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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 ‘계산법’은 고무줄?

워커힐 ‘계산법’은 고무줄?

서울 아차산 기슭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 전경.
경기도 구리에서 서울로 들어오다 보면 광진구 아차산에서 한강 쪽으로 반듯하게 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워커힐호텔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검찰비리 수사 대책을 숙의하던 ‘사파이어빌라’도, 드라마 ‘호텔리어’에서 배용준과 송윤아가 블루스를 추던 ‘애스톤하우스’도 모두 여기에 있다. 이렇게 화려한 사연을 뿌린 호텔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8월 최태원 회장이 SK네트웍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호텔 지분을 채권단에 내놓은 것. SK네트웍스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은 최회장 지분 40.7%와 SK네트웍스 지분 9.68% 등 50.38%를 국내외 기업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올해 안으로 워커힐의 새 주인을 찾아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커힐의 새 주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회사는 파라다이스다. 워커힐 내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고, 장충동 본사 부지에 호텔 건립을 추진한 ‘전력’에 비춰 워커힐에 욕심을 낼 만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워커힐 매출에서 차지하는 파라다이스의 ‘기여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선재 세종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라다이스가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워커힐 측에 내는 임대료만 연간 1백억원대에 달한다. 여기에다 카지노 손님과 연계된 숙박·쇼핑 등을 감안하면 파라다이스는 워커힐 매출의 25∼40%를 기여하고 있는 효자 회사”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풍부한 자금력은 물론 호텔 체인화·부지 개발 노하우에서 워커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워커힐 인수 건에 대해 한발 물러나는 분위기다. 파라다이스는 “연락 온 것이 없다”며, 롯데호텔 역시 “현재로선 관심이 없다”며 워커힐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계산법의 차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부가격으로 치자면 최회장과 SK네트웍스 지분은 1천2백억원대. 그러나 하나은행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실제 매각가가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한다. 김승유 행장은 “아차산 일대 14만5천평의 개발 가치를 생각하면 매각가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작 업계에서는 “워커힐은 1조원을 들일 만큼 매력 덩어리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업종이 성장산업이 아닌데다 최근엔 경쟁업체가 늘었다. 실제 거래가격은 2천억∼3천억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치를 깎아내렸다. D증권 애널리스트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아차산 대지를 5천억원대 이상으로 평가하기는 무리”라며 “매각대금을 높게 받아내려는 과장된 제스처”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SK C&C와 주식 스와프거래 때 최태원 회장은 워커힐의 주당가치를 4만4백95원으로 평가했다. ‘최태원식 계산’이라면 워커힐 매매가격은 3천2백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30%)을 더하면 4천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 역시 최회장의 주당가치 평가가 과대 평가됐다고 비난을 받아온 데다, 비상장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인정될지는 미지수여서 ‘공정한’ 계산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실사 후 감춰진 부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
“아차산 개발 가치 포함하면 최대 1조원까지 가능하다”

최태원 SK㈜ 회장
“스와프 거래 때 주당 4만원 경영권 감안하면 4천억원대”

호텔업계
“호텔업종 성장 산업 아니다 2천억∼3천억원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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