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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서울사람 손에 쥐어있는 한…

부동산 정책, 서울사람 손에 쥐어있는 한…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장·經博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강남지역의 경우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평당 2천만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강남의 집 값이 이같이 오른 것은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치동 근처에 좋은 학원들이 많다 보니 자녀교육을 위해 전세로라도 대치동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 집 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집 값 상승요인을 교육열로 보는 사람들은 올 수능시험이 향후의 집 값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 수능이 어려우면 좋은 학원들이 있는 강남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고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집 값 상승세가 꺾인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대학입시의 난이도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한단 말인가. 대치동 집 값이 오르면 당연히 인근의 도곡동 그리고 다시 인근의 서초구 집 값이 오를 것이다. 결국 그 파급효과로 온 나라의 집 값이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 것이 저금리와 재건축 장려 정책이다. 돈 빌리기가 수월하고, 금리도 낮으니 시중 자금은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신규분양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13평 아파트의 가격이 6억원을 호가(呼價)하고, 40평대 아파트는 1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돈으로 더 넓은 강북 아파트로 이사한 한 주부가 자신이 판 아파트의 가격이 2억원이나 상승하자 좌절감에 몸부림치다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60대 초반의 한 퇴직 임원은 80년대 중반 강남에 아파트를 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지금도 아찔해 하고 있다. 같이 강북에 살자던 친구는 1억5천만원을 들고 강북으로 향했고, 자신은 같은 돈으로 강남에 주거를 정헀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의 아파트는 지금 시가가 3억5천만원이고, 자신의 강남 아파트는 1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순간의 선택이 노후생활을 결정해 버린 셈이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개개인의 재산증식 문제에 대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첫째, 서울 특히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귀족화할 것이다. 대전에 있는 48평짜리 아파트의 가격이 1억5천만원 정도인데, 강남의 25평 아파트 전세값이 2억원이라면 지방과 서울의 교류는 불가능하다. 지방 사람들의 서울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둘째, 소득 증가 속도보다 집 값 상승률이 높으면 젊은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이것은 세대간 자산 격차를 낳아 부유한 노인과 가난한 젊은이라는 현상을 낳을 것이다. 셋째, 좋은 학원이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과 지방학생간에 학력 격차가 벌어지고, 이것이 능력 차이와 학벌 차이로 이어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강남의 부동산은 서울과 지방간·세대간·계층간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세무조사나 자금출처조사 등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정책당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신도시를 건설하고 건설업자들의 주택건설에 인센티브를 주어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일시적 효과만 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선진국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에 있는 40평 아파트 중에는 우리 돈으로 50억원짜리도 있다. 뉴욕의 맨하탄에 있는 방 3개짜리 콘도미니엄 중에는 수백만 달러짜리도 있다. 베이징에 있는 30여평 아파트 중에는 월 임대료가 1만5천 달러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서울도 머지않아 이런 현상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걸 원치 않는다면 택지·조세·국토건설 등의 측면에서 10년 앞을 내다보는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 문제는 서울 사람들이 정책을 만든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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