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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者농부의 꿈…벤처농업으로 영근다!

富者농부의 꿈…벤처농업으로 영근다!

왼쪽에서부터 나준순 풍년농산 사장. 박진수 장생도라지 경영관리실장.한상열 토고미마을 대표.권영미 에이넷 대표. 서명선 송광설중매 대표. 권학진 팜스테이 전국협의회 회장.
일본 큐슈의 미야자키현에는 아야정(町)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마을도 작은 데다 산간마을이어서 있는 것이라고는 울창한 숲이 전부인 오지다. ‘뭘 먹고 살까?’라는 걱정이 들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울창한 숲에 몰리는 수많은 관광객과 농약을 쓰지 않기 위해 잡초를 직접 손으로 뽑아 키운 무공해 채소로 도시민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도시적인 시각 대신 ‘도시에 없는 것이 있다’는 컨셉트로 성공한 것. 오지여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오지이기 때문에 풍요로울 수 있음을 활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점점 척박해져 가기만 하는 우리나라 농촌에도 이런 컨셉트를 적용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바로 이런 물음에 답을 주는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 지난 11월1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한국벤처농업대학(vaf21.com)과 삼성경제연구소(seri.org)가 공동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는 ‘벤처 농업, 미래가 보인다’. 우리나라 농업이 처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사례를 발표하는 이날 심포지엄에는 주최측의 우려와는 달리 벤처 농부를 꿈꾸는 이들의 열기가 aT센터를 가득 메웠다.

농촌마을 전체가 하나의 회사 사례발표에 나선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호리의 케이스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자연산업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을 전체라야 39가구, 1백12명밖에 안 되는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호리는 몇 년 전까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건자재상을 하다 귀농한 권혁진씨(59·석수공원 대표)는 바로 이런 ‘열악한’ 조건이 도시인들에게 즐거움과 유익함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 99년 농협의 지원을 받아 ‘팜 스테이’(farm stay)를 시작했다. 팜 스테이란 도시인들에게 농촌문화를 직접 체험케 하는 농촌 문화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하루 2∼3만원의 비용으로 ‘1일 농부’가 돼 직접 농사를 짓는 즐거움을 주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시중보다 20%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복합상품이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팜 스테이는 올해에만 1만 2천명의 방문자를 맞아 총 2억8천여 만원의 매출액(마을 전체)을 올렸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회사’가 된 셈. 무엇보다 이 사업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은 방문자의 70%가 휴식이 아닌 체험을 위해 방문을 한다는 것. “예약률도 92%나 되기 때문에 사계절 사업”이라는 게 권씨의 자랑이다.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에서 ‘토고미 오리쌀’을 생산하고 있는 한상열씨 또한 이 같은 무공해 농업과 체험 프로그램을 병행해 고소득을 올리는 ‘부자(富者)농부’의 대열에 들어섰다(sindae.org). 99년 위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무공해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논에 오리를 넣어 키운 토고미 오리쌀과 아이들을 위한 토고미 자연학교를 운영해 올해에만 3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덕분에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그는 6년째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인터넷으로 농업벤처 가능성 발견 직접 농촌에 거주하지 않고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농업 벤처의 가능성을 발견한 에이넷의 권영미 대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권대표는 경기도 화성의 무공해 유기농업 농장 4곳(쌀·배·포토·고추)을 엄선해 이 농장들과 회원제 소비자들을 인터넷으로 연결, 작물 분양과 농산물 직거래를 시도한 인터넷 기반형 농업 벤처. 사업 첫 해인 올해 3억3천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지난 10월 농림부에서 주관한 제1회 벤처농업창업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이버팜(ecyberfarm.com)이라는 브랜드로 운영되는 이 사업모델은 인터넷으로 농작물을 경작하고 싶은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면, 농장지기들이 디지털 사진과 메일로 분양받은 농작물에 대한 생육과정을 정기적으로 보내주고, 수확기가 되면 분양 액수만큼 수확된 농산물을 배송해 주는 것. 분양가는 쌀 20㎏에 5만3천원, 포도나무 1그루 6만원, 배나무 1그루 9만원, 고추(가루) 2㎏ 5만원이다.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죠. 농업인들은 판로가 확보돼 안심하고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고, 도시민은 직접 생육과정을 체험함과 동시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된다면 연 50억원 매출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농업도 이젠 첨단 비즈니스 부산에 소재한 ㈜풍년농산(rpc.co.kr)의 나준순(48) 사장은 생산에만 급급하던 농업분야에 경영과 마케팅을 적용, ‘금맥’을 발견한 케이스. 나사장은 ‘생산’이 아닌 ‘보관’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이온 쌀’로 올해 매출액 1백7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5℃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한 이온 쌀은 일반 쌀에 비해 25%나 비싸지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조만간 커피 쌀·초콜릿 쌀·인삼 쌀과 같은 기능성 쌀을 출시할 계획”이라는 나사장은 쌀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조성한 부산 기장의 1백만평의 논에 고객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해 꿩 먹고 알 먹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과연 농업에 미래가 있는가에 대한 이들의 답변은 명쾌했다. 시장을 파악하는 능력만 있다면 농업도 첨단 비즈니스가 될 수 있고, 농촌도 상품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사는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질 높은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농촌은 농산물의 생산·가공·판매 과정 자체를 휴식용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미래는 농업과 첨단과학의 접목이 가시화되는 시대”라고 한 앨빈 토플러의 예측을 그들은 벌써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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