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를 잡아라”
“화장하는 남자를 잡아라”
남성용 기능성 화장품 대거 출시 그러나 최근 남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색조·기능성 화장품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꽃을 든 남자’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소망화장품은 2002년 컬러 로션을 출시해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컬러 로션은 여성용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남성용으로 만든 제품으로 얼굴의 잡티를 가려주는 피부보정용 화장품. 이 제품은 지난해 월 평균 5만개 이상 꾸준히 팔리며 인기를 모았다. 다른 화장품 회사들도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아이템도 확대하고 있다. 태평양의 헤라포맨·아이오페옴므,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옴므, 한국화장품의 체스 프레젠, 애경산업의 플레르 드 뽀 옴므, 소망화장품의 에소르 화이트 등이 최근 선보인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들이다. 이들 남성 화장품 브랜드는 노화 방지·주름 개선·자외선 차단 등의 기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을 대거 선보이며 남성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귀걸이·목걸이·반지 등 패션 주얼리에서도 남성 전용 브랜드가 등장했다. 남성용 주얼리 회사인 보보스는 탄피 모양의 팬던트 등 남성 취향에 맞도록 디자인한 남성 전용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2001년 12월에 사업을 시작한 보보스는 현재 서울의 홍대입구·길동·마산 등 3곳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2002년 1억원에서 지난해 6억원으로 늘었다. 정승원 보보스 대표는 “과거에는 주얼리를 하는 남자가 유흥업소 종사자나 디자이너 같은 특수 계층에 한정됐지만 요즘은 평범한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성들이 주요 타깃이던 주류 시장에서는 여성을 공략해 불황 속에서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산사춘’이 대표적이다. 배상면주가의 관계자는 “개발할 때부터 여성 고객을 염두에 두고 부드럽고 순하면서도 뒷맛이 쓰지 않도록 특히 신경썼다”고 말했다. 한약재 등을 사용해 몸에 좋은 술임을 강조하는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술의 기능적인 면보다 감성에 기대는 광고 정책을 펴는 것도 특징이다. 여성에게는 논리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인 어필이 한층 효과적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배상면주가는 이미연·이효리 등 여성 모델을 기용해 ‘남자 빼고 여자끼리 마시자’거나 ‘산사춘애(愛) 빠졌다’는 카피를 동원해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산사춘을 주력으로 하는 배상면주가는 2002년 약 3백억원, 지난해는 약 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성 취향의 생맥주 체인점 ‘큐즈’는 여성들끼리만 오면 술 값을 할인해 준다. 매장 인테리어도 여성 취향을 고려해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로 만들었다. 매장 내에 캐릭터 상품이나 향기 나는 주머니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파는 숍인숍도 운영하고 있다. 큐즈는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 전국에 24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여성용 숙취제거제도 등장 여성 음주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여성용 숙취해소제도 최근 선보였다. 정우약품은 지난해 9월 말 기존 숙취해소제의 기능에 콜라겐·비타민·한방 성분 농축액 등을 함유한 숙취해소제 ‘레이디필’을 출시했다. 기존 숙취 제거제가 음주 뒤 속 쓰림 해소에만 주목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제품은 쓰린 속을 풀어줄 뿐 아니라 피부 거칠어짐과 푸석거림을 해결해 주는 효능으로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젊은 여성이 주 고객인 점을 감안해 휴대하기 쉽도록 알약 형태로 만들었다. 이처럼 성별을 초월하는 시장이 부각되는 것은 남녀에 대한 고정 관념이 변하기 시작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승원 보보스 대표는 “과거에도 남자들이 귀걸이, 목걸이를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사회 정서는 다소 거부감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2년부터 꽃미남 붐이 일며 남성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금은 남성들이 꾸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아내나 여자친구를 통해 구입하던 화장품, 주얼리를 남성들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대표는 “지난해 초만 해도 보보스 인터넷 쇼핑몰 회원은 여성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남성이 90% 이상으로 바뀌었다”며 “전에는 여자친구가 사서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했지만 요즘은 남자들이 직접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도 주얼리처럼 직접 구매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주류 시장에서 여성 고객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여성 음주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일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남자 동료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대거 출시된 저도주 바람도 여성 음주 인구 증가에 일조했다. 독하지 않은 순한 술은 여성들이 마실 때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 우대 생맥주 체인 큐즈를 운영하는 헤세드의 이현수 마케팅 팀장은 “보통 술집은 남자가 80% 이상이지만 큐즈는 고객의 50∼60%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여자가 많다는 소문에 남자 손님을 끌어들이는 부수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성별 고정관념 변화로 신규 시장 생겨 이와 같은 성별 파괴 마케팅 전략은 기존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틈새 시장으로 시작했지만 사회 분위기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불황일 때 여성용 화장품보다 남성용 제품 매출이 먼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체 화장품 시장은 3∼5% 감소가 예상되고 있지만 남성 화장품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는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02년 2천6백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3천억원 정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망화장품의 정해진 브랜드 매니저는 “일본의 경우 이미 2000년에 남성 전용 브로우(눈썹 그리는 연필), 피지제거용 파우더 등 세분화된 남성용 화장품들이 출시됐다”며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이 아직은 여성시장에 비해 작지만 앞으로 좀더 시장이 세분화되고 규모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별 파괴 마케팅을 구사해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존 남성 또는 여성 시장을 버리고 다른 성(性)만을 공략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화장품이나 술 등 남성 또는 여성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고객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 소외됐던 다른 성별의 고객들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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