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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위를 나는 비행기

철도 위를 나는 비행기

열차의 속도계는 광명역을 빠져 나오면서 단숨에 3백km로 치솟았다. 시승을 위해 고속철에 오른 승객들의 표정에는 일순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곧 평온한 얼굴로 바뀌면서 열차 안은 이들의 탄성과 환호로 떠들썩해졌다. 열차는 곧게 뻗은 레일 위를 흔들림없이 매끈하게 달렸다. 한 승객은 “대전까지 49분밖에 안 걸려 잠깐 동안 눈붙일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0일 철도청이 한국 주재 외신기자와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연 고속철 시승식의 풍경이다.

1899년 경인선 열차가 개통되면서 시작된 한국 철도의 역사는 오는 4월 1일부터 새로 쓰이게 됐다. 1992년 착공돼 12년간의 대장정을 거쳐 완공된 고속철의 개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번째 고속철 보유국이 됐다. 고속철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40분, 목포까지는 2시간 58분만에 주파하게 된다. 김세호 철도청장은 “수도권에 있는 기업과 대학의 지방이전이 급속화될 것”이라며 고속철 개통이 행정수도 이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고속철 건설에는 모두 14조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기술 이전이 시작된 96년부터 차량제작기술 등을 국산화하기 시작해 현재 국산화율은 94%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제작기술의 확보와 물류비용 절감, 지방산업 활성화 등 고속철 효과가 매년 1조8천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든 노선을 고속철 전용노선으로 새로 건설한 프랑스·일본 등과 달리 일부 구간에서는 기존 철도노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속철 기관사 전길호씨는 25년여 동안 철도를 운전하며 전국을 누빈 베테랑이다. 고속철 기관사로 뽑힌 전씨는 “고속철을 몰고 유라시아 철로 위를 달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청장은 “고속철의 개통으로 경의선과 중국횡단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를 잇는 대륙횡단철도가 탄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했다. 최대 시속 3백km의 고속철이 질주하기에 남한 땅은 너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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