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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網’사업이면 다 한다!…재계의 스파이더맨 SK

‘網’사업이면 다 한다!…재계의 스파이더맨 SK

요즘 재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그룹은 단연 SK다. 얼마 전 KT 민영화 과정에서 10%에 가까운 지분을 취득했고, 최근 전북카드·인터넷 포탈업체인 라이코스·두루넷 전용망사업권 등을 인수하는 등 확장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7월21일에는 인터넷 증권사이트인 팍스넷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몸집 불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SK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히 인수합병에 피치를 올리는 때문만은 아니다. SK의 사업 구성을 잘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네트워크다. SK 그룹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망과 관계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요즘 SK를 보면 스파이더맨이 생각 난다. 곳곳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물을 쳐 놓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실제로 SK의 주력사업인 에너지나 통신사업은 모두 망사업이다. 얼마나 많은 망(네트워크)을 가지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 이 분야에서 SK텔레콤과 SK㈜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1천6백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SK㈜는 전국에 3천7백여개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엔크린 보너스 카드 고객이 9백만명, OK캐쉬백 서비스 가입자가 1천8백만명이다. 중복된 가입자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2천만명 정도의 고객이 SK망에 들어와 있다. SK가스도 전국 11개 자회사에 2백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금융관련 고객도 2백만 가입자가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네트워크가 크다는 것은 단순히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 이상이다. 현재 SK텔레콤이 1천6백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고, 2002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천억원이 넘는 우량기업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힘은 현재 수익에 있지 않다. 권재욱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네트워크는 그 특성상 한번 선택하면 좀처럼 바꾸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따라서 SK텔레콤도 인수합병 등의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이동통신이나 그와 관련된 분야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을 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번 순위가 정해진 망사업은 좀처럼 뒤바뀌지 않는다는 것. 1천6백만명의 가입자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가능하다. 또 이들을 기반으로 한 각종 유·무선 통신서비스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무선 서비스 등 앞으로 일어날 경제활동의 큰 자산이 된다. 지난 7월15일 발표한 SK텔레콤의 상반기 실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선 인터넷 분야가 1백47%, 부가서비스 분야가 1백16%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이런 수익은 대개 가입자의 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거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수록 수입이 누적적으로 커지기 마련이다. SK㈜에서 운영하고 있는 OK캐쉬백 서비스는 네트워크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부터 본격화된 OK캐쉬백 사업은 이제 가입자가 1천8백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캐쉬백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 사업은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맹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업도 흑자로 돌아섰고, 상황도 달라졌다. 현재 OK캐쉬백 서비스에 가입한 가맹점은 오프라인에 5만개 이상, 온라인에 3백개 이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하루 평규 포인트 적립자 수는 70만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OK캐쉬백 서비스에 적립된 현금은 1천8백억원 정도. 이 돈은 각 회원의 계좌에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SK㈜에서 통합관리하다가 회원이 포인트를 쓸 때마다 차감해 주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1천8백억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은 SK㈜의 몫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2005년까지 적립금액을 1조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펀드매니저를 통해 자산을 관리할 경우 연간 2천억원 정도의 수익은 거뜬하다는 것이다. OK캐쉬백의 경우 특정한 상품을 파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가맹점을 모집해 소비자의 구매금액에서 일정한 비율을 적립해 주는 이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네트워크. 거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네트워크를 더 커지게 하는 유일한 요인이다. 기존의 상품 거래 관점에서 경제를 볼 경우 불가능한 패러다임이다. SK그룹의 망 사업은 온라인이나 통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K그룹의 또 다른 주력사업인 정유사업도 네트워크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다. 전국에 3천7백여개의 주유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고 또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가시화된 부가사업으로는 편의점·정비소·자동차 판매·화물 중개 등이 있다. 최근에는 네비게이션 서비스인 ‘엔트랙’을 시작하고 있다. 차량 이동시 목적지까지 거리와 가는 방법 등 도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SK의 한 관계자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기본으로 각종 인터넷 서비스, 상품정보 서비스 등을 결합해 명실상부하게 자동차 안에서도 온-오프라인 융합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앤트랙의 목표”라고 했다. 3천7백여개의 주유소를 거점으로 위치 정보나 도로 정보는 물론, 여행지 식당예약·지역 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뜻. SK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거리모집이 금지되면서 일부 주유소에서는 카드 회원 가입 장소를 빌려 주고 돈을 받는 일도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상거래의 중심이 될 주유소의 미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유소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1천8백만에 달하는 운전자들과 접촉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구매력이 검증된 승용차 운전자 7백만명은 SK로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다. SK주유소에서 발급하는 ‘엔크린 보너스 카드’는 그런 고객을 자산화한 카드다. SK 측은 “7백만 운전자 중 30%에 해당하는 고급차 운전자가 신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용할 경우 그 상품은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만큼 운전자에 대한 데이터와 접촉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케팅에서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처럼 SK그룹은 삼성이나 LG·현대차와 달리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적 비즈니스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다른 그룹처럼 얼굴로 내세울 만한 제조업이 없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스스로 ‘마케팅 전문회사’라고 표방할 정도다. 그룹 내에서도 ‘고객=자산’이라는 개념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SK의 고위 관계자는 “최회장의 경우 기존에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고객자산에 융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단순히 상품을 생산해서 파는 것보다는 고객 네트워크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의 최회장은 사석에서 ‘지금은 삼성·LG가 더 크지만 앞으로 20년 후엔 SK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SK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그 같은 자신감의 근거는 바로 네트워크다. SK그룹의 임수길 과장은 “상품을 팔고 이익을 남기는 과거 잣대로 보면 SK그룹은 허약해 보이지만 고객을 자산으로 보면 우리처럼 막강한 회사도 없다”고 자신했다. SK가 이번에 진출한 카드사업도 그런 의미로 봐달라는 것이다. 단순히 다른 카드사처럼 카드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보다는 핸드폰의 복합적 기능 중 결제 기능을 추가시키기 위해 카드사업에 진출한 것이란 설명이다. 재계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SK그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내수용 공룡’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기업’이라는 혹평에서부터 ‘미래지향적 사업구조’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사업포트폴리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SK가 이전의 다른 그룹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평가와는 무관하게 SK는 한국의 네트워크를 조금씩 점령해 가고 있다. 그리고 SK의 핵심 인력들은 ‘어떻게 하면 무형자산을 상품화할 수 있을까’를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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