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지키다 슬쩍 中原공략에도 나서
변방 지키다 슬쩍 中原공략에도 나서
술과 안주 겸비된 세트 메뉴 중소업체들은 철저하게 특화된 영업전략으로 대형업체와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야금야금 위스키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전략은 룸살롱 대신에 웨스턴바나 나이트클럽·레스토랑 같은 전문업소에서 20∼30대 젊은 소비층을 직접 만나서 마케팅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와 나이트클럽이 바로 틈새시장인 셈. 업계는 현재 전국의 웨스턴바 숫자가 5만∼6만개에 달하며, 이 중 2만여곳에서 위스키를 판다고 보고 있다. 위스키 업체의 매출구조는 특이하다. 할인점 같은 일반유통점을 통해 매출은 전체의 20%선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나이트클럽·바·룸살롱 같은 업소 매출이다. 참고로 맥주나 소주의 경우 일반유통 매출과 업소 매출이 5대 5 정도이고, 지방의 경우 일반유통 매출이 업소 매출보다 더 많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맥시멈코리아는 커티샥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할로윈파티를 나이트클럽에서 열거나 인터넷에 많이 있는 파티클럽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젊은이층을 파고든다. 아메리칸 위스키인 짐빔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젊은이들에게 먹혀들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한편 맥시엄코리아는 지난해 7월 한국 대학생 12명을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커티샥 세계범선대회’에 초청하는 이색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트로라인은 강남 인터컨티넨탈·매리어트호텔 나이트클럽이나 강남 청담동 바를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젊은 층이 업소에서 자연스레 프리미엄급 버버리 12년산이나 블루씰 18년산을 찾게 한다는 전략이다. 메트로라인은 강남 룸살롱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상대의 이색조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월드컵 시즌에는 아가씨들이 좋아하는 축구선수에 대한 조사를 했고, 대선 시즌에는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조사도 할 생각이다. 지난해 말 위스키 시장에 첫발을 디딘 메트로라인은 올해 위스키 시장의 1%인 매출 1백50억원을 차지하고 내년에는 1백7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한국브라운포맨 측 전략은 좀더 구체적이다. 아예 술와 안주가 겸비된 잭다니엘 세트 메뉴를 개발해서 지난해 5월 선보였다. 예를 들어 잭다니엘 한 병에 12만원(업소 가격)이면, 안주까지 합쳐서 14만∼15만원 정도 되는 세트를 미리 만들어서 12만원에 강남 바에서 파는 전략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술값만 내고 안주까지 먹을 수 있어서 인기다. 강남 바에서 이같은 전략이 꽤 먹혀들었다는 자체 판단이다. 회사 측은 잭다니엘을 마시는 고객이나 연인들을 상대로 하는 사진 컨테스트도 열어 포토제닉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한편 한국브라운포맨 측은 잭다니엘 외에도 얼리타임스·캐나디안 미스트·우드포드 리저브 같은 아메리칸 위스키 브랜드도 갖고 있는데, 이들의 매출도 연 15%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석무역은 아예 처음부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대표적인 업체다. 나이트클럽에서 댄스 콘테스트를 열거나 웨스턴 바에서 경품행사를 여는 식으로 끊임없이 젊은 층을 공략했다. 그래선가? J&B 레어는 스탠다드 위스키 시장에서 유일하게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한다. 프리미엄 위스키인 J&B 제트는 특히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나이트클럽에서 부동의 1위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자랑이다. 하지만 수석무역이 변방에만 머물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지난해 9월에는 룸살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5백㎖짜리 J&B를 내놓았고, 룸살롱 현장에서 지난 1년 전부터 지금까지 내내 도우미를 통한 시음행사를 하고 있다. 씨그램에서 분리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현재 6%대의 시장점유율을 2∼3년 내에 10%가 넘게 끌어올려 국내 3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시장점유율 증대보다는 위스키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페르노리카가 시바스리갈보다 로얄살루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위스키 매니어들의 품속을 파고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나 사가는 위스키는 명품이 될 수 없다는 영업전략이다. 꼬냑의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금양 측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웨스턴바·나이트클럽·레스토랑에 공급하는 한편 룸살롱에도 까뮤를 일부 선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건 꼬냑도 위스키처럼 연수가 오래된 이른바 프리미엄 꼬냑이 점차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된 VSOP보다는 20년 이상된 나폴레옹, 나폴레옹보다는 30년 이상된 XO를 찾는 손길이 더 늘고 있다는 게 이채롭다.중소업체들은 최근의 ‘선전(善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쳐다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한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도무지 없어서다. 보통 신규 위스키 브랜드 하나를 시장에 정착시키려면 최소 30억원이 든다는 것. 빅 브랜드면 1백억원은 써야 한다. 최근 출시한 랜슬럿의 경우 광고·판촉비로 4백억원이 들어간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코엑스볼룸에서 열린 랜슬럿 런칭행사에 주류 유통상 1천8백명이 초청받아 고급 샥스핀 요리 등을 접대받았고, 고소영·설운도 같은 유명 연예인도 나와 흥을 돋구웠다는 건 유명한 일이다. 대형업체들의 ‘마담 마케팅’도 중소업체들을 우울하게 한다. 신규 브랜드가 나왔을 때 대형업체에서 마담들에게 호텔식사 대접을 비롯해서, 골프·외국여행도 시켜준다. 금붙이나 금명함·고급넥타이·지갑·향수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고, 은밀히 현찰을 건네기도 한다는 후문. 강남 소재 5천8백여개 룸살롱이 서울시내 위스키 매출의 60%를 차지하기에 일어나는 마케팅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처럼 ‘돈으로 쳐바르는’ 마담 마케팅에 무작정 뛰어들 수도 없는 게 중소업체들의 고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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