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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국가 위상, 고가품 수출로 연결해야

높아진 국가 위상, 고가품 수출로 연결해야

우리나라는 한·일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도달한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한국 축구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TV 시청자수·방문객수·기자단 규모에서 사상 최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연인원 기준으로 전세계 4백20억명 이상이 TV로 월드컵대회를 시청했고, 1백60만명이 경기를 직접 관람하였으며, 1만명 이상의 기자단이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 등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대회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유·무형의 파급효과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령, 이번 월드컵 대회를 전후한 건설·소비 등에 미친 효과 외에도 월드컵 대회에서의 선전으로 외환위기 국가라는 종전의 이미지를 극복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대표팀의 선전과 길거리 응원 등도 한국의 역동성과 순수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성과로 판단된다.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은 ‘포스트 월드컵(월드컵 이후)’이다. 즉,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강인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세계 축구 팬들에게 보여주었고, 우리 국민들은 열정·일체감·질서 정연함 등을 세계에 보여주었지만, 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도 월드컵 이후 큰 부작용 없이 한 단계 성숙된 경제로 도약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된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월드컵 이후 성공적으로 도약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월드컵 이후 우리가 갖게 된 자신감을 ‘경제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하여 월드컵 이후 한국의 FIFA 랭킹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우리의 경제 순위도 올라갈 수 있도록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할 필요가 있다. FIFA 순위가 1위부터 50위까지인 국가를 대상으로 축구 순위와 일인당 GDP 사이의 상관계수를 구해 보면, 축구 순위가 높을수록 1인당 GDP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1∼10위권만 보면 축구 순위가 높으면 오히려 경제가 좋지 않은 결과도 발생한다. 이러한 사실은 월드컵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월드컵 순위 향상에 따른 이미지 제고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시스템이 사전에 잘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월드컵 이후 조기에 일상으로 돌아가서 수출경쟁력 제고와 내수시장의 효율화, 구조조정의 마무리 등 현안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전체 사회에 실익이 되고 경쟁력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확립하여 구사할 필요가 있다. 둘째, Korea Brand의 위상강화를 수출 확대와 고가제품 비중 증대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월드컵 대회의 마케팅 효과는 올림픽보다도 높은 편이다. 월드컵 대회 기간은 약 30일 정도로 올림픽 개최 기간의 약 2배에 달하고, 시청 인구수도 올림픽 대회를 크게 상회한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월드컵 대회에서의 선전은 각국 관람객과 시청자들에게 우리 기업과 제품에 대한 인지도 및 이미지를 제고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카콜라나 아디다스·후지필름 등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대회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인지도를 제고하면서 세계적 브랜드로 입지를 구축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사례가 된다. 이러한 이미지 제고가 지속적인 수출 증대와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M/S) 확대로 연결되려면 수출촉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정부·기업간 협력을 통한 국가마케팅 필요 무엇보다도 월드컵으로 인한 수출 유발효과를 높이면서 수출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우리 제품의 인지도 상승에 상응하는 제품의 품질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은 출혈 경쟁·중복 진출·저가·저품질에서 탈피하여 세계적 일류브랜드를 육성하여야 된다. 일본의 고품질, 프랑스의 감성, 스위스의 정밀성 등과 같은 한국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시장별 특성에 맞추어 전략 수출품목을 육성하고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여야 된다. 정부도 기업수출현장을 수시 점검하여 수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비관세장벽의 개선 등 통상협력과 전시회·시장개척 등 수출지원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국가마케팅을 실시하고 미개척 지역에 대한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등 국가간 스포츠·문화이벤트 교류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이러한 수출증대 노력과 더불어 창의적인 인력 육성, 내수시장의 확충, 비즈니스모델의 혁신 등을 통해 관광산업·문화콘텐츠 등 아이디어·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여야 된다. 셋째, 경기장 시설의 사후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2조3천억원을 투입하여 건설한 10개 경기장의 사후 활용이 미흡하게 되면 재정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장 관리운영 주체를 민간이나 제3섹터에 위탁하는 등 관리운영 주체를 다양화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금년 6월에 삼성경제연구소 인터넷 회원을 대상으로 월드컵 경기장의 사후 활용방안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42.9%가 공익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제3섹터 방식을, 30.1%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업체에서 위탁운영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또한 동북아 3국 대항전이나 주요국의 클럽팀간 시합 등을 기획하여 지역별 프로축구단과 연계하여 활용도를 제고하고, 부대시설을 종합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암경기장은 경기장 내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 외에 주변시설 및 인근지역과의 연계 개발, 시설변경을 위한 추가 투자 등을 검토하여 서울의 종합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사회분위기 이완을 방지하여 경제의 역동성(dynamism)을 유지하여야 된다. 월드컵 대회 이후 관심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일시적 허탈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허탈감과 무력감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사회분위기 이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에도 우리 경제의 수출 증가율이 88년 28.4%에서 89년에는 7.5%로 둔화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수출 활력은 크게 약화되고,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만 급등한 적이 있다. 게다가 선거정국과 맞물려 노사분규 등이 재발할 경우 생산차질도 예상된다.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드컵으로 조성된 국민적 열기를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민간 주도로 國格 고양과 사회통합 운동을 전개하고, 정부는 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월드컵 대회를 통한 우리 국민들의 하나됨의 모습은 이제까지 한국 사회의 병폐였던 지역주의와 연고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정부정책도 관 주도 하향식 정책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민간의 역동성을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솔선하여 혁신을 지속하고 국민의 요구를 발전적으로 수용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자기 책임과 창의성 발휘를 극대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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