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창업21] “후배들 위해 창업 상담도 해줘”
[돈 버는 창업21] “후배들 위해 창업 상담도 해줘”
직장 다니며 아이템 고민해야 창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내가 미리 아이템을 선정해 놓은 덕분에 바로 가게 터를 알아보러 다닐 수 있었다. 그는 “구조조정에 대비해 직장생활 중에 미리 창업 아이템을 고민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조언한다. 퇴직 후 부부가 나서서 한달간 김포·청주·수원 등지를 샅샅이 훑었다. 던킨도너츠 체인이 많이 진출해 있지 않은 지역을 본사에서 알려주면 무조건 그 지역으로 나가 하루종일 가게터를 알아보며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가보면 점포 가격이 높거나, 혹은 매물이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던 중 발길이 닿은 곳이 주엽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후곡마을이었다. 친척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서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었고, 근처에 던킨도너츠 체인점이 없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때마침 후곡마을 사거리 코너에 있는 빵집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위치가 참 좋더군요. 눈에 띄기도 하고. 주변이 모두 학교와 학원·아파트였으니까요.” 예전부터 빵집 터를 눈여겨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집주인은 내놓지 않았었다. 그러다 때마침 집주인 건강이 악화돼 가게가 매물로 나왔던 것을 서사장이 움켜잡았다. 한달 만에 가게터를 잡았고, 이어 인테리어공사를 하고, 본사에서 교육을 받으며 한달을 보냈다. 지금도 서사장 부부는 1주일간의 본사 교육을 생각하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 점포당 2명이 일주일간 본사에서 교육을 받는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부하면서 도넛 종류·위생관리·인사법 등을 배우고 시험까지 쳤습니다. 현장 학습 3일간은 점포에서 9시간 동안 계속 서 있었는데 완전히 녹초가 됐었지요.” 이렇게 해서 서사장은 실직 2개월 만인 2001년 4월에 가게를 오픈했다. 점포 하나를 내는데 보통 3∼4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일이 초스피드로 진행된 셈이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아르바이트 없이 부부가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서사장은 “하루종일 서 있다 보니 손발이 붓는 바람에 한 치수 큰 신발을 사서 신었는가 하면 주부습진까지 걸렸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요즘은 서사장 부부와 시간제 아르바이트한 명이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교대로 일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2학년인 딸을 돌보기 위해 부부가 오전 오후로 교대해 집에 들어간다. 이렇게 일에 몰두하다 보니 “설날과 추석에만 겨우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사장의 아들딸은 학교가 끝나면 가게로 달려온다. 그리곤 엄마로부터 ‘하루 일정’에 대한 지시를 받는다. 요즘 서사장 내외의 최대 고민은 ‘자녀 돌보기’ 문제다. 창업 상담자들 잇달아 찾아와 장사는 다행히 오픈 당시부터 불황을 타지 않았다. 주고객인 주부나 학생층이 두터웠기 때문이었다. 현재 월 2천5백만∼3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잘될 때에는 3천5백만원으로 치솟는다. 보통 월 매출 3천만원이면 이중 본사에 내는 재료비가 60%(약 1천8백만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월세(3백만원, 실평수 15평), 6명의 아르바이트 인건비(약 2백50만원), 전기료·수도료 같은 관리비(월 1백만원)로 나간다. 서사장에게 떨어지는 순익은 월 5백만원 안팎이다. 장사가 잘 되는 날에는 오후 10시에 문을 닫지만 잘 안 되면 자정까지 꼬박 팔아야 한다. 장사가 잘 되는 시간은 낮 2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서사장은 “여름 한철은 비수기지만 나머지 계절에는 고른 매출이 나온다는 것이 도넛 가게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 가게의 최대 고객은 학생들과 주부들. 학교에서 학급행사를 비롯해 보이스카우트 행사 등이 있으면 수십∼수백개씩의 도넛 특별 주문도 들어온다. 매출의 15∼20%는 이같은 단체주문에서 발생한다. 특히 학교와 학원 등에는 전화주문이 오면 직접 배달도 나가는데, 이게 반응이 좋다. 서사장은 “학생들이 오후에 출출함을 느껴도 학교나 학원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했다”며 “배달을 하면서 단체주문도 많이 늘었다”고 밝힌다. 요즘은 주엽역 근처에서도 도넛을 사러 가게로 몰려온다. 주엽역 근처는 상가임대료가 비싸 개인이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체인점이 없어서다. 서사장은 “주엽역 근처에는 왜 던킨도너츠가 없냐고 불평하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지다 보니 본사에서 직영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던킨도너츠 체인점이 일산지역에 많지 않았던 초기에는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때문에 창업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자주 서사장을 찾았다. 일주일에 대여섯명씩 찾아왔을 정도.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명이 온다. 서사장에게 상담을 한 후에 오픈한 곳이 바로 백마 던킨도너츠다. 서사장은 “도넛 가게가 보기에는 깔끔하고 쉬워 보여도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 다니면 하루종일 일한다는 생각 없이 중간에 휴식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을 한 점주는 가게문을 열고 나서 닫을 때까지 끊임없이 쓸고, 닦고, 진열하고, 짐 나르는 일을 해야 한다. ‘눈에 띄는 모든 게 일’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모든 게 일 게다가 본사에서 나오는 위생점검이 까다롭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한달에 한번씩 위생점검이 나오고, 점포 담당 수퍼바이저가 일주일에 한번씩 나온다. 또 한달에 두번은 손님을 가장한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per)가 나타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청소 상태부터 빵 관리 상태, 틀어놓은 음악소리의 정도, 인사 여부, 명찰착용 여부 등이 일일이 체크된다. 점수가 안 좋을 경우 본사에 가서 재교육까지 받아야 한다. 그는 쉬울 줄 알고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헛짚었다며 웃는다. 창업 초기에는 서러운 일도 많았다. “나이 어린 손님들이 반말을 하거나 무례하게 굴어도 웃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하루는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로 8백50원짜리 도넛을 하나 더 산 것으로 잘못 계산해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아내 문씨가 “다음번에 영수증을 가지고 가게로 오시면 돈을 드리겠다”고 하자 그 고객은 다짜고짜 “집으로 가져다 달라”고 요구했다. 8백50원을 들고 집까지 찾아갔지만 문전에서 “이런 식으로 장사하지 말라”는 핀잔만 듣고 왔다. 이 부부에겐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사건’이다. 그래도 서사장은 꾸준히 ‘누구 엄마, 누구 학생’ 같은 손님 이름을 꼬박꼬박 외우고, 먼저 아는 척을 하면서 친절한 도넛 가게 아저씨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덕분에 단골이 전체 손님의 60∼70%에 이른다. 서사장 부부는 “창업비용이 컸지만 수익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며 “아이템 선정과 입지 선정이 장사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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