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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수그러들지 않는 노동계 ‘夏鬪’

[포커스]수그러들지 않는 노동계 ‘夏鬪’

지난 7월24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단투 총력 투쟁 집회의 모습.올해 들어 하투(夏鬪)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심각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산업현장이 노동계의 ‘휴가철 없는 투쟁’ 방침에 따라 전례없이 후덥지근한 여름 속에 갇혀 있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 중순이면 ‘전반전’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가 무더위가 수그러드는 9월 들어 ‘후반전’을 재개하던 예년과 달리 노동계가 하프타임 없는 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노동계는 요즘 ‘하투’(夏鬪) 중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전국적인 총파업을 선언하고, 민주노총 산하 현대자동차 등 강성 노조들이 이에 맞춰 ‘총력투쟁대회’를 강행하면서 하투는 심각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기아차노조가 현대차노조와 공동투쟁을 선언했고, 화물연대 또한 운송사와 운임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8월에 전면 투쟁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같은 하투는 올해 들어 노동계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 7월20일 발표한 ‘2003 임단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교섭 가능한 8백82개 노조 가운데 73.9%인 6백52개 노조가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고 이중 2백14개 노조(32.8%)만 협상을 타결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초 노동부가 집계한 1백명 이상의 사업장 임단협 타결률도 32.3%로 지난해 같은 기간(38.9%)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21일 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노사분규는 1백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건에 비해 83%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같은 분규 증가는 현재 국회로 넘어간 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안이 노동계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노동계는 실질적인 임금개선보다 주5일 근무제 같은 정치적 이슈 관철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대 노총은 가을 정기국회 전에 2차 총파업으로 ‘추투’(秋鬪)를 예고하고 있어 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 또한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다. “파업 좀 그만 하자”는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전국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노조는 지난 23일 하루 시한부 파업을 선언했으나 조합원의 외면으로 무산되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도 사용자 측으로 기울고 있다. 김진표 재경부 장관과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연이어 사용자 측의 옹호 발언으로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파업이 일상화되면서 나라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처우 개선·노조 경영 참여 등 3대 핵심 이슈 중 어느 하나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것 없이 개별기업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가 애매한 자세로 노동계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았다”고 말했다. 공은 정부에게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은 이래저래 더운 여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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