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초밥집 낸 현대종합상사 박원진 사장… “기업형 프랜차이즈 만들 것”
국내 최대 초밥집 낸 현대종합상사 박원진 사장… “기업형 프랜차이즈 만들 것”
환상에 가까운 퍼펙트 게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때에 개업했는데 요즘 어떠십니까? 잘되십니까? “예. 먹는 장사는 3개월쯤 지나봐야 안다고 하는데 일단 시작은 좋습니다. 첫날 매출이 1천만원이 조금 넘었는데 다행히 이 정도의 매출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초밥집까지 한다’고 말이 많습니다. “사실 그동안 상사는 내실 없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외관은 화려했지만 좀 심하게 말하면 그룹의 심부름꾼에 불과했거든요. (그룹이) 수출을 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해소하는 일을 하는 공허한 비즈니스였지요. 우리만 해도 ‘현대상사만의 상품’이 없었잖습니까. 우리만의 상품을 팔아본 경험이 없었어요.” 실제로 지난해 2월 그가 부임했을 때 현대상사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현대그룹이 분해되면서 그룹의 수출 물량이 끊긴데다 부실까지 겹쳐 생존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수출은 제조사가 하되 세관신고는 종합상사가 하는 ‘면장 대행’이 매출액에서 제외되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서 매출은 27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재무상태도 심각했다. 자본잠식 상황이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했다. “돌파구가 되는 새로운 사업을 찾았지만 그럴듯한 시장에는 이미 누군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자금도 시간도 부족했지요. 최소 비용으로 투자하되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어야 할 것. 이것이 새로운 사업을 하는 기준이었습니다. 단시간에 승부를 볼 수 있으면서 고수익을 실현해야 했지요. 환상에 가까운 퍼펙트 게임이었지만 그것이 회사가 처한 현실이었고 운명이었습니다.” 초밥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올 봄이었던가요? 사업개발본부장인 김재형 상무가 초밥집을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좀 뜻밖이었어요. 그 전에 패션과 하우스맥주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밥집은 그게 아니잖습니까. 고민이 되더군요.” 하지만 김재형 상무는 이미 결심을 굳힌 듯했다. “5년 내에 60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며 “장사가 아니라 맥도날드와 같은 기업형 프랜차이즈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종합상사는 최고의 인기직장이었고 전 세계를 안방처럼 뛰어다니던 회사였습니다. 사장님께서도 20년을 상사맨으로 활동하셨는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민 많았습니다. 저나 직원들은 ‘현대상사=수출’이라는 등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아닙니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음식점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수출보국을 내세웠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내수와 소비품, 그리고 사치품은 금기품목으로 손도 못대게 했거든요. 만약 한다고 해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박사장의 깊어지는 고민에 비해 직원들은 적극적이었다. “왜 안 되느냐”는 것. 처음에 찬반이 팽팽하던 직원들도 ‘해보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사외이사들도 흔쾌하게 오케이를 했다. “못할 게 뭐 있겠는가” 하는 말이었다. 문제는 외부의 시각이었다. “여기저기서 ‘정말 하느냐’고 물어올 때마다 저도 모르게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더군요. 솔직히 그때마다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런데 회사에 들아오면 그런 불안이 눈이 녹는 것처럼 사라지는 겁니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사장인데 직원만도 못한 확신을 가지고 어떻게 회사를 끌고 나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고심 끝에 박사장은 지난 7월8일 임원들과 함께 서울 청담동의 한 일본식 회전 초밥집을 찾았다. 일종의 현지답사였다. 1시간30분간에 걸친 면밀한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은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 이왕 하는 것 기업형으로 하기로 한 박사장은 서울 압구정동에 1백14석짜리 국내 최대의 초밥집을 짓기로 했다.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초밥집 하나 내면서 정말 떨었습니다.(웃음) 실내 인테리어를 할 때 보러 갔다가 ‘이 넓은 자리가 다 찰까’ 하는 불안감만 안고 돌아왔던 일도 있었지요. 쉬운 일이 없더군요. 초밥집 하나 내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미요젠’(味樂禪)이라고 이름 붙인 초밥집이 개업하던 날 박사장은 하루종일 좌불안석이었다. 저녁 9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그에게 “매출 1천만원이 넘었다”는 전화가 왔다. 그는 “내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가 멈췄다 다시 도는 기분이었다. 현재 실평수 1백8평에 2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미요젠은 단일 초밥집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매니저와 호텔 일식당 출신의 주방장은 대리급 직원으로 정식 채용했다. 푼돈의 귀중함을 알았더라면… “보시면 알겠지만 (회전초밥은) 공정 자체가 대량생산 시스템과 같습니다. 대형화가 가능한 거죠. 여기에 현대상사의 조직력이 더해지면 대단한 프랜차이즈가 될 겁니다. 예를 들어 10개 가맹점이 있으면 재료 유통만 하루 1억원가량 됩니다. 이 또한 새로운 사업입니다.” 굵직굵직한 사업을 하다가 ‘푼돈 장사’를 해보니 어떻습니까? ‘사업’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배울 게 더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푼돈의 귀중함을 알았다면 부실을 이렇게 키우지 않았을 겁니다. 돈 버는 어려움을 몰랐던 것이지요. 푼돈이 모여서 큰돈이 되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초밥집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꿈에서도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귀중한 경험입니다.” 박사장은 “하지만 이제까지 해오던 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50개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다시 구축했다는 그는 철강·플랜트 분야의 무역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문화 분야로의 진출은 새로운 사업이라는 것이다. 현대상사는 초밥집에 이어 11월 중순 서울 강남역 부근에 하우스맥주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7월23일 주총에서 대주주 감자를 통해 현대그룹과 완전 분리된 현대상사는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갔으며, 최근 채권단의 출자전환(3천1백억원)으로 자본잠식을 벗어났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6천7백73억원, 적자는 2천2백51억이다. 부실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때문이다. 박사장은 “올해는 2백50억∼3백5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고 이자부담액이 2백억원 전후로 줄어드는 내년에는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2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3‘서울의 아침’ 여는 자율주행버스...26일부터 운행
4‘제조업 자동화’ 가늠자 ‘로봇 밀도’...세계 1위는 韓
5영풍, 고려아연에 배당금만 1조1300억 수령
6KT, 1.6테라 백본망 실증 성공...“국내 통신사 최초”
7'윤여정 자매' 윤여순 前CEO...과거 외계인 취급에도 '리더십' 증명
8‘살 빼는 약’의 반전...5명 중 1명 “효과 없다”
9서울 ‘마지막 판자촌’에 솟은 망루...세운 6명은 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