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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경비 관행 만들자

투명한 경비 관행 만들자

신재철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중국이 무섭게 달려오고 있다. 한국 또한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이 되기 위해 기 업의 구조조정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국은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절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통하는 비즈니스 관행을 도입해야 한다. 물론 관계를 중시하고 상부상조의 정신과 전통에 바탕을 둔 우리의 좋은 관행은 당연히 유지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 중심의 관행이 비즈니스를 위한다는 명분과 맞물리면 양상이 아주 복잡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를 명분으로 한 비즈니스 관행은 다음과 같다. 무기명으로 된 고액의 상품권과 값비싼 선물이 쉽게 오가고 각종 경조사에서 많은 화환과 경조의금이 들어간다. 또 소위 팀웍이라는 이름 아래 기업내부의 회식비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반면 서구의 비즈니스 관행은 다르다. 모든 경비가 육하원칙으로 설명될 수 있도록 처리된다.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은 인정되지 않으며 설령 회사와 관련된 행사라 해도 비즈니스 내용이 없으면 수혜자의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과세 대상이 된다. 이같은 관행에 익숙한 외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 우리의 관계 문화 중심의 비즈니스와 그에 따른 경비처리 관행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일례로 한 국내 기업은 최근 미국에 지사를 내면서 현지인을 지사장으로 채용했는데 그의 똑 부러지는 경비 처리에 놀랐다고 한다. 연말정산에 모든 경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본사로 청구하면서 회사 업무로 탄 비행기 마일리지를 회사에 반납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본사에서 판단해 달라는 요청했다는 것. 또 한 기업은 국내에 채용된 외국인 임원이 경조사 때 업무상 관련이 있는 인사로부터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받았을 경우 이를 회사에 반납해야 하느냐고 물어오자 선뜻 답하지 못하고 난감해 했다고 한다.우리의 관계 문화는 가까운 지인들간에 꼭 지켜가야 할 아름다운 문화다. 비즈니스를 통해 맺어진 관계가 서로 신뢰하는 돈독한 개인 관계로 발전되는 것은 귀 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 관계와 사업 관계가 혼동하는 경비 문화는 자칫하면 아 주 혼란스럽고 사치스러워질 수 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우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우리 사회에 관행화된 관습을 고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이 분야에서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내 모든 경비를 육하원칙에 의거해 처리하고, 개인 명의로 처리된 경조사 비용을 회사 경비로 인정하지 않는 등 투명한 경비 관행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업무관계로 알게 된 사람들 중 가깝지 않은, 그러나 영향력 있는 사람의 경조사까지 챙기기 위해서 몇 시간씩 거리에서 헤메는 모습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육하원칙으로 설명되는 투명한 경비관행은 우리사회의 기업환경을 한 단계 성숙 하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 신재철 사장 약력 - 1947년 인천 生 66년 제물포고 졸업 70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69∼73년 한국전력 73년 한국IBM 입사 87년 한국IBM 영업총괄 전무 9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6년∼現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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