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이율과 금리의 연관성 ‘결국 없어진다’
월세 이율과 금리의 연관성 ‘결국 없어진다’
■월세 이율과 금리= 월세 이율과 금리의 상관관계를 한 마디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변수가 많기 때문. 우리나라의 경우 월세를 전세금 기준으로 책정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야 금리가 올라가면 전세금에 대한 이자수익이 커져 월세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월세 주택 부족으로 월세 이율이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공급이 늘어 월세는 떨어진다. 당장은 정비례 관계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의 저금리는 월세 이율을 낮춰 서울 아파트 월세 이율이 지난해 6월 연 12.1% 선에서 10월 11.5%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10% 미만 월세이자 아파트도 속속 매물로 나온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자 집주인들이 월세 이율을 낮춰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 S아파트 34평형은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1백20만원에 월세 매물로 나왔다. 이 아파트의 전세 시세가 2억5천만원인데 보증금 4천만원을 제외한 2억1천만원에 대한 월세전환이율이 6.8%로 낮다. 월세전환이율이란 전세에서 월세로 바꿀 경우 월세로 전환된 전세금에 적용하는 이율. 전세금 1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증금 5천만원과 월 50만원에 임대했다면 월세전환이율은 월 1%(50만÷(1억원-5천만원)), 연 12%다. 전세 시세가 2억6천5백만원인 서초구 잠원동 K아파트 27평형은 보증금 1억원에 월 1백10만원에 월세 매물로 나와 있다. 보증금을 제외한 1억6천5백만원에 대한 월세전환이율은 9% 선으로 낮다. 전세 1억원인 마포구 성산동 S아파트 25평형은 보증금 5천만원과 월 4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임대시장이 철저히 월세 중심시장으로 재편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월세 이율과 금리의 연관성이 약해질 것이다. 월세가 정착되면 선진국처럼 집값을 기준으로 유지보수비·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해 임대료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럴 경우 금리수준과 큰 상관 없이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올라가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이사는 “순수 월세로 갈 경우 집주인이 관리비 일체를 부담해야 하는 등 부담이 늘어날 것이며 이 때문에 월세 이율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월세시장 동향과 전망= 지난 10여년 동안 월세 이율은 2% 정도가 관례적으로 적용돼 왔다. 99년까지만 해도 주택 월세 이율은 상가 오피스텔과 같았다. 당시 월세 아파트는 거의 없었고 월세는 대부분 다세대나 다가구주택 등에 적용됐다. 하지만 금리가 한 자릿수로 정착되면서 전세금에 대한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2001년 봄 이사철때 일시에 전세를 월세로 돌려 전세가 사라지는 ‘전세대란’이 초래됐다. 대신 월세시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당시 월세가 한떼 전체의 60%를 넘어서면서 중소형중심으로 월세아파트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월세가 늘면서 월세 이율은 하락을 거듭, 2000년 하반기에 1.5%수준으로 내렸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1.2∼1.3%수준으로, 하반기에는 월 1%, 연 12%로 정착됐다. 올들어서는 연 10%미만인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월세 이율 하락은 주택 전세시장 위축을 부를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과거와 달리 개인도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어 전세보증금이 아니라도 필요자금을 쉽게 조달할수 있는데다 저금리까지 겹쳐 전세를 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국내에만 있는 전세는 앞으로 계속해서 보증부 월세와 순수월세로 대체돼 10년 안에 전세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세 전환은 대세= 최근 서울 용산 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8백34가구)는 입주 2년이 다가오면서 집주인들이 앞다퉈 월세로 전환해 25·33평형은 전세가 아예 자취를 감췄고 49·50평형만 일부 전세로 나와 있다. 특히 이곳은 외국인 월세 수요층이 많아 월세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현재 25평형은 보증금 2천만원에 월 1백50만원, 33평형은 보증금 2천만원에 월 2백만원, 49·50평형은 보증금 없이 월 3백만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촌동 부동산뱅크측은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러시로 전세 물량이 거의 사라졌다”며 “대신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 비율을 높이고 월세를 줄이는 방법으로 집주인과 절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수년 안에 주택임대사업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중소형 아파트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중계동은 이미 전세는 자취를 감추고 월세 매물만 2∼3개월씩 쌓여 있다. 이래도 집주인들은 전세로 바꿀 생각을 않는다. 월세 이자가 최고 연 20%에서 10%로 떨어졌고 계약도 체결이 되지 않지만 집주인들은 고정수익이 나는 월세를 선호한다. 상계동에 사는 김모(60)씨는 지난해 초 퇴직금을 밑천으로 소형 아파트 5채를 구입한 뒤 월세를 놓고 있다. 중계동에서는 2000년 말 소형아파트 40여 가구를 구입, 월세 임대사업을 하는 대기업 퇴직자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상계동 뱅크부동산은 “경매를 통해 싼값의 주택을 낙찰받아 리모델링을 거친 후 월세 임대업을 사람이 많다”며 “이들은 대개 보증금 3천만원 선에 월 30만원씩 받아 은행금리의 2배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요 지역별 월세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계약 만료된 전세를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작년 12월 35.9%에서 지난 1월 36.5%로 높아졌고 실제 계약이 체결된 월세 비율도 15.9%에서 16.6%로 높아졌다. 체결된 임대계약의 경우도 작년 12월 전세 58%, 보증부월세 39.1%, 보증금 없는 순수 월세 3.0%였으나 1월에는 전세가 55.8%로 낮아진 반면 보증부월세 40.4%, 순수 월세 3.7%로 월세 비율이 늘었다. ■월세 전환 마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다가구주택(8평)에 보증금 3천3백만원에 전세 사는 서모씨(30·회사원)는 얼마 전 계약만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이 월세 10만원을 추가로 요구해 황당했다. 집주인이 “결혼은 언제 하느냐”며 은근히 나가달라는 뜻을 내비친 데 대해 “1∼2년 더 있겠다”고 하자 느닷없이 보증부월세를 통보한 것이다. 이미 전셋집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상태였고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이같은 갑작스런 월세 전환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많다. 집주인이 다짜고짜 전세가 얼마 올랐으니 매달 오른 만큼 월세로 50만원씩 더 내라고 하여 원만하던 관계가 서먹서먹해진다. 나가달라는 말보다 더 가슴 아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남편 승진이나 자식 취직 같은 기쁜 소식을 이웃과 나누는 광경을 보기도 힘들다. 모두 ‘경기가 나빠져 살기 힘들다’는 소리만 한다.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는데 혹여 집주인이 알기라도 하면 월세로 얼마씩 더내라고 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기까지 한다. 지난 2000년 3월 입주한 마포 성산2동 풍림 25평형에 전세 사는 박모(38)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 오름폭 5천만원에 대해 월 50만원씩 월세를 요구해 주인과 한바탕 벌이고 다른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인근 유원부동산의 설부금 대표는 “재계약을 앞둔 집주인들이 대부분 오른 가격만큼 월세로 낼 것을 요구하고 있어 월 50만원대의 월세를 부담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쫓겨나다시피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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