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충격에 신용잔고 2조 증발…빚투·테마주 활개 여전
[폭락장 공포 그 이후]③
‘빚투’ 방식 투자 손실 위험 커…“가용자금 거래 바람직해”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증시가 지난 8월 5일 폭락장에 휘청이면서 국내 증시에서 신용잔고가 2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대량 청산되며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여전히 국내 증시에는 테마주·빚투 움직임이 포착되며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5일 19조2941억원에 달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이날 폭락장 이후 3거래일째인 8일 17조1268억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번 폭락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다소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증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담보유지비율 등을 지키지 못해 대량의 반대매매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주가에 따라 산정되는 계좌 평가금액 대비 대출금액은 회사가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하는데, 주가가 하락해 이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면 투자자는 추가로 담보를 납부해야 한다.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융자금 상환 기일 전이라도 증권사가 담보물(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반대매매의 규모도 근래 보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았다. 폭락장 바로 다음 거래일인 지난 8월 6일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433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영풍제지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3일은 장기간 시세 조종 타깃이 된 영풍제지의 7거래일 연속 하한가가 풀리며, 증권사가 반대매매로 내놓은 주식 물량이 대거 강제 청산된 날이었다.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 433억은 지난달 2일 44억원, 5일 76억원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금투협 통계에는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만 포함되고 증권사에서 투자금을 빌리는 신용융자거래나 차액결제거래(CFD) 등에 따른 것은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 반대매매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수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만기를 보통 3개월 안팎으로 설정하는 신용융자 거래와는 구분된다.
일각에서는 2조원이나 되는 신용잔고 감소가 반대매매뿐 아니라 폭락장에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빌린 돈부터 빠르게 청산한 움직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실제 8월 5일 폭락장이 왔을 때 코스피는 8.77% 내렸고 코스닥은 무려 11.3%나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4%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8.3% 내렸다. 투자자들이 겁을 낼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얘기다.
폭락장 이후에도 빚투·테마주 활개…“위험성 더 크다”
문제는 폭락장 이후에도 빚투 움직임이 여전히 포착됐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금융상품에 빚투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의 잔고율은 하락장 이후 8월 8일부터 본격적으로 늘었다. 해당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의 신용잔고비율은 지난달 7일 기준 6.43%였지만 8일에는 7.78%로 올랐고 이후 19일에는 11.74%까지 치솟았다. 8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동안 기관은 이 인버스 ETF를 약 209억6000만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146억90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하락장에 베팅한 셈이다.
높은 수준의 빚투가 유지되자 증권사가 나서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의 신용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해당 ETF를 8월 21일부터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지정하고 증거금 100%를 적용했다.
테마주 투자도 여전히 활개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코로나19·엠폭스 재확산 테마 관련주가 과열 양상이 지속되면서 8월 21일 한국거래소는 테마주의 이상 급등과 관련한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한 투자 피해를 예방하고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투자유의안내를 발동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바이오 연관 사업 진출 등 관련 수혜주라는 허위·과장성 풍문에 편승한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용융자를 활용한 테마주 투자는 더욱 주의를 요한다. 이러한 투자 행태가 국내 증시 전반의 흐름과 별개로 하한가가 급증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변동성이 큰 테마주의 신용융자 잔액이 증가했고, 주가 하락 시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되면서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빚투 자체가 굉장히 위험성이 높은 투자 방식이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빚투는 위험이 높은 투자 방식이기 때문에 8월 폭락 장세와 같은 예측하기 힘든 이벤트가 미래에 또다시 발생할 위험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8월 폭락 장세에 뚜렷한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엄청나게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반대매매가 일어나면서 회복할 수 없는 그런 단계로 가버린 투자자들이 꽤 있었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결국 그만큼의 대가로 투자 손실의 위험성을 더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가급적이면 가용 자금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더 바람직한 거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51회 로또 1등 ‘2, 3, 9, 15, 27, 29’…보너스 ‘8’
2“‘골절’도 예방이 됩니다”…가족력 있는 여성은 골다공증 관리해야
3美 메가밀리언 복권 잭폿 1조2500억원 돌파…연말 당첨 기대감 ↑
4선관위,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 금지…‘내란 공범’ 표현은 허용
5美 셧다운 위기 넘겼다…‘트럼프 요구’ 부채한도 제외 예산안 통과
6 美 상원 임시예산안 통과, 바이든 서명 앞둬…셧다운 모면
7“임원도 이코노미 타라”…LG에너지솔루션, 위기경영 체제로 전환
8“닛케이 밸류업 이유 있었네”…日기업 올해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
9“젊은 대원에 1110만원 지원”…日 자위대 인력난 ‘허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