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財테크강좌]“고금리에 대한 미련 버려라”

[財테크강좌]“고금리에 대한 미련 버려라”

일러스트 : 이정권
과연 지금이 저금리 시대일까? 저금리라는 표현도 모자라 초저금리 시대라는 한 단계 더 강력한 수식어까지 붙여 표현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로 저금리 혹은 초저금리 시대인지. 금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통상 지표금리로 삼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을 비롯해 회사채 수익률·CD유통수익률·국민주택채권 수익률 등 여러 종류의 금리들을 경제 활동에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금리는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예금금리다. 예금금리 움직임에 따라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이자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변하기 어려운 대세 그럼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변동을 살펴보자. 지금 한국의 금리(1년제 정기예금 기준)는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IMF 위기 전에는 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12% 수준이었다. 1억원을 예금할 경우 월 1백만원(세전) 정도의 이자는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IMF 사태가 터지면서 예금금리는 더욱 크게 뛰었다. 당시 국가 부도 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중 회사채 금리는 연 20%를 훌쩍 뛰어넘었고, 예금금리도 최대 연 18%까지 치솟았다. 98년 초의 일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반전했다. 위기감이 가라앉고 경제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더해지면서 금리 거품은 곧 사그러 들었고, 99년에는 연 8% 이하로 떨어졌다. 이때 처음으로 저금리 시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금리하락세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금리는 바닥을 모른 채 계속 하락해 2001년 말부터는 연 4%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면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거의 남는 게 없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명칭도 저금리 시대보다는 한 단계 격상(?)된 초저금리 시대 혹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불렀다. 2003년 10월 현재 은행 1년제 정기예금금리는 그보다도 낮은 4%에도 못 미친 연 3.8%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IMF 직후의 연 18% 최고 금리에 비하면 거의 5분의 1, IMF 이전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1억원을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월 31만원(세전)에 불과하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이 과연 저금리 시대인가라는 물음에 있어 분명 지금은 예전 수준에 비해 금리가 크게 낮은 저금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지금의 금리 수준이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저금리라는 뜻이지 향후를 내다본다면 과연 지금이 저금리 시대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향후 금리가 빠졌던 만큼 급등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지금이 저금리 시대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현 수준이 상당기간 그대로 이어진다거나 오히려 추가 하락이라도 한다면 오히려 지금 금리 수준은 저금리 시대라고 부르기보다는 보통금리 혹은 고금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 저금리 기조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재테크에도 상당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예전에 비해 눈높이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두자릿수 금리 시절에는 기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자체가 컸던 만큼 재테크를 통한 기대 수익치도 높았다. 하지만 그때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금리가 떨어진 지금은 두자릿수 수익률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보다 1% 수익을 더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고금리에 대한 미련보다는 나름대로의 타개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금상품보다 투자상품이 인기 저금리로 인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세 가지 금융상품만 적절히 가입하면 중간은 갈 수 있었다. 목돈 굴릴 때 정기예금, 목돈 모을 때 정기적금, 생활비 등을 넣어둘 입출금식 통장은 자유저축예금이 그것이다. 용도별로 이 세 가지 상품만 가입하고 있어도 적지 않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확정금리 상품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낮은 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점차 수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융상품 선호도도 안전한 확정금리 예금상품보다는 적극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나온 금융상품 중 가장 히트한 상품 역시 미리 정해진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향후 주가지수 변동에 따라 예금이자의 두세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주가지수연동예금)이라는 점을 보면, 사람들의 투자에 대한 개념과 방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투자방식의 변화가 투자자의 자발적인 선택이기보다는 어려워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측면이 더 크다는 점이다. 원금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저금리때문에 생긴 불가피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불과 4, 5년 사이에 금리가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이자생활자다. 주로 은퇴 후 퇴직금 등을 저축상품에 넣어두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생활하던 사람들은 금리가 떨어질 때마다 그만큼 가계 수입이 줄어드는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격적인 투자에도 한계가 있는 이자생활자의 특성상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불가피하게 원금을 헐어 쓸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기는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라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체계적인 위험과 수익관리를 진행하는 방법과 원금을 헐어 쓰더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즉시연금식 상품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카카오뱅크, ‘발명의 날 행사’에서 특허청장 표창 수상

2한국은행, 기준금리 11차례 연속 3.5% 동결 ‘관망세’

3‘가정의 달’ 5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식당은 ‘이곳’

4성남선일로타리클럽, 대만화련현 지안향공소에 지진 피해복구 지원금 전달

5 한은, 기준금리 3.5% 동결…올해 성장률 전망은 2.1%→2.5%

6아이오페, 임영웅 콘서트 지원사격…‘레티놀 히어로’ 부스 운영

7전세사기피해자 1600여명 추가…총 1만7000명 넘었다

8피크닉 계절 맞아 칵테일 스프리츠 대명사 ‘아페롤 1L’ 화제

9아르떼케이, YG플러스 아트레이블 피시스 전속 작가 백하나 개인전 공동 개최

실시간 뉴스

1카카오뱅크, ‘발명의 날 행사’에서 특허청장 표창 수상

2한국은행, 기준금리 11차례 연속 3.5% 동결 ‘관망세’

3‘가정의 달’ 5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식당은 ‘이곳’

4성남선일로타리클럽, 대만화련현 지안향공소에 지진 피해복구 지원금 전달

5 한은, 기준금리 3.5% 동결…올해 성장률 전망은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