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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모은 사람들]“주식·부동산 않고 무조건 저축”

[10억을 모은 사람들]“주식·부동산 않고 무조건 저축”

최화자 사장은 음식 장사로 성공하려면 먼저 체면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돈이요? 성실하게 일하면 저절로 벌리는 것 아닌가요?” 서울 신사동에서 ‘부산 아구’ 식당을 경영하는 최화자(60) 사장은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는 질문에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재테크 전략도 간단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찾지 않는 게 가장 기본입니다. 넣어야 돈이 불어나지 갖다 쓰는데 어떻게 돈이 불어날 수 있어요? 일단 저축부터 해야죠.” 그는 돈은 따라오는 것이지 좇는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붙는 게 돈이라는 것. 그의 재산을 만들어준 존재는 다름 아닌 손님들이다. 그는 장사를 하면서 몇 가지 신조가 있다. 장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게 앞에서 절대 호객 행위를 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우리 집으로 와 달라고 투정을 부려서는 안 되요. 그러나 일단 들어온 손님에겐 최선을 다합니다.”

“좋은 재료 안 쓰면 손님 등 돌려” 최 사장의 판매전략은 ‘박리다매’다. 그는 이익을 많이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좋은 물건을 친절하게 판다’는 게 신조다. 좋은 식자재가 들어오지 않으면 퇴짜를 놓는다. “내 자식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음식을 대충 만들거나 시원찮은 재료를 쓸 수 없죠." 식자재를 공급하는 사람도 그와 한두 해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 까다롭지만 일단 믿으면 그 사람하고만 거래한다. 조금 싸다고 거래처를 바꾸는 건 자신의 성격과 맞질 않는다고 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최 사장은 돈 관리도 직원들에게 맡긴다. “믿고 맡기지 않으면 어떻게 일을 해요? 피곤하잖아요. 믿어야죠.” 물건 받아놓고 돈 늦게 주는 것도 딱 질색이다. 거래처에 줄 돈을 내 돈보다 먼저 챙긴다.“ 사실 아구찜이나 꽃게는 싼 음식이 아니거든요. 술 한잔에 아구찜 하나 먹으면 적어도 2만5천원입니다. 좋은 재료를 쓰지 않으면 손님들이 등을 돌리거든요. 날짜 맞춰 돈을 줘야 좋은 재료를 갖다주죠.” 최사장은 손님을 가족처럼 여긴다. “사업 목적으로만 장사를 했다면 20년 동안 장사를 못했을 겁니다. 손님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면 손님도 좋고 저도 좋잖아요.” 손님들 중엔 10년이 넘는 단골들이 많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학생이었던 고객들이 지금도 ‘부산 아구’를 찾는다. 손님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도 가족적이다. 장모, 이모, 엄마 등. 20년 전 대학생이었던 한 고객은 가족과 함께 식사한 뒤 “이모가 우리 가족보다 나를 더 많이 알아요”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가게에는 유명인 단골들도 많다. 연예인 중에서는 최진실, 김민종, 유동근, 신구, 이영자, 조혜련 등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이민성과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도 단골이다. 인기 축구선수인 안정환은 그를 ‘엄마’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부산 아구’에는 연예인 사인이나 사진 하나 없다. 통상 식당들은 유명인들이 오면 그들의 사인이나 사진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최사장은 그런 데 아예 관심이 없다. “뭐 다 똑같은 손님인데 연예인이 왔다고 호들갑 떨고 그러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누가 오던 그냥 가족처럼 대하면 되는 것 아녜요?” 몇 년 전에는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 왔다고 한다. 지금도 정확히 누구인지 모른다. “손님이 그러더라고요. 정주영 회장 아들이 왔다고···. 그래서 알았죠.” 5년 전 경기도 용인에 사놓은 땅도 손님을 통해서 샀다. “손님 중에 한 분이 매일 개미같이 일만 하지 말고 재테크 차원에서 땅을 사라고 자꾸 권하더군요. 장사하기 바쁜데 언제 땅을 사러다닐 시간이 있겠어요. 손님이 권하는 데로 그냥 따라했죠.” 최 사장은 이렇듯 장사도 투자도 모두 시작은 손님에게서 시작된다.

계절 타지 않은 음식 선택 지금은 베테랑 장사꾼(?)이지만 장사를 하기 전까지 최 사장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지난 70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달랑 몸만 들고 서울로 왔다. 차비 외엔 10원 한 장 없었다. 상경 2년 만에 서울 돈암동에 15평짜리 자그마한 연립주택 한 채를 마련했다. 남편이 중동 개발붐을 타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생한 결과였다. 살림만 하다보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어려서부터 대가족 살림을 도맡아했던 최 사장은 음식 장사를 하면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 장사를 하겠다고 결심은 했는데 문제는 아이템이었다. 어떤 아이템으로 할까. 요모조모 머리를 굴렸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몇몇 군데 돌아다녔다. 아구찜을 보는 순간, 괜찮겠다 싶었다. 아구찜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계절을 타지 않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생선회는 계절을 타고 고기는 많이 먹으면 금세 질리거든요. 아구찜은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게 마음에 들었죠. 계절 타는 장사는 하기 힘들어요.” 아구 얘기가 나오자 그의 입에선 아구 예찬론이 흘러나왔다.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아구는 간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음식이거든요. 아구찜으로 안주를 하면 아침에 숙취도 없고요.” 장사를 시작한 시기는 지난 83년. 그는 20년 동안 한자리에서 아구찜 장사를 했다. 한 번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장사 잘 된다고 장소 옮기고 그러면 안 돼요. 손님들이 헷갈려 하잖아요. 한자리에서 오래오래 일해야 손님들이 쉽게 오는 법이거든요.” 장사를 해서 번 돈은 꼬박꼬박 은행에 갖다넣었다. 장사를 하다보면 힘든 일이 있겠다 싶었지만 힘든 적이 별로 없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즐겁게 일했다고 한다. “굳이 힘들었던 일을 꼽으라면 심야영업 단속할 때였어요. 신사동 아구찜 가게들은 밤새 장사를 하는데, 심야영업 단속을 하니 마음대로 장사를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그는 벌금을 물어가면서 장사를 했다. 자기를 보고 오는 손님들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 사장은 장사에 관해서는 일본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이 가업을 이어 장사를 하는 걸 보면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다고 한다. “장사는 하루이틀 하다 마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급해요. 너무 빨리 승부를 보려고 하죠.” 그는 자식들이 아구찜 장사를 하겠다면 말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첫째는 변호사고 둘째는 연극 공부를 위해 유학 중이다. 막내는 의대에 다니고 있다. “저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장사를 하고 싶으면 하고 다른 걸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죠.” 주위에서 장사도 잘 되고 자식 농사도 잘 지었으니 부러울 것 없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돈은 차곡차곡 모으는 것” 최 사장은 장사로 돈을 벌려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돈 좀 번다고 그 돈으로 주식 투자하고 부동산 투자하면 장사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고객을 쳐다봐야지 쓸데없이 그런데 기웃거리면 장사가 안 됩니다.” 지난 88년에 마련한 서울 역삼동 45평의 아파트 값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주위에서 저보고 좋은 집에 산다고 하는데 저는 돈 따지지 말라고 그래요. 집 하나에 7억∼8억 원 하는 게 뭐 대수입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냥 열심히 좋은 물건 만들어 고객들에게 팔면 그만이에요.”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들도 최 사장은 이해하지 못한다. 설사 당첨돼 돈을 벌더라도 관리가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돈은 차곡차곡 모아야 하는 겁니다. 한번에 너무 큰 돈이 들어오면,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똥오줌 못 가리게 되요. 환갑이 다 되서 보니 역시 세상은 순리대로 살아야 돈이 따라오는 거 같습디다.” 최 사장은 장사로 성공하려면 먼저 체면을 버리라고 말한다. 대기업에 있다가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 체면을 생각해서 크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망한다는 게 최사장의 얘기. “경험 없이 체면 차리려고 크게 시작하면 다 망해요. 주위에서 퇴직금 날린 사람들 숱하게 봤어요. 호떡 하나 팔더라도 먼저 장사 경험부터 쌓아야죠.” 작게 시작해서 경험을 쌓고 자신감이 생길 때 판을 키우라는 충고다. “장사라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집세도 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해요. 저도 지난해 부가세를 2천7백만 원 냈거든요. 이런 걸 다 따져야죠.”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손가락질 받을 짓을 절대 하지 말라고 최 사장은 주장한다. 장사는 고객들의 신뢰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딸이 제일제당에 입사시험을 봤을 때의 일이다. 손님 중에 제일제당 직원들이 많았는데 입사원서를 냈다고 하니 얘기를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남에게 의지하는 습관이 들면 제대로 인생을 살아나갈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반듯해야 합니다. 조금 아는 사이라고 부탁하면 결국에 가서는 고객들하고 사이가 멀어지거든요.” 자식들은 밤새 장사로 고생하는 그에게 이젠 쉬라고 말하지만 최 사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장사를 할 작정이다. 나이도 있고 먹고살 만큼 돈도 모았지만 일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한다. “사람은 부지런해야 해요.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보상이 돌아오거든요. 돈 좀 있다고 놀고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어요.” 최 사장은 인터뷰 중에도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들어오세요”,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를 쉬지 않았다. 평생을 저렇게 살아왔겠다 싶었다.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향기를 그에게서 맡을 수 있었다.

최화자 사장의 10억 만들기 연보 1970년 상경 72년 서울 돈암동에 18평 빌라 매입 83년 신사동에서 ‘부산 아구’ 식당 개업 88년 역삼동 45평 아파트 매입(시가 7억원).경기도 용인 땅 5억원에 매입 2003년 은행에 현금자산 5억원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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