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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단]유럽경제 대안론 제기되는데…

[해외진단]유럽경제 대안론 제기되는데…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과 함께 미국의 투자자금이 유럽으로 유입되고, 달러/유로 환율이 등가를 보임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신경제를 바탕으로 급성장해 온 미국 경제가 몰락하고 이를 대신해 유럽이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유럽 대안론은 1999년 출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여왔던 유로화 2000년 2월 이후 29개월 만인 지난 7월15일부터 다시 1유로당 1달러의 등가를 달성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지를 얻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8% 가치상승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달러/유로 환율의 등가는 유럽 경제와 유로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이라기보다는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 주로 기인한다. 즉, 미국의 기업관리·회계 및 감사의 불투명성·기업의 수익성 저하·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미국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 달러/유로 환율 등가의 주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시장을 이탈해 유럽으로 유입되고 있는 투자자금은 대부분 단기 자산으로, 유럽증시나 채권시장에 투자되기보다는 현금으로 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유럽 경제에 대해서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미국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경우 이러한 단기 투자자금은 곧바로 미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럽이 미국을 대신할 세계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유럽 경제는 아직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들이 1분기 이후부터 차츰 경기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는 주로 미국의 경기회복 등 해외경기 호전에 따른 수출 증대에 기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최근 미국 경제의 불안은 유럽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나마 최근의 경기 회복 불씨마저 꺼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달러/유로 환율의 등가 회복은 유럽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누려왔던 유로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유럽의 교역의 대부분 역내교역이 차지하고 있어 유로화 강세로 인한 대미수출 감소가 유럽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유로화 강세는 원유 및 원자재·수입품의 가격인하로 물가하락을 부추겨 소비자들의 실질소득 증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향후에도 달러/유로 환율의 등가가 유지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7월25일에는 환율이 등가로 회복되었지만, 23일과 24일에는 환율이 다시 0.98대로 떨어진 바 있어, 유럽경제의 기초가 건재하지 않다면 언제든지 유로화 가치가 예전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럽 경제는 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와 대규모 세금감면으로 인해 2002년 하반기부터 내수증대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든다면 2001년과 같은 동반침체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수는 2001년 경기둔화 과정에서도 꾸준한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럽경제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구조개혁과 국가간 거시경제정책 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거시경제정책 조정은 현재 독일·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 대국들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인 노력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지난 2000년 3월 리스본 EU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2010년까지 유럽을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식기반 경제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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