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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고수익 채권에 관심 집중

쏟아지는 고수익 채권에 관심 집중

은행 ·카드사가 금리 높은 채권을 속속 발행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가량 된다. 투자자들은 위험의 정도와 환금성 등을 따져본 뒤 뛰어들어야 한다.
최근 들어 고수익 채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만기 6개월 미만 수신 평균잔액)이 380조원에 이르지만 주식은 위험하고, 부동산은 정부가 목줄을 죄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할 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목돈이 필요한 은행과 카드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최근에 판매 또는 공모했던 채권들은 종전에 기관투자가에게 주로 넘겼던 후순위채권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하이 브리드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이 많아진 게 특색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익률이 연 7∼9%로 은행 정기예금의 2배가량인 고수익 채권들이다.
저마다 저금리 시대에서는 얻을 수 없는 고수익 ·저위험 등의 매력을 내세워 ‘눈길 끌기’에 나섰지만 투자자금의 성격과 자신의 투자성향, 그리고 각 채권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보고 난 뒤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민은행 김은미 재테크팀장은 “수익률이나 주식으로의 전환조건이 좋다면 나름대로 고위험 채권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고수익에 숨겨진 고위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9월 이후에는 국민은행 등 은행권에서 하이브리드 채권을, 현대카드 등에서 CB 등을 발행할 계획이다. 또 현재까지 발행된 CB ·BW ·하이브리드 채권은 모두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채권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인기 끈 CB=삼성카드가 6월 중순 8,000억원어치의 후순위 CB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이후 LG ·현대카드가 잇따라 같은 채권을 발행했다. 삼성카드의 경우 8,000억원어치의 공모에 1조9,000억원이 몰려 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어 진행된 LG카드 후순위 CB 공모의 경쟁률은 5대 1에 달했다. 반면 지난달 현대카드 후순위 CB의 공모청약률은 1.6대 1로 다소 낮았다.

전환사채란 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며, 후순위채란 발행 기업이 망할 경우 채권 변제 순위가 주식보다는 앞서지만 예금이나 일반 회사채보다는 뒤지는 채권을 말한다. 얼핏 봐선 별로 좋은 투자상품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발행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로 망할 확률이 낮은 데다, 만기 수익률이 연 8∼9%로 연 4% 안팎인 은행 정기예금보다 2배 이상이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다.
CB에 투자할 땐 만기수익률과 주식으로의 전환가격을 가장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 ·LG ·현대카드의 CB만 놓고 비교해볼 때 LG의 만기수익률은 연 8%, 삼성과 현대는 9%였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만기 전에 주식시장 상장 또는 등록을 위해 기업을 공개(IPO)한다면 만기수익률이 5%로 떨어지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수익률은 현대카드가 가장 높다. 그러나 현대카드 채권의 경우 삼성갟G의 채권에 비해 신용등급이 두 단계 아래여서 만기수익률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투자자들이 만기수익률보다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전환가액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됐을 경우 안정적인 이자수익률을 포기하는 대신 주가 상승에 따라 수익률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상장회사인가 비상장회사인가에 따라 투자요령은 달라진다.

비상장인 삼성 ·현대의 경우 미리 정한 전환가액과 상장 때 정해질 공모가격 중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최근 공모주식의 경우처럼 상장 또는 등록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고 3∼4일은 상승세가 유지되기 때문에 삼성 ·현대카드가 이런 수순만 밟아준다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상장할 3∼4년 뒤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또 상장을 약속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은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일 뿐이다. 반면 LG카드처럼 이미 상장한 회사라면 공모 후 3개월 뒤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규 상장주식처럼 주가가 널뛰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단점이 있다. LG카드 CB의 주식전환가격은 2만1,500원으로 정해졌는데, 공모 이후 주가가 이 가격 이상으로 뛴 것은 단 이틀뿐이다.
결국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비상장회사의 CB는 고위험·고수익인 반면 상장회사의 CB는 저수익 ·저위험인 셈이다.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따라 상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금성도 살펴야 한다. 이들은 최근 모두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는데 삼성의 CB는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 LG는 보합, 현대는 10%가량 하락했다. 현대카드의 CB를 산 투자자는 당장 현금화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얘기다.



● CB보다 복잡한 BW=BW는 일정한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CB와 비슷하지만 약간 구조가 복잡하다. 신주인수권부사채란 용어 그대로 채권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추가로 덧붙여진 상품이다. 거래할 때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따로 떼내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CB의 경우 주식으로 전환하고 나면 채권으로서의 효력이 사라지지만 BW는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만 부여했기 때문에 주식을 산 뒤에도 채권으로서의 성격은 그대로 가지게 된다. 따라서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을 살 경우 주식대금을 따로 내야만 한다.

최근 LG카드가 발행한 BW는 이 같은 단점을 없애기 위해 주식대금으로 추가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기존의 채권으로 대신 납입할 수 있게 했다. CB와 거의 유사한 형태가 된 것이다. 물론 주식대금을 추가로 낼 경우 기존의 채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CB는 물론 BW를 살 때는 전환가격이 조정(리픽싱)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LG BW의 경우 주가에 따라 발행 후 3개월, 그 이후엔 6개월마다 한 번씩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주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전환가격도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LG카드 BW의 청약률은 0.38대 1로 예상외로 저조했다. LG카드 관계자는 “이미 여유자금으로 CB를 산 투자자들이 많고, 최근 LG카드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이 저조한 청약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 올해 첫선을 보인 하이브리드 채권=은행감독규정의 개정으로 지난 4월부터 발행이 가능해진 하이브리드 채권(Hybrid ·잡종)이란 말 그대로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이다.
채권처럼 정해진 이자수익을 지급하는 동시에 만기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유통이 영구적인 점은 주식과 비슷하다. 지난 5월 외환은행이 발행한 하이브리드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1년짜리 정기예금의 2배가량인 연 8.5%의 확정금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경우 금리가 6%에 불과해 당초 예정(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1,100억원어치만 판매됐다.

조흥은행은 만기 10년에 5년 이후부터는 중도 상환도 가능하게 하고, 금리도 높은 수준인 7.8%를 약속했지만 2,500억여원어치를 파는 데 만족해야 했다.최근 국민은행은 2,000억원어치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판매했다. 이 채권은 금리를 1%포인트 높인 연 7%의 고정금리를 지급하고 발행 후 10년이 지나면 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추가로 지급한다. 분리과세와 세금우대 등 세제혜택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발행 후 증권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가 있어 환금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발행회사가 적자를 기록하거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요구 등 적기시정 조처를 받으면 이자를 지급받지 못할 위험도 있는 게 단점이다. 외환 ·조흥은행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가 발행한 하이브리드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은행 관계자는 “회사의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는 은행이 카드회사보다 낫기 때문에 카드사의 후순위 CB갃W에 비해 이자 및 원금보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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