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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市政의 키워드는 '개발'

이명박 서울市政의 키워드는 '개발'

‘CEO(최고경영자) 시장’이 등장했다. 경제학자(조순 전 시장), 행정전문가(고건 현 시장)에 이어 ‘경제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샐러리맨의 신화’ 이명박이 서울을 접수했다. 그의 서울시 입성은 서울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콘크리트 복개로 사라진 지 반세기 만에 청계천이 모습을 드러내게 생겼다. 현대건설 재직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는 서울의 강남 개발을 선도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강남북의 균형 개발을 서울의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다. 강남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한 개발시대의 한 주역으로서 부채감의 청산이랄까? 그가 예고한 시정의 키워드는 여전히 개발이다. 1999년 아태환경NGO 한국본부 총재를 맡고 환경에 눈뜨면서 여기에 환경을 추가했다. 청계천 복원은 이 두 키워드가 어우러질 수도 있는 ‘가나안 복지(福地)’다. 그는 청계천의 복원으로 서울이 환경은 물론 문화와 경제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실론자들의 이유 있는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을 꼭 복원해야 한다면 그보다 적임자를 찾기도 어렵다. ‘현대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에 대해서는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는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고 손을 내젓는다. 70년대 서울시내 무허가 판잣집들을 없애고 철거당한 사람들을 새 위성도시 광주대단지(지금의 성남시)로 집단 이주시키려던 김현옥(전 서울시장)과 양택식(전 서울시장)은 추진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부작용으로 ‘민중 봉기’에 봉착했었다. 서울시청 공무원들은 대체로 ‘역대 최악의 시장’으로 조순, ‘역대 최고의 시장’으로 고건을 꼽는다. ‘CEO 시장’을 표방한 이명박 당선자는 어떤 점수를 받게 될까?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을 ‘CEO형 단체장’으로 포장하는 데 주력했다. 기업에서 익힌 경영기법을 행정에 접목시켜 서울시를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예산의 투자효율성을 높이면 서울시의 연간 예산 11조원 중 1조원은 줄일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 돈으로 강남북 격차 해소 등의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해마다 집행하는 예산 규모는 산하조직까지 합하면 15조원이 넘는다. 그가 제시한 예산 절감의 포인트는 ▶민간 위탁(기업으로 치면 아웃소싱) ▶새 공법의 도입 ▶인센티브제 도입을 전제로 한 서울시 공무원 대상 비용절감 아이디어 공모 등이다.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아웃소싱·신기술 도입을 시정에 대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건설 관련 사업이 많아 그의 건설회사 경영 노하우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당선자는 건설에 관한 한 ‘빠끔이’”라며 “원가분석부터 공법까지 두루 꿰고 있는 사람이라 이 분야만큼은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적시한 비용절감 아이디어는 ▶매립지에 버려지면서도 운반비·매립비 등 부대비용이 드는 폐아스콘의 재활용 ▶한강다리 페인트칠에 특수공법 도입 ▶현재 계획 중인 4개 권역별 물류유통단지에의 민자 유치 등이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에 밝은 사람들은 비용절감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시청 관계자는 고건 시장과 대비시켜 말했다. “고시장은 관료사회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정책을 추진할 때 공무원들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했어요. 반면 이당선자는 현대그룹에서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공격적인 스타일로 경영을 해온 사람입니다. 그가 시청 공무원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죠.” 이당선자의 핵심 공약은 강북과 강남 간의 격차 해소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이후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첨예화됐다. 이당선자는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크게 4가지로 뭉뚱그린다. 경제 격차·교육 격차·주거 격차·재정 격차 등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교육 격차와 주거 격차. 강남과 강북지역의 격차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집값과 교육 여건이다. 그의 주거 격차 해소 공약부터 보자. 그는 주거 격차 해소방안으로 ▶불량주택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 및 절차 간소화 ▶노후아파트 등의 리모델링을 위한 1천억원의 기금 조성 ▶지하철 10호선 강북 중심 통과 검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거 격차 해소의 관건은 강북지역의 개발이다. 강남권의 생활기반의 질을 억지로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강북권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은 강북권의 부동산값이 오르는 것을 함축한다. 이당선자가 제시한 주거 격차 해소는 대의(大義)는 좋지만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 시장의 원리에 맞느냐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는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시각이 많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강남의 집값을 끌어내리거나 강북지역의 집값을 올리는 길이 있는데, 강남을 대신할 만한 지역이 서울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강북권에 재개발·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공약이 자칫 한풀 꺾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유리하게 작용하면 지금보다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교육 격차 해소도 난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당선자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자립형 사립고·외국인 학교 유치 ▶외국어 체험마을 수도권 신설 및 외국 우수고 자매결연 ▶우수 입시계 학원 강북 유치 등을 제시했다. 핵심은 ‘외국어 교육’과 ‘유명학원의 강북 유치’이다. 유명학원의 강북 유치를 위해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발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L씨는 “유명학원이 강남에 모이는 것은 학원의 입장에서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제상의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유명학원이 강북으로 쉽게 옮겨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CEO 시장’ 이명박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총론을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각론적 접근-액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자체 공무원 중 가장 까다롭다는 시청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대대적인 비용절감은 이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그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북아 시대의 서울은 도쿄·베이징 등과 경쟁해야 한다. 그가 그려보인 청사진이 그의 재임기간에 1백%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성신여대 경제학과의 강석훈 교수는 “지방행정의 다양한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선거 전 공약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전문가들에게 재검토를 맡겨 현실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CEO는 민주적인 지도자가 아니다. 개방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의 추진에 적합한 리더십일 수는 있어도 그가 선거운동 기간 외친 ‘서민을 위한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풀빵 장수 출신’ 시장이라고 눈물 젖은 풀빵에만 눈을 돌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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