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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간판스타 줄줄이 落馬

IT 간판스타 줄줄이 落馬

정보기술(IT) 업계의 별들이 잇따라 떨어지고 있다.명예·권력·부(富)등을 거머쥐며 전문경영인으로 90년대 말 IT 및 벤처열풍과 함께 화려하게 각종 지면과 매스컴 등을 장식하며 이른바 ‘다이아몬드클럽’으로 불렸던 IT·벤처업계 최고경영자(CEO)들. 그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과 각종 스캔들·건강상 이유 등으로 잇따라 ‘낙마(落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CEO 교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의 교체흐름은 명백한 책임 묻기와 신규사업 전개를 위한 것으로 회사측의 ‘가차없는’ 해고가 특징”이라며 “이에 따라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고문직 제의·차량 비서 등 6개월∼1년 등의 일정기간 판공비 지원 등의 전관예우 등을 눈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 이사급 임원(CxO)직에서 CEO로 승진했으나 생존에 실패,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관계사 또는 계열사 임원으로 전보 또는 강등됐다”며 “떨어져나간 CEO들로서는 자존심 긁히는 일이나 이들 대부분은 ‘이런 경기침체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심정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적부진형= 올 초부터 지금까지 교체된 IT업계 CEO급 인사는 30여명. 이들 대부분은 전년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 5% 마이너스 성장을 기준으로 교체심사 대상에 올랐을 것으로 K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각 산업별로 실적성장률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며 “IT산업의 경우 전세계 평균예상성장률인 마이너스 2.3%의 두 배까지 허용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즉 4.6∼5%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준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다국적 경영전략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경우 이 기준보다 훨씬 유연한(?) 폭을 적용해 인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기업 대부분은 ‘적자전환’ 등의 경고등이 켜진 후에야 교체를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준에 따라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떠난 CEO는 대략 20여명선. 지난달 말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쌍용정보통신(업계매출순위 6위)과 SQ테크놀로지(옛 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 매출순위 18위)의 대주주인 쌍용양회와 데이콤은 각각 이사회를 갖고 염정태 사장과 최해원 사장에게 실적부진 책임을 물어 해임했다. 그리고 강복수 쌍용양회 부사장 겸 구조조정본부장 기획실장과 허벽 한국IBM 공공통신서비스담당 상무를 각각 신임사장에 선임했다. 특히 염 전 사장은 3분기 전년동기대비 53.4% 감소한 매출액 4백41억원에 경상손실 2백92억원을 기록하는 등 3분기 누적매출액 1천6백68억원(전년동기대비 27.3% 감소)·경상손실 4백36억원·당기순손실 4백32억원 등을 기록했으며 여기에 코오롱 정보통신과의 매각협상결렬이 치명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복수 신임사장은 “그동안 쌍용정보통신의 실력이 실재보다 많이 부풀려졌던 것으로 현재 파악 중이다”며 “우선 내실화가 급선무로 손실축소와 조직안정화에 힘을 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염 전 사장이 추진해왔던 매각건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회사가치의 제고 후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이다”고 말해 염 전 사장의 사임 배경이 복합적임을 암시했다. 현재 SQ테크놀로지 고문자격인 최해원 전 사장은 중대형 시스템 업체인 U사의 지사장직을 제의받았다는 후문. 업계 관계자는 “한국IBM을 거쳐 SAP코리아 사장·네오빌 사장·SQ테크놀로지 사장 등을 거친 최사장은 최근 다국적 고객통합관리(CRM) 솔루션업체로의 이직을 희망했으나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 6월 말 한국컴퓨터어쏘시에이트(CA) 사장을 거쳐 이네트 공동 대표 이사직을 맡아왔던 하만정 사장도 물러났다. 영업부문 사장이었던 하 전 사장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 49억8천만여원에 경상손실 70억4천7백만여원·당기순이익 71억7천6백만여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연간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을 기록, 해임됐다. 이네트 관계자는 “한국CA 시절 영업실적 부진으로 해임됐으나 이네트 영입당시 한국CA 등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해외영업 등에서 자신감을 보였었다”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기존 임원진과의 잦은 마찰과 충돌에 강점인 해외영업력 마저 부진해 해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사장은 현재 가상스토리지 솔루션업체인 팔콘스토어코리아 사장으로 옮겼다.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이민화 메디슨 회장의 몰락. 지난 1998∼2000년 벤처 업계의 대부로 행세해왔던 그는 99년 한때 2천1백23억원 매출에 7백28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하며 온갖 매스컴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물. 당시의 권세에 대해 측근이었던 P씨는 “언론의 취재 요청시 평기자는 만나지도 않았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데스크(부장급)로 직접 전화해 자신의 정치적 힘(?) 등을 설명하며 국가발전을 위해 부정적인 기사는 배제해달라고 주문했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난 2000년 매출의 절반이 넘는 1천1백67억원, 지난해에는 1천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올초 부도를 맞은 것. 이 회사는 2005년 재상장을 목표로 뛰고 있으나 다국적 투자은행인 M사 관계자는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외국투자가 대부분은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안 운영체제(OS)로 주목을 끌며 급부상했던 리눅스 업계의 부침도 심했다. 우선 국내 최대(매출액 기준)의 리눅스 업체였던 리눅스원의 김우진 사장은 주요 고객군이었던 닷컴 열풍이 사라지며 웹 서버 제품에 대한 수요급감을 대처하지 못했다. 이어 막대한 운영자금이 소요되던 하드웨어시스템 구입에 입도선매 방식의 영업을 고수, 자금경색에 시달렸던 것. 이에 대해 대주주측은 김 사장의 ‘경영미숙’을 이유로 경영권 포기를 직접 요구했으며 만약 이에 불응시 ‘불명예퇴진’ 시도 의사를 비추는 등 심각한 대치상황까지 갔었다. 이어 내장형(임베디드) 리눅스솔루션 업체인 이영규 아델리눅스 사장도 운영자금 악화와 기술인력 엑소더스(탈출)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최건 팜팜테크 사장도 대표 이사직을 사임, 대주주로만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씁슬한 흔적을 남겼다. 다국적 기업인 최철수 카나소프트웨어코리아의 사장도 지난해 상반기 국내진출 후 이렇다할만한 성적없이 영업부진 책임을 지고 지난달 말 사임, 현재 국내 중소기업 임원으로 옮겼으며 저장장치(스토리지) 솔루션 업체인 네트워크 이호철 어플라이언스코리아의 사장도 같은 이유로 조영환 한국IBM 부장에게 지사장직을 내주고 현재 채널담당본부장으로 옮겼다. 또 O사의 Y 사장도 영업실적과 관련, 본사를 비롯 내외부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등 ‘별들의 낙마’는 이어질 전망이다.

실적 부진에 스캔들=실적 부진에 아랑곳없이 스캔들을 일으켜 파문을 일으키며 사라진 CEO도 있다. 최승억 전 SAP코리아 사장은 사내 중간급 간부와 스캔들이 발생, 여기에 실적 부진 책임까지 겹치며 올 6월 말 자리를 물러났다. 그는 현재 친구인 S사 고문으로 재직 중인 상태. 그의 복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CEO의 최대 가치는 브랜드 가치”라며 “한번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이상 2∼3년내 그를 굳이 찾는 곳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A사의 L 사장도 이와 비슷한 경우. A사 관계자는 “본사측이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못해 일단 CEO직 수행을 계속 맡긴 상태”라며 “내달 중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0월31일 발생한 알에프로직 피사취(사기)어음 부도 사건과 관련, 불명예 퇴진한 이도 있다. 올 4월 소프트뱅크코리아(SBK) 사장에 취임한 이창현 사장은 이달 11일 이사회를 거쳐 정식 해임됐다. 이와 관련 다국적 IT업체인 N사의 M 사장과 M사의 K 사장, C사의 K 사장 등이 불명예 퇴진설에 시달려 업계의 걱정을 듣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알에프로직 사기 사건과 관련, 우선 7∼8개사 사장의 교체설이 돌고있다”며 “늦어도 다음달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 역시 지난달 20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 이사직을 사임했다. 오 사장은 2000년 2월 유상증자를 앞두고 1999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부실재고 자산 1백50억여원을 매출액으로 허위기재,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조작해 1백억원의 적자를 10억원의 흑자로 꾸민 혐의. 그의 실패는 수익모델 부재에 따른 것으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2년만에 2천억원을 써버린 결과다. 그는 설상가상 미 다이얼패드 파산직전 친인척을 포함한 임원들의 손실 회피를 위해 지분을 대거 매도, 도덕적으로도 치명상을 입었다. 이어 강력한 후원자였던 홍기태 새롬벤처투자 사장에게 부실경영책임 추궁을 당했고,김지수 감사는 허위공시 배임 등의 혐의로 오 사장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올초 물러난 함창만 한국래쇼날소프트웨어 사장은 안따까움을 주는 경우. 사내직원의 협력사 공금횡령건으로 부득이 물러난 함 전 사장은 지난 96년 국내에 컴포넌트기반인 객체지향개념을 국내에 전파하며 국내 IT산업에 혁혁한 공로가 있었던 인물. 이상은 현 한국래쇼날소프트웨어 사장은 “아직도 할일이 많은 분으로 업계의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조정태 LGIBM 사장은 ‘건강상 이유’로 물러난 경우. LGIBM측은 “사임직전 한달에 보름 정도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못했다”며 “현재 한국IBM의 전무직을 겸임하는 만큼 건강회복 후 일선에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외도 N사의 K 부사장은 ‘건강상 이유’로 1달여간의 휴식기를 가지는 등 유독 올해는 CEO들의 부침이 많은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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