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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창업16]“귀뚫는 남자’보고 주얼리 창업

[돈 버는 창업16]“귀뚫는 남자’보고 주얼리 창업

이안기 사장은 창업 후 돈도 벌고 여유시간도 늘자 매주 금요일이면 여든 넘은 부모를 모시고 전국 유람을 즐긴다.
“제가 직접 손님을 대하는 식의 장사는 안 합니다. 직원들에게 맡겨요. 직접 뛰면 매장 한 개밖에 못 하잖습니까.” 14K 주얼리 전문매장인 미니골드 삼성점의 이안기(43) 사장에게는 지난 2000년 9월 서울 삼성동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세운 원칙이 하나 있다. ‘내가 직접 장사하는 건 안 한다’는 것. “샐러리맨 생활을 하던 분들 보면 주인이 직접 장사한다고 팔을 걷어붙이죠. 그래서는 맨날 똑같은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종일 가게에 매여 있어야 하고요. 장사를 잘하도록 직원들을 키워놓고, 매장을 여러 개 더 만들어야 돈도 더 벌 수 있어요.” 이같은 원칙에 따라 미니골드 매장을 시작한 이안기 사장은 점포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미니골드 매장 2개를 포함, 총 7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전문 점포경영자’가 됐다. 이사장은 원래 조그만 완구회사를 운영하던 진짜 ‘사장님’ 출신. 1985년부터 백화점을 상대로 영업을 했다. 회사에서 개발한 어린이 장난감을 백화점에 납품도 하고, 회사를 차근차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난 87년 여름 서울에 쏟아졌던 폭우로 80평짜리 물류창고 두 곳이 수해를 당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창고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물건들이 모두 폐품이 돼버렸죠. 6억원 손해보고 88년에 회사를 정리했지요.”

운영하던 회사 수해로 폐업 졸지에 실업자가 된 이사장. 그런데 어느 날 지인 한 사람이 문구와 팬시제품 회사인 아트박스의 유통 일을 해보겠냐고 연락을 해 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아트박스의 매장관리를 대행하는 회사인 앨드의 영업부장이었다. 앨드는 전국의 아트박스 매장 중 30여곳에 물건을 공급하고, 그 매장을 관리하는 회사였다. “그때만 해도 팬시매장이 백화점 안에 꽤 많았어요. 백화점 영업했던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 앨드에 들어갔습니다.” 유통 현장에서 10여년 일하던 이사장은 99년쯤 새로운 흐름을 느끼게 된다. “할인점이니, 인터넷 쇼핑몰이니 하는 새로운 유통업체들이 나타난 것이 그때였어요. 중소 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팬시사업도 하향세로 돌아서던 때였고요. 온라인·백화점·할인점들이 할 수 없는 품목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주얼리가 눈에 딱 들어오더군요.” 14K 정도니까 백화점에서는 취급하지 않을 테고, 할인점은 생필품 위주고, 직접 착용해 봐야 하는 품목이니까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유리할 것 같았다. 또 전에는 직장여성들이나 젊은 주부들 정도만 14K류의 주얼리 제품 수요층이었지만 학생들이나 남자들도 귀를 뚫고 다니는 등 주얼리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밝은 분위기의 주얼리 가게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을 여러 번 봤던 것도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앨드 사장이 회사를 더 운영하기 어렵다며 회사 문을 닫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 이사장은 회사 정리 후 드디어 2000년 9월 꿈꾸던 주얼리 사업에 나섰다. 미니골드에 가맹해 삼성역과 연결된 코엑스몰 입구(지하)에 14평짜리 점포를 냈다. 이 지하상가는 실제로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지하상가다. 그가 이곳에 매장을 낸 이유는 투자비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아트박스 매장들을 운영할 때 알게 된 건데, 일반 빌딩 점포보다는 쇼핑몰이나 대형상가 점포에 입주하는 게 더 저렴해요. 이런 곳은 권리금이 없거든요. 건물주에게 이러이러한 업종으로 매장을 하겠다고 사업제안서를 내서 허가를 받으면 보증금과 월 임대료만 내면 되죠. 당시 보증금 9천3백만원에 월세 3백30만원에 계약하고 들어갔는데, 만약 일반 점포였다면 권리금 때문에 1억원은 더 들었을 걸요.” 매장 주변 여건도 적당해 보였다. 코엑스몰 상가 안에 금은방들이 몇 개 있었지만 20, 30대 젊은이들 취향의 주얼리 가게는 없었다. 젊은 층이 많이 오가기에 승산도 있을 거라고 봤다. 직원 두 명은 모두 예전에 아트박스 매장에서 일했던 직원을 그대로 고용했다.

고객응대·서비스가 가장 중요 “본사에서 저한테 팬시제품 팔던 직원이 주얼리를 잘 팔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그렇지만 전 상품은 뭐든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고객응대나 서비스하는 태도지 뭘 팔아봤느냐가 아니거든요. 또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라 제 스타일을 잘 안다는 것도 이점이고요.” 2000년 9월 오픈 당시 매출은 지금(월 매출 5천만원, 순이익 5백만원)의 절반 수준. 코엑스몰 내 메가박스 극장에 손님이 많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개점 후 6개월이 지나면서 매출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9월 미니골드 고속터미널점까지 열며 사업확장에 나선다. 이사장이 다른 창업자들과 다른 점은 직원관리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과거 완구회사와 아트박스 매장관리를 하던 시절에 익힌 직원·조직관리 경험 덕분이다. 이사장은 점장에게 가게 운영을 전적으로 일임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잠깐 들른다고 한다.

“5년간 운영한 뒤 직원에게 넘긴다” “제가 직원들에게 맡겨서 할 수 있는 것은 미니골드 본사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죠. 재고·물류·판매관리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거든요. 인터넷으로 집에서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매장에 나갈 필요 있나요. 사장이 자주 나가면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해서 장사에 오히려 안 좋아요.”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매장 운영을 맡기는 대신 친절한 서비스와 마음가짐만은 강하게 주문한다. 그리고 매장 운영에 대한 몇 가지 기본원칙을 처음부터 정해주는 게 서로 일하기 편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매장 청소는 늘 막내가 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사장은 이렇게 구멍가게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스템적으로 점포 경영에 접근해, 현재 서울 삼성동·고속터미널에서 미니골드를, 이외에 미용실과 팬시점도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에게는 독특한 특징이 또 하나 있다. 데리고 있던 직원들을 소사장으로 독립시키는 일에 열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점포 장사는 5년이 고비”라고 말한다. 한 아이템으로 5년쯤 장사하면 계속 올라가던 매출이 꺾이기 시작한다는 것. 바로 이 시점이 직원들에게 일하던 점포를 넘기기에 적당한 시점이라고 한다. “매출이 꺾이기 시작하는 때에 직원에게 점포를 넘기면 떨어지던 매출이 다시 올라갑니다. 직원이 사장이 되니까 월급받고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장사를 하고, 또 자기 가족들이 장사를 도우러 나오고 해서 기본 운영비 절감이 이뤄지거든요. 저로서는 잘될 때 파니까 제값 받아 좋고, 직원들은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 서로 좋은 거죠.” 점포 매각 대금을 매달 조금씩 나눠서 받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점포를 완전히 직원 소유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사장은 보유한 7개 매장 가운데 3곳을 이런 식의 소사장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한 덕분에 “내 시간이 많아져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살면 살수록 돈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지금도 매장을 더 늘릴 수 있지만 소사장제로 점포를 독립시키지 않는 이상 더 확장하지는 않을 작정이라고 한다. 직접 관리하는 매장이 4개가 넘어서면 여유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 이사장은 매주 금요일이면 여든이 넘은 부모를 모시고 전국의 온천과 경치좋은 곳으로 유람을 다닌다. “돈 버는 것보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금요일이면 다른 일 모두 제쳐놓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냅니다.” 주말에 아내와 놀러다니는 것도 즐겁다는 이사장에게서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충분히 번 사람의 여유로움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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