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EO 대통령 누구냐?]“5년 野총재 생활이 확실한 CEO 경력”

[CEO 대통령 누구냐?]“5년 野총재 생활이 확실한 CEO 경력”

이회장 후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대단히 바쁘다. 하루를 분(分) 단위로 쪼개 쓴다. 카운터파트가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되고 나선 그 강도까지 더해졌다. 심지어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조차도 “후보님을 1분만 뵐 수 있을까?”라고 물어볼 정도다. 시간은 그러나 쉽게 나지 않는다. 선대위에서 관리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워낙 신중한 이후보의 성격에 조직의 관리까지 더해져 ‘돌발 변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 지난 12월2일 오전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부산 유세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보를 어렵사리 만났다. 당일 새벽에도 부산공동어시장을 돌며 ‘PK 민심잡기’에 총력을 다한 뒤 도착한 이후보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 목소리도 갈라져 있었다. 부산 유세를 동행했던 박근혜 의원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악수를 청한한 뒤 취재팀과 마주했다.

-단일화라는 ‘돌발악재’가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웃으며) 가만히 있어야죠. ‘악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일화로 일시적인 관심과 흥미가 유발된 점은 있지만 대통령 뽑는 것은 일시적 관심과 흥미가 아니기 때문이죠. 계속적으로 ‘국가의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 ‘어떤 길이 원칙인가’를 강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국민들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하면 이회창이다’고 믿는가 봅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40만표 차이로 낙선했을 때 낙담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가장 큰 좌절이죠. 1천만표를 얻고도 한 줌의 흙이 모자라 태산을 만들지 못한 셈입니다. 모든 것에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5년 동안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듦으로써 그동안 성원하고 지지해 주신 국민들께 보답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스스로도 말하듯 이 후보는 ‘대선 재수생’이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게 이후보측의 주장이다. 실제 그가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몇 가지 현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급증한 가계대출의 부실 위험을 두고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책은 무엇입니까? “이번 정부는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활성화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일이라 이해는 갑니다만 내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는 소득은 일정한데 소비를 부추기다 보니 자꾸 돈을 끌어 쓰게 된다는 것이죠. 가계대출이 부실화되고 덩달아 은행도 부실화될 수가 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경우 금융위기로도 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처리가 중요합니다. 개인파산제도를 적절하게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화의제도나 워크아웃을 개인에게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현 정부의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적인 추세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점에서 보면 주5일 근무제로 가는 것이 큰 원칙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노사 모두가 반대하는 주5일 근무제를 정부가 법 제정을 통해 강행하기보다 각 사업장마다 노사 양측의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의 경우에는 법 제정에 상관없이 이미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기업이나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노사간 합의가 중요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높은데 방책이 있습니까?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겠습니다. 총리에게 헌법에 명시된 각료 제청권이나 내각 통할권을 완전 보장하겠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법 정신에 따라 삼권분립도 명확하게 하겠습니다.” 이후보는 총리의 역할을 대폭 늘려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 자신이 ‘대쪽 총리’로 정치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마찰에서 보듯 총리와 대통령의 역할분담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총리와 마찰을 빚는 일은 없을 겁니다. 총리와 내각은 행정의 집행에 중점을 두고 대통령은 사전 계획과 사후 평가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정부 정책들이 용두사미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고, 공적자금·부패행위·예산낭비 등이 모두 사후 평가 기능이 없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모든 정책에 있어서 집행과정이 원칙에 부합되고, 집행 결과가 최초에 설정된 목표와 부합되었는지를 꼭 챙길 겁니다. 그래야 정책 담당자나 각료들이 책임을 지고 일하지 않겠어요?” 총리 얘기나 나오면서 자연스레 인사 문제로 질문이 이어졌다.

-이후보는 현 정권이 ‘편파인사’를 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집권한다면 인사정책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예컨데 능력 위주로 지역 안배를 무시하고 사람을 쓸 생각인지, 지연·학연 등에 따라 적절히 안배할 건지. “물론 능력과 품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에 정말로 충실했다면 특정 지역·특정 학교가 독점하는 인사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기준으로 실시한 인사가 지역적으로 한쪽에 편중된다면 국민통합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지역안배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죠. 능력과 지역을 조화시키는 대탕평 인사를 할 생각입니다. 저는 인사를 함에 있어 철저한 사전 검증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임명된 책임자에 대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정권의 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장관다운 장관을 배출할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의지를 가지고 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정부 요직의 지역편중 인사, 정부 예산의 지역편중 배정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내에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지역균형심의위원회’를 설치해서 이 기구로 하여금 대통령의 인사를 감시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을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법관으로 30년, 정치인으로 7년을 지내온 이후보에게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CEO가 있냐고 물어봤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를 가지고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황무지에서 포항제철의 신화를 일궈낸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을 존경한다”고 했다. 외국에서는 미국 GE의 잭웰치 전 사장을 존경한다고 했다. 자신은 CEO가 아니지만 감사원장·국무총리 등을 지내며 CEO 훈련을 해 왔다고 자부했다. “무엇보다 지난 5년간 이 부패한 정권에 맞서 야당의 총재직을 수행한 게 가장 확실한 CEO의 경력 아닙니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KB국민카드 “KB페이로 자산·소비 관리 다 하세요”

2메리츠화재, 반려동물 평균수명 20년 시대 맞아 캠페인 시작

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올해 신뢰와 명예 되찾는 원년"

4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5닥터지, 두피 탄력 케어 ‘두피랩 코어 펩타이드’ 2종 출시

6교촌치킨, 중국 진출 가속화…항저우에 직영 2호점 오픈

7도쿄일렉트론코리아, 하천 정화 위한 ‘흙공 던지기’ 진행

8“배양육 기술로 환경·식량·동물복지 문제 해결한다”

9‘하반기엔 좀 살아날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인이 내다본 국내 증시

실시간 뉴스

1KB국민카드 “KB페이로 자산·소비 관리 다 하세요”

2메리츠화재, 반려동물 평균수명 20년 시대 맞아 캠페인 시작

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올해 신뢰와 명예 되찾는 원년"

4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5닥터지, 두피 탄력 케어 ‘두피랩 코어 펩타이드’ 2종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