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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쟁도 파괴...21C 新라이벌

기업경쟁도 파괴...21C 新라이벌

김동진 현대자동차사장,김창근 SK(주)사장
김정태 국민은행장,표문수 SK텔레콤 사장
김승유 하나은행장,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시장에서 ‘빅3 법칙(the Rule of 3)’은 불문율로 받아 들여진다. 미국 고에주에타 경영대학원의 잭디시 세스 교수는 「빅3 법칙」저서에서 “3개의 리딩 기업이 이끄는 시장 구도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을 장악한 3개의 제너럴리스트 기업과 틈새를 파고든 스페셜리스트 기업이 시장의 기둥이라는 것이다. 2003년 이 황금률은 ‘업종의 장벽 안에서만 옳다’는 표현으로 수정돼야 할지 모른다. ‘업종의 터널’을 넘어선 컨버전스 경쟁이 급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 최강자인 SK텔레콤은 ‘금융 공룡’ 국민은행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통해 은행권과 한판 승부수를 띄운 것. ‘기름 파는 회사’인 SK주식회사는 자동차 후방산업을 장악하면서 제조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를 ‘포위’하고 있다. 부자들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앞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은행이 아닌) 삼성증권”이라고 강조한다. 왜 이런 ‘경쟁파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서진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업종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규제완화(Deregulation)라는 이른바 두 개의 ‘D’가 이런 신라이벌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서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경쟁이 ‘무조건 앞으로 달려’ 승부를 내는 것이었다면 컨버전스 경쟁은 ‘우향우 달려’에 비유될 수 있다”며 “이제 라이벌은 ‘소비자에게 비슷한 효용을 주는 제공자’로 그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대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제의 라이벌이 오늘의 라이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제 기업들은 동종업체에 머물던 ‘터널 시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쟁 상대를 맞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터널 시야 대신에 필요한 것은 ‘레이더 스크린’이다. 레이더 스크린 시야는 경쟁업체를 ‘우리와 같은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라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의 관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사업 기회들이 어떤 회사들과 겹치는가’에 초점이 모아진다. 2003년 벽두, 업종 대표기업들이 컨버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누가 먼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현대자동차 vs SK주식회사 네트워크 밑천 삼아 현대車 ‘포위' “로마제국이 고속도로를 닦았다면 베네치아공화국은 그 고속도로에 ‘휴게소’를 놓고 통행료를 받았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베네치아가 1천5백년 넘도록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베네치아 시민들에게 영토 확보는 ‘비용’으로써만 의미가 있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시오노의 분석을 사뭇 ‘비즈니스적으로’ 응용하고 있다. “망(網)을 지배하는 자가 비즈니스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SK주식회사가 어떤 회사냐고 물었을 때 ‘기름 파는 회사’라고 하면 60점 짜리 답안에 불과하다. 물론 SK에서 정유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은 연간 14조원에 달한다. 시장 점유율 38%로 업계 1위이다. 그런데 마진이 문제다. 1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영업이 1천억원에도 못 미친다. 투자 규모가 엄청난데다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이런 딜레마를 SK는 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최근 5년 새 SK는 주유소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중고차 중개사업(엔카) ▶편의점(OK마트) ▶세차시설(버블샤워) ▶자동차 경정비(스피드 메이트) ▶트럭 운전자 대상 물류정보 서비스(내트럭) ▶개인차량 렌터사업(카티즌)을 벌이고 있다.▶토요타 딜러로 나서 ‘렉서스 특수’ 재미도 봤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생활편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텔레매틱스(엔트랙) 사업에 진출했고, 출자회사인 KMPS를 통한 ▶카드조회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자동차 만드는 것을 빼놓고는 거의 모든 자동차 관련사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후방사업’은 SK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표1 참조). SK가 이렇게 과감하게 사업을 벌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바로 네트워크라는 ‘무기’ 때문이다. SK주유소는 모두 3천7백여개, 편의점 업계 1, 2위를 다투는 훼미리마트(1천4백여개)와 세븐일레븐(1천3백여개)을 합쳐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고객 충성도 역시 SK의 ‘든든한 백’이다. OK캐시백 회원 1천8백만명 가운데 SK주유소를 방문하는 전체 고객의 80%에 이른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2년 11월 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승용차는 모두 9백70만대. 이 가운데 신차 시장이 대략 1백49만대에 이른다. 2백만으로 추산되는 중고차 거래량은 규모면에서 신차 시장을 추월했다. 여기에다 길게는 10년까지 지속되는 것이 자동차 후방사업의 속성이다. 이쯤 되면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로서는 SK가 은근히 신경 쓰일 수밖에…. 표면적으로 현대차로서는 SK를 라이벌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SK가 자동차 후방사업을 확대한다면 현대는 본체만 만들고, SK가 단물을 빨아먹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인터넷 사업·텔레매틱스 등을 통해 SK에 맞서고 있지만 그 속도는 더딘 편이다. 사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의선씨 주도로 인터넷 사업(이에이치닷컴)에 손을 댄 적이 있었으나, 가시적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SK의 ‘포위작전’이 일단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vs SK텔레콤 모바일뱅킹에서 ‘한판’… 속내는 정보전쟁 “전화 한 통으로 수재의연금을 낼 수 있는 세상이다. 앞으로 은행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통신업체가 될 것이며, 국민은행은 통신·금융의 융합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9월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 초청 강연에 나선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SK텔레콤이 선보이고 있는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네모’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은행 수익에서 지급결제 수수료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통신 대표주자인 SK텔레콤은 2001년 말부터 모바일뱅킹 서비스 ‘네모(NEMO)’를 선보이고 있다. 서비스 초기 가입자가 6천3백명에 불과했으나 1년 새 2백70만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표2 참조). 막대한 마케팅 물량전도 가입자 증가에 ‘공헌’했지만, 무엇보다 그 인기 비결은 편리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네모를 통하면 상대방 휴대폰 번호만 알면 통장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송금 수수료가 전혀 없다. 휴대폰만으로 신문·우유대금 등 소액결제는 물론 동창회비 같은 회비를 납부하는 데도 매력적이다. SK텔레콤 측은 금융권의 미묘한 반응을 의식해 이체·송금 실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네모 가입자 가운데 10% 가량이 활발하게 네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5천억원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욱이 서비스 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 SK텔레콤 측은 기대가 큰 눈치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은 소비자에게 서비스의 ‘확장’을 의미한다. 달리는 버스, 지하철에서도 휴대폰만 켜져 있으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것. 사실 계좌조회나 현금이체 같은 모바일뱅킹 초보 수준일 때는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오히려 금융·통신간 윈-윈 게임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모바일뱅킹 서비스 영역의 진보는 ‘이통 지존’과 ‘금융 공룡’을 라이벌로 만들었다. 국민은행·신한은행·농협 등은 SK텔레콤이 주도하는 네모 서비스 참여를 꺼리고 있다. 대신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모바일뱅킹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합의했다. 국민은행으로서는 ‘은행공동’ 명의를 빌려 SK텔레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본격적인 경쟁은 올해부터다. 금융결제원은 이통사와 제휴, 올해 안으로 ‘은행이 주도하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이 본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통신사를 직접적인 경쟁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이 장기적으로 은행 고유영역인 결제서비스 기능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은행의)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겠지만 이통사가 자금중개 역할을 하면 은행은 단순한 업무처리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제기능이 잠식당하면 고객거래 정보까지 상실하게 되고, 은행은 모든 고객정보를 이통사 측에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SK텔레콤 측은 경쟁보다는 시장 개척에 의미를 둔다. “네모 서비스가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연 것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은행권의 반발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은근히 스며들 듯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뜻이다. 당장 1등 은행과의 주도권 싸움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본선’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 vs 삼성증권 8백60조 부자 시장 잡기… 반쪽을 채워라 삼성증권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보신각 맞은편 종로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증권사가 즐비한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대신 서울 시내 한복판을 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은행임을 뚜렷하게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자산관리 분야에 삼성증권이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증권이 국내 증권업계 1위이지만 자산관리로 완전히 돌아서면서 업계 5위권까지 밀려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고 말해 황영기식(式) ‘신경영’을 후원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고유영역을 거론하는 것조차 구 시대적이다. 정부는 핵심 분야를 제외하곤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 역시 중장기적으로 방카슈랑스화(은행)·투자은행화(증권) 등을 추진하면서 더 이상 업종 내 고유상품으로 안주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들은 8백60조원이 넘는 개인 금융자산 시장 확보를 위해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저금리·인구 고령화 등으로 개인금융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자산획득전쟁(Asset Gathering War)’이라 부른다. 일찍이 하나은행이 앞서 가고 있는 시장이다. 하나은행은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자 2천6백여명, 전체 수신에서 PB(프라이빗뱅킹) 시장의 ‘근간’인 1억원 이상 계좌 7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김승유 행장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다. ‘PB 원조’를 자처하는 김행장은 “가장 긴장해야 할 경쟁 상대는 씨티나 HSBC은행이 아니라 삼성증권”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1년 초 증권업계에 자산관리 서비스(랩어카운트)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삼성증권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력·인프라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하나은행-삼성증권 라이벌전은 서비스의 질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다양한 상품군(群)과 ‘집사(執事) 정신’을 내세운다. 부동산금융, 세무상담부터 미술품 중개까지 하나은행 PB 서비스 영역은 다양하다. 특히 ‘PB 사관학교’로 불리는 자체 PB 요원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족들에게도 말 못하는 비밀까지 나누며 고객의 집사 노릇을 하는 것이 PB 서비스인데, 하나은행은 1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쌓여있다”고 말했다. 본업인 증권투자 포트폴리오 추천에 관한 한 삼성증권이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평이다. 고객 성향을 16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개인별 특성을 종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는 것. 따라서 하나은행-삼성증권 경쟁은 ‘나머지 부족한 반쪽을 누가 먼저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된다. 각각 관리·투자에 장기가 있다면 나머지 반쪽을 먼저 채우는 쪽이 시장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 김병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느 쪽이든 통합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먼저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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