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중소기업은 임금·인력난 가중…96.8%가 반대

중소기업은 임금·인력난 가중…96.8%가 반대

은행권이 오는 7월부터 근무시간을 단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본격적인 주 5일 근무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이로써 각 사업장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탄력을 받게 됐으며 여가문화의 활성화 등 일상 곳곳에 일파만파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주 5일제는 가정과 기업,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다.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내수산업이 활성화하고,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호텔·항공·레저업·전원주택 개발사업은 활황을 이루는 반면 간식산업·운수업·건설업 등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중소영세업체의 경우 인력이 빠져나가고 경영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 속 탄다=은행들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결정된 지난달 23일 오후와 24일 오전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에는 “토요일에 은행이 쉬면 금융거래는 어떻게 하느냐” “앞으로 기업경영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은행권이 오는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전격합의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일은 적게하고 임금은 똑같이 지급하게 돼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다.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납품단가 및 납기일 준수를 위해 일반적으로 기존인력에 대해 초과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로 인한 임금인상 효과는 16.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애로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중소제조업의 인력부족현상은 여전히 심각해 전체 중소기업의 76.6%가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평균 인력부족률은 7.6%에 달하고 있으며, 젊은 기술인력의 제조업 취업기피로 40대 이상의 중장년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서 공장을 돌리고 있다. 기술을 가진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제조업의 특성상 자동화로는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데다 자동화 설비도입에는 많은 자금과 시간이 소요돼 중소기업이 쉽게 추진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주 5일 근무제 도입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법정 근로시간 단축→인건비 상승→실근로시간 불변→시간당임금 상승→초과근로시간 증가→원가 상승→수익성 매출액 감소→경쟁력 약화→잉여인력 발생→고용감소의 고리를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중소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지역중소기업들은 주 5일 근무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중소기업의 96.8%는 향후에도 현 조건으론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중소기업들은 사회보장 분담금 인하. 고용유지 및 고용확대에 따른 특별지원금 지급,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특별지원금 지급, 시설자동화 등에 대한 저리융자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협중앙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은행권의 주 5일 근무 실시는 경제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중소기업들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지 않는 경우 누가 근무하려고 하겠냐”며 향후 파장을 걱정했다. ◆영업·인사파트는 찬성, 생산부서는 반대=대기업간, 중소기업간에도 주 5일제 근무 도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은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사들은 내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운송·레저·백화점 등 내수 비중이 높은 그룹들의 경우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매출 증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회사 내부에서도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심하다. 인사·노무담당 부서와 매출 증대가 예상되는 국내 영업파트는 도입에 찬성하는 반면, 생산직 파트와 재경부서에서는 비용증대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 부서의 경우 노사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개별노조 차원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이 문제가 쟁점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사측과 노조 사이에서는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며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은 노조를 설득할 카드가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중소기업간에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과 도입하지 않는 기업간에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 외국인 근로자들조차 고용하기 어려운 영세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사무직과 생산직간에도 마찰의 불씨는 남아 있다. 생산직들의 경우 토요 휴무제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 5일 근무제 도입과정에서 휴일수당 결정 및 급여보전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전무는 “기업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노사정 협의를 통해 일괄적으로 주 5일제를 도입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의 사회갈등까지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업계에도 불똥=금융권의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외환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가 243개 중소무역업체를 대상으로 ‘금융권 주 5일 근무에 따른 외환거래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 96개사(39.5%)가 “토요일에 은행 네고업무를 할 수 없어 완제품 구매 등을 위한 긴급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51개사(21%)는 수출입 결제형태별 거래 가운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송금 방식 수출의 경우 입금확인과 환전이 불가능해 자금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고, 27개사(11.1%)는 네고 금액을 무역금융융자와 이자상환에 사용하고 있는데 토요휴무로 3일간의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며 이를 은행권이 해결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8월, 11월에는 토요일이 월말이어서 운송·통관·선적·매입업무가 집중돼 일시적으로 물류체계에 혼란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임성호 차장은 “무역업체들을 대상으로 은행의 토요휴무에 따른 파장을 조사하고 있으며 외화매입과 국내업체간 신용장 개설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 등 종합상사들도 외환거래는 토요일에 거의 하지 않아 문제가 별로 없지만 회사채나 어음 등의 만기가 토요일과 겹칠 경우 금요일 선결제를 하게 되어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공동화와 경상수지 악화도 우려= 주 5일 근무제는 서비스업으로의 인력이탈과 해외로의 공장이전을 촉진해 제조업 공동화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주 5일 근무제로 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인건비 상승요인이 생길 경우 많은 기업이 공장을 중국 등지로 이전, 산업공동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주 5일제 근무 실시로 여가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프라구축과 상품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상수지 악화도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소득이 증가하고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여가시간이 많아지면 레저·관광·오락문화·의료·교육 등 서비스 소비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내서비스 상품이 미비해 서비스 소비지출이 국외에서 이뤄질 경우 소증가는 국내 생산 및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경상수지만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그림의 떡=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31일 회장단회의를 열고 금융권 노사와 일부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키로 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관련법 개정 이전에 개별적인 주 5일제 도입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이 제도의 조기도입에 반대의 목소리를 계속 높이고 있다. 김영수 기협중앙회장은 “주말을 쉬게 되면 단기적으로 소비가 늘어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벌써 샴페인을 터뜨릴 시기는 아니다”면서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자칫 삶의 터전을 잃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차원에서 금융·세제·인력 등 부분별로 지원방안을 마련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도입업체에게 투자세액 공제를 확대해 주고 근로소득 추가 공제, 준조세성 부담금의 감면 등의 혜택을 지원하며 산재·고용·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부담금의 경감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도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줄이거나 주 5일 근무에 따라 부상하게 될 여행·레저·교육·의식 등에로 업종전환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기협중앙회 홍순영 상무는 “주 5일 근무제가 대세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노사정이 이른 시일내 공동합의를 이뤄 중소기업들이 겪게 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업무효율 저하 부담에…대기업 10곳 중 3곳만 60세 이상 고용

2尹대통령 내외 사리반환 기념식 참석…"한미관계 가까워져 해결 실마리"

3 대통령실, 의료계에 "전제조건 없이 대화 위한 만남 제안한다"

4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5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6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7"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8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9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실시간 뉴스

1업무효율 저하 부담에…대기업 10곳 중 3곳만 60세 이상 고용

2尹대통령 내외 사리반환 기념식 참석…"한미관계 가까워져 해결 실마리"

3 대통령실, 의료계에 "전제조건 없이 대화 위한 만남 제안한다"

4이복현 금감원장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할 계획"

5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