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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학벌·집안배경 두루 갖춘 국제 스포츠계 ‘닥터 정’

돈·학벌·집안배경 두루 갖춘 국제 스포츠계 ‘닥터 정’

정몽준 의원
월드컵 성공과 ‘4강 신화’를 만들어낸 정몽준 의원에 대한 지지가 급상승하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선 출마를 위한 신당 창당이 임박했다는 성급한 전망을 하기도 한다. 정몽준 의원. 그는 확실히 복 많고 직함이 많은 인물이다. 4선의원인 그에게는 대한축구협회장(KFA), FIFA 부회장, 월드컵공동조직위원장, 울산대 이사장, 아산재단 이사장 등 수십개의 직함이 따라붙는다. 정몽준 의원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6남으로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그의 집은 중구 장충동이었다. 그래서 그는 장충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어린 시절 장충동 집에 백기완씨가 가끔 놀러와 밥을 먹고 간 것을 기억한다. 역시 그와 함께 거론되는 박근혜 의원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두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 70년 중앙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75년 졸업했다. 졸업과 함께 ROTC(13기)로 입대, 77년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했다. 군복무를 마친 그는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났고, 컬럼비아대에 만족하지 못하고 6개월 만에 MIT로 옮겨 경영학 석사를 받는다. 79년 귀국한 그는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쌓기 시작했다. 82년 31살의 나이로 현대중공업 사장에 취임했다. 83년 울산대학교 이사장을 맡으면서 대한양궁협회장과 세계양국협회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국내외 스포츠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국제스포츠계 ‘닥터 정’ 정주영 명예회장은 생전에 외국 출장길에 오를 때면 똑똑한 아들 정몽준 의원을 자주 데리고 다녔다. 그는 아버지의 영어 통역을 맡았다. 부친을 따라다니며 외국 저명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되고 친분을 쌓았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 헨리 키신저 등과도 친분을 쌓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가장 친하다. 요르단 특전사령관과 축구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압둘라 국왕의 겸손하고 성실한 점에 반했기 때문이다. ‘닥터 정’ 국제 스포츠계에선 정의원을 이렇게 부른다. 지난 96년 스위스 취리히 돌더그랜드 호텔에서 월드컵 공동개최를 확정지은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월드컵 유치는 정몽준 의원이 지난 9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내건 공약이었다. 상대국인 일본은 2년 전인 91년부터 조직적인 유치전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주위의 표정도 썰렁하기만 했다. ‘너무 늦지 않았느냐’ ‘상대가 너무 힘겹다’며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었다. 그는 FIFA 집행위원들이 “한국에서 월드컵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을 때마다 “한국은 88년에도 올림픽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고, 이 말은 FIFA 집행위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부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81년 당시 88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면서 그를 데리고 다녔다.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순간에도 그는 그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 아버지를 도와 올림픽 유치에 일조를 한 경험이 훗날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 셈이다. 정몽준 의원은 월드컵 유치전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94년 이후 96년 5월31일까지 4백여일을 외국출장으로 보냈다. 이 기간에 움직인 거리는 무려 2백40만㎞. 하지만 그는 정부 고위직 인사가 ‘월드컵이 뭐냐?’고 물을 정도로 척박한 땅에서 결국 축구의 씨앗을 뿌렸다. 공동개최는 시작에 불과했다. 98년 11월6일 쓰레기장이던 난지도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 기공식을 갖는 것을 비롯해 97년 16개 도시가 경합한 국내 유치도시를 10개로 추리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동개최를 하면서도 서로 실리를 챙기기 위한 신경전을 펼쳤다. 96년 11월8일 양국은 실무회의를 통해 ▶한국, 개막식과 본선 조 추첨 ▶일본, 결승전과 예선 조 추첨을 확정했다. 정몽준 의원은 히딩크 영입을 통해 다시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정의원은 뚝심으로 히딩크를 적극 밀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4강 진출이라는 큰 선물로 보답했다. 정의원은 아시아에선 1명밖에 없는 FIFA 부회장이다. 30억 아시아인을 대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FIFA 부회장 자격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회사 일로 다니는 것보다 만나는 사람도 다양하고 보고 듣는 게 많다고 한다. 농담이긴 해도 FIFA 일을 1년만 하면 박사학위 하나를 따는 것과 같다는 말도 나온다. FIFA 부회장 일이 퍼블릭 서비스에 포함되는 일이니 국회의원·회사·대학재단 운용에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의원은 “FIFA 부회장이란 자리가 바깥 세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학구적이면서도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81년 11대 총선 출마를 노렸으나 여의치 않자 85년 12대 총선 당시 울산 출마를 준비했으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그를 불러 출마를 만류했다. 12대 국회 진입에도 실패하자 그는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해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3대 국회 진입에 성공한 뒤 울산에서 내리 4선을 기록 중이다. 정의원은 주로 국방·외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FIFA 부회장에 당선된 후에 그는 주로 국제 스포츠 무대 활동에 주력해 왔다. 상대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국회 활동은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급기야 2000년 2월 시민연대는 국회참석률 저조를 이유로 정몽준 의원을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대부분의 낙선 대상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과 달리 시민연대를 찾아가 ‘시민연대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열심히 국회활동을 하겠다’고 말해 오히려 시민연대 관계자들이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외무장관보다 지명도 높아 정몽준 의원은 한국인 중 김대중 대통령 다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한승주 前 외무장관은 98년 정몽준 의원 후원회에 참석해 “외무장관을 지낸 내가 대통령 다음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명도가 높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정몽준 의원이 나보다 더 유명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잠재적 대선 주자는 정몽준 의원과 박근혜 의원·고건 전 서울시장 등이다. 이들 다섯 사람 중 정몽준 의원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기준에서 보면 가장 경쟁력이 있다. 지난 3월 초 한국갤럽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은 이미지 평가 7개 부문에서 국가경영능력·포용력·지도력·결단력 등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정 전망 7개부문 중 경제안정·정치안정·지역감정 완화 등 5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정몽준 의원은 경제이론과 실물경제에도 밝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종업원 3만명이 넘는 현대중공업을 경영해 경제 마인드에 투철하다. 경제학자나 경제관료와 경제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벌일 만한 실력도 갖추었다. 일부에서는 그가 아랫사람을 종종 혹독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젊은 나이에 일찍 기업 오너가 됐고 냉혹한 기업 윤리를 몸에 익혔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정몽준 의원은 미 MIT 유학 시절 부인 김영명씨를 만났다. 김영명씨는 당시 MIT대의 자매학교인 웨즐리 여자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의 넷째 형수가 김영명 언니와 친구여서 두 사람을 만나게 주선했다. 김영명씨는 알려진 것처럼 주일대사·주미대사·외무장관을 지낸 김동조씨의 딸이다. 김영명씨는 세살 때 주일대사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전부 미국에서 마쳤다. 정의원은 외국 출장을 갈 때 부인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인이 자기보다 영어를 더 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영명씨는 정의원과 결혼해 4남매를 낳았다. 장남은 연세대 2학년이고 늦둥이로 본 막내는 7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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