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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者시장 잡아라" 社運 건 ‘한판’

"富者시장 잡아라" 社運 건 ‘한판’

‘부자시장을 잡아라.’ 국내 금융기관들의 사활을 건 부자 시장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자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하나·신한·한미은행뿐만 아니라 조흥·외환 등 은행권 내 후발주자들이 속속 부자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은행뿐만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준(準)은행’이라 불리는 삼성증권을 필두로 현대·LG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이미 지난해부터 부자들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이렇게 앞다투어 부자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이유는 향후 이 시장이 금융권의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이기 때문. 은행업계에서는 10억원 이상 자산가(부동산 제외)들의 개인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개인고객을 나타내는 가계 수신에서 PB(프라이빗 뱅킹) 수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하나은행 71%·신한 50%·한미 56% 등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도 잠재적 PB시장은 1백65조원으로 2005년에는 2백50조∼2백90조원에 달할 전망(보스턴컨설팅 그룹)이다. PB고객은 은행 수익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IMF 이전 대기업 여신으로 홍역을 치룬 은행들을 IMF사태 이후 부동산담보대출 등 개인고객 시장으로 방향을 확 틀었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 고객들은 넘치는 자금으로 대출을 꺼리자 노마진 세일을 불사하며 중견기업체 여신 시장에 각 은행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마진율이 높지 못한 상황이다. 환(煥)관련 업무의 수익성도 과거만 못하다. 즉, 대기업에는 돈을 꿔주고 싶어도 수요가 없고 중견기업체들에 대한 대출 마진율은 떨어지고 가계 대출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PB시장을 선점하지 않고선 은행의 수익성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은행권의 사정은 비슷하지만 PB시장에 진출하는 은행권들의 전략은 편차를 보인다. 가계 수신에서 PB수신의 비중이 높은 하나·신한·한미은행 등은 ‘기존 고객에 대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 하는 방식의 수성 전략을 펴고 있다. 물론 인력 보강 등 PB업무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본 전략은 기존의 확보된 부자고객에 대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의 김태완 PB센터 팀장은 “새로운 고객을 창출한다는 개념보다는 기존의 최고 상위 고객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영업전략”이라고 말한다. 하나은행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하나은행 PB센터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이미 부자고객 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고 은행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다른 은행에 비해 뛰어난 편”이라고 말한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기존 은행과 차원이 다른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는 게 조흥은행이다. 조흥은행은 ‘CHB 프라이빗 뱅킹’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고 대대적으로 외부 인력을 끌어들였다. 준비기간만 해도 1년이 넘고 보스턴 컨설팅의 컨설팅을 받아 국내에서 보기 드문 PB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CHB 프라이빗 뱅킹이 기존 은행권의 PB팀과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한 점. 금융 선진국의 프라이빗 뱅킹 시스템은 세일즈맨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구분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세일즈맨들이 영업현장에서 부딪히는 각종 자산운용상의 문제를 지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조흥은행의 김영진 PB사업본부장은 “본격적의 의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라며 “후발 주자지만 다른 은행들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다.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은행권에 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이는 증권업계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PB관계자들의 얘기다. 은행권의 경우에는 기존 거액자산가들의 자금 관리를 PB팀이나 PB센터로 몰아줄 수 있지만 증권업계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증권사 직원들의 급여는 성과급 체계가 일반화돼 거액자산가의 재산을 PB사업부쪽으로 몰아줄 수 없는 것. 은행권은 기존 고객의 관리를 다른 쪽으로 옮겨도 기존에 고객을 관리하던 직원들의 급여상의 피해가 없지만 증권업계쪽은 관리를 옮길 경우 기존 직원이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증권업계 프라이빗뱅커들은 “자신들은 맨 땅에 헤딩하는 존재”라는 표현을 쓴다. 증권사들은 PB영업을 주로 PB지점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해오고 있다. 동원증권은 마제스티클럽, 현대증권 골드리치 지점, 삼성증권은 Fn Honors 클럽 등을 오픈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영업방식은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일례로 동원증권은 주로 기업 오너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하는 반면, 씨티은행 출신들이 포진한 대우증권과 LG증권은 거액 자산가에게 금융상품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PB지점장은 “본래 거액자산가용으로 개발됐던 랩 어카운트 상품이 시장에서 먹혀 들지 않으면서 혼선을 빚은 곳도 있다”며 “증권업계의 특성상 회사 지원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아 지점장의 역량에 따라 영업 실적은 천차 만별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국내 PB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다. 부자시장에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불사하고 있지만, 누가 향후 선두주자가 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김태완 팀장은 “초기 시장이라 PB업무 관련자들마다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누가 진정한 강자인지는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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