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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당선자 강조점은 자율 시스템 정착”

“盧당선자 강조점은 자율 시스템 정착”

전기정 상명대 정보통신학부 교수
“인사는 결과물이고 본질은 시스템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다면평가제 도입을 제안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온 전기정(45) 상명대 정보통신학부 교수의 말이다. 공직 사회에 다면평가제를 이식하려는 노당선자가 포커스를 두는 건 자율 인사 시스템이란 얘기다. 물론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관료화되면 생명력을 잃는다. 전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짜려면 자율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면평가제는 그런 시스템 가운데 하나란 것. 전교수는 대선 뒤 민주당 선대위 당직자 5백여명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뽑을 때도 같은 절차를 거쳤다. 인수위 경제 2분과 전문위원으로도 뛰고 있는 전교수를 지난 1월8일 세종로 정부 청사 별관에서 만났다.

-노당선자는 어떻게 만났나? “노당선자와 사적인 인연은 없다. 재직하고 있는 상명대가 종로구에 있고, 노당선자의 옛 지역구도 종로구였다. 그런데 노당선자가 2000년 4월 총선 때 부산으로 내려가 보기 좋게 떨어지더라. 그런 모습이 나와 코드가 맞는 것 같아 돕기로 했다. 노당선자의 부탁도 있었다.”

-노당선자를 어떻게 도와왔나? “내 전공은 IT를 이용한 의사결정 지원이다. 인사·조직론과 맞닿아 있다. 첫 번째 일은 조직을 재설계하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시스템 구축이었다. 총선 패배로 캠프는 와해 상태였다. 2000년 7월 디지털 리더십이 중심인 ‘노무현 대선 승리 기본 전략’이란 보고서를 만들었다. 노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시절엔 내부 역량 강화 연구를 했다. 관료 조직에 자율 시스템을 이식하는 일이었다. GE의 ‘타운 미팅’식으로 ‘웨이브 미팅’이란 걸 했다. 계장부터 차관까지 40여명씩 묶어 주어진 프로세스에 따라 난상토론을 벌이게 했다. 그 결과물이 다면평가제였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제안한 내용을 당시 노장관이 적극 밀어줬다.”

-다면평가제가 유행병처럼 번질 조짐이다. “다면평가제는 베스트(Best)가 아니라 베터(Better)라고 보면 맞다.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권위적 조직에서 윗사람이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얘기다. 숱한 경영혁신 운동이 명멸했다. 실패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었다. ‘내 기법을 쓰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다 대개 6개월로 단명했다. 뭐 하나 나오면 우르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래 놓고는 제도가 신통치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러지 말자. 길게 보고 꾸준히 적용해야지 일회성으로 그치면 부작용만 클 수 있다.”

-관가의 인사 문화를 바꾸는 데 다면평가제가 한몫을 할 걸로 보나? “목표 수치가 엄격한 기업과 달리 평가 잣대가 모호한 정당과 공무원 조직에서 더욱 유용할 걸로 본다. 그리고 왜 지금 다면평가제가 부각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면평가제는 새로운 게 아니고 이미 존재했었다. 예컨대 가그린이란 제품은 6∼7년 전에 나왔지만 당시엔 실패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히트작 아닌가. 정보화·민주화 등이 진전되면서 자율이 중시되는 다면평가제도 각광받는 것 같다. 물론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흐름을 캐치하고 도입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

-다면평가제가 얼마나 유용한가? “단적인 예를 들겠다. 다면평가제를 첫 취재했던 모 방송사에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사실 나도 놀란 대목이다. 기업은 1류, 정치는 3류라는데 앞으로 ‘3류 제품’을 1류나 2류도 쓰지 않겠나?

-낯선 실험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제도로 뿌리내리려면 어떻게 끌고가야 하나? “다면평가 결과는 인사 고과의 절대적 기준으로 사용돼선 곤란하다. 다른 인사 제도를 보완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면평가제가 공직 사회에서 빨리 자리를 잡도록 하려면 일단 중앙인사위원회 등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도입 초기에는 평가 대상의 성격별로 매뉴얼을 견고히 만들고 전문가의 디자인도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 리더와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3∼4년 잘 보이려고 하는 척하다가 접으면 곤란하다. 스스로 느껴야 성공할 수 있다. 노당선자는 그런 분위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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