54%·31%·10%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빅3’의 과점체제로 외국사의 점유율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결국 외국기업의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라며 강대표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정서가 비슷한 만큼 서양회사들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때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한국 생보회사들의 중국 진출이 순탄한 것 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견제와 규제가 상당해 아직도 영업인가를 받는 데 애로가 많다. 현재 중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다른 외국계 생보사의 영업장소도 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로 한정돼 있고, 베이징은 아직도 미개방지로 남아 있다. 그 정도로 벽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생보사의 투지는 대단하다. 강대표는 “중국인들의 높은 저축성향으로 볼 때 앞으로 개인보험이 각광을 받을 여지가 크므로 ‘저축성 보험’이 잘 발달된 한국 상품이 히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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