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경제 살아날까]해결된 惡材는 하나뿐… 다시 고개든 비관론
[전후경제 살아날까]해결된 惡材는 하나뿐… 다시 고개든 비관론
“단기전으로 끝났어도 성장 낮아진다” 이라크 전쟁의 종결과 때를 같이해 각 경제연구기기관에서 내놓은 거시경제 지표는 향후 경제가 얼마나 어려울지를 알려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2003년 1분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3%에서 4.2%로 낮췄다고 밝혔다. 정부는 5% 성장에 기초한 거시경제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KDI는 “경기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며 “신속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발표는 더 심각하다. GDP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5.7%에서 4.1%로 대폭 낮게 잡았다. 이라크 전쟁이 단기에 끝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국내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한은 측은 “지난 1분기 실물경제가 너무 나빠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다수 민간연구기관들도 올해 경제를 당초 예상보다 낮게 잡느라 분주하다.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을 당초 4.8%에서 4.2%로 낮췄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60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낮춰 잡았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성장률을 5%대에서 4%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을 가정했을 때 성장률을 5%로 잡았던 삼성경제연구소도 곧 4%대로 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예측을 다른 연국기관보다 낮게 잡았던 한국경제연구원은 3.5% 성장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쟁이 단기전으로 매듭지어졌음에도 전문가들의 국내 경제 전망이 어두운 이유는 전쟁 이외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악재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국내 요인 중 가장 큰 장애로 꼽는 것이 가계부채다. 전문가들은 4백55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카드 부채도 복병이다. 카드 연체 문제로 부실이 우려되는 카드사를 구제해 주기 위해 정부는 4조6천억원에 이르는 증자까지 허용했지만 이 역시 해결이 난망한 상태다. 그 결과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지원제도) 신청자도 폭증, 지난 3월 중 신청자는 1천6백85명으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4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어둡게 하는 또 하나의 주요인으로 소비부진을 꼽는다. 국내 소비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어 지난 3월 통계청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98년 이후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만 해도 소비부진의 원인을 전쟁 등 불확실성에서 찾았지만 전쟁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다시 가계부채가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북핵… 가늠조차 어려워 북핵문제는 파괴력을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미국 정부는 거듭 “북핵 문제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을 떨쳐버리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오히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다음은 북한”이라는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금만 삐딱하게 나가도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예민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또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가 아직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얼마나 많은 기업이 어느 정도의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괴질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사스)’이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스의 국내 상륙도 우려되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이미 우리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과 홍콩은 우리 기업들의 주요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단기전으로 끝나면 세계경제는 급속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쟁이 긑난 현 시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쟁이 끝났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높아진 재정적자로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년 전 GDP 대비 1.5%의 흑자를 보였던 미국 재정은 이번 전쟁에서 1천억 달러의 전비를 써 올해 4.3%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계 등 민간부채 문제가 사라지지 않아 소비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태에서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 등 기초여건(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일본과 유럽의 경기침체는 이번 전쟁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본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재정·국가채무·부실채권 문제는 전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침체 경향을 보이고 있는 독일 경제 역시 부진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모습니다. 그나마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아시아 경제마저 사스 여파로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도 지나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세계경제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 저유가를 꼽았지만 따지고 보면 상대적이 저유가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유가가 떨어져도 전쟁 전인 24∼25달러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역시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세계경제가 올해 예상보다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3.7%로 예상했던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춘 3.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IMF는 미국경제 성장률 역시 당초 예상 2.6%에서 2.2%로 낮춰잡았다. 전쟁이 끝나면서 주가가 빠졌다는 점도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9일(현지시각) 바그다드 함락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개장된 미국 뉴욕 증시는 전쟁 이후의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89%, 다우지수는 1.22% 떨어졌다. 유럽이나 아시아 증시도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종전의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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