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5 최후의 승자는 누굴까
4 ·15 최후의 승자는 누굴까
3 ·12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은 야당이 예상했던 것보다 강했다. 하지만 4·15 총선까지는 한달 가까이 남았다. 선거에서 한달은 평소의 1년과 맞먹을 만큼 긴 시간이다. 야당은 이 시간을 탄핵 역풍을 순풍으로 되돌려 놓는데 집중할 것이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고 만들어준 현재의 프리미엄을 총선까지 이어간다는 계산이다.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의 민병두 수석부단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된 의정 쿠데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국민들의 뇌리에서 야당의 일그러진 영상이 그리 쉽게 지워지겠는가”라며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권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당한 수준의 충격을 받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정도로 평가했다.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총리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준다면 점차 후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어쨌거나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국의 정치지형도는 2002년 대선 당시처럼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로 양분됐다. 노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탄핵정국에 정면으로 맞선 결과 열린우리당은 일순간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 1위는 물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번 탄핵소추의 결정적 계기가 된 발언인 “열린우리당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4월 15일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 도처에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변수와 함정들이 자리하고 있고,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우선 자충수를 둬버린 야당에 현재와 같이 불리한 정국을 수습할 만한 대처 능력이 있느냐가 관심이다. 당장 탄핵안을 놓고 결집했던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은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가 당권의 전면에 복귀했다. 반면 당 지도부 개편을 이끌어내는 등 개혁 바람을 일으켜온 소장파들의 목소리는 어느새 쑥 들어가 버렸다. 따라서 탄핵정국에서 비상시기임을 강조해 최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간신히 봉합됐던 한나라당 현 지도부와 소장파들 사이의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13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18일 열릴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의원 대 홍사덕 총무’간 빅매치를 성사시켜 당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쇄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홍총무가 탄핵안 가결에 전력을 쏟겠다면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탄핵안 가결 이후 전당대회가 연기되면서 소장파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14일 당 지도부가 탄핵정국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명분으로 ‘비상대책기구’를 설치키로 함에 따라 소장파들은 “임시 전대를 무산시키려는 음모”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대표가 “전대가 불투명해지더라도 당초 약속대로 18일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민주당도 한때는 탄핵 발의를 주도한 조순형 대표를 중심으로 중진 및 소장파들이 모두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박태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한 광주·전남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입당이 잇따르면서 총선을 1개월 앞두고 민주당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군다나 탄핵 후폭풍의 영향으로 당 지지도가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가운데 14일 설훈·박종완·정범구·조성준 의원 등 4명의 현역 의원들이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세 확산을 시도해 지도부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우려하는 불상사는 수도권의 동요다. 양당의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운동 돌입도 전에 엄습해오는 탄핵 역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반전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후보 개개인이 각자 살 길을 찾아나서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어 당은 그야말로 통제불능 상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향후 여론의 추이도 주요 변수다.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노사모를 비롯한 노대통령 지지자 1만5천명이 모여 밤 늦게까지 촛불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행동’(가칭)을 구성하고 탄핵안 가결 이후 연일 전국적인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선 당시 미군 차량에 치여 사망한 여중생을 위한 촛불집회는 노대통령 당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보수단체들도 노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일단 국민 여론은 탄핵안 가결이 잘못됐다는데 더 많이 몰려 있다.
여론의 변화는 정당 지지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의장이 선출된 이후 정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 순으로 꾸준히 유지돼 왔다. 지난 2월 초 불법 경선자금 수수 혐의로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비판여론이 급등해 한때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가 시작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40%대를 상회할 만큼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호남의 민심 변화다. 탄핵안 가결 직후 호남 민심은 급격하게 민주당을 이탈하고 있다. 12일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응답자의 34.5%가 열린우리당 지지를 밝힌 반면 민주당 지지는 9.7%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호남 민심은 전형적인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승자편승 효과)를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일단 대세가 한쪽으로 기울면 그 방향으로 ‘올인’하는 투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총선 구도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형성되면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을 이탈해 열린우리당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 민심의 변화 조짐이 뚜렷한 것도 한나라당에는 불안한 징후다. 같은 날 실시된 대구 매일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절대 우세지역인 대구·경북에서도 탄핵안 의결은 잘못된 일이라는 평가가 60%로 나왔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도는 17.2%로 같게 나타났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고수해왔다. 탄핵소추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상황을 역전시킨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정몽준 효과’로 대선 직전 지지층의 대거 이탈을 경험했던 민주노동당도 이번 ‘탄핵 국면’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민노당 관계자는 “탄핵으로 인해 보수정치권 일반에 대한 혐오감이 커져 오히려 민노당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의 추이가 총선을 불과 한달 앞둔 상태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은 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여기에 가세한 뒤 막판에 자민련이 합류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현재로서는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이지만 향후 각 정당이 어떤 수습안들을 내놓는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4월 15일 저녁 누가 최후에 웃을 것인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마무리도 초미의 관심사다. 탄핵심판 절차에 착수한 헌법재판소는 홈페이지 접속 폭주로 회선 증설에 나서야 할 만큼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라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심판을 내리는가에 따라 정당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청와대측과 열린우리당은 헌법재판소가 ‘총선 전’에 심판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상당수 헌법학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이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안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대통령이 파면될 정도로 심각한 잘못을 범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안 가결에 대한 여론마저 국민의 3분의 2가 비판적이다. 여론과 법리 해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총선 전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심판 기간이 법이 규정한 ‘1백80일’을 꽉 채우거나 그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노대통령이 설사 탄핵소추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야당으로선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국민들도 지루한 논쟁에 피로감을 느껴 노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바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총선 전후를 막론하고 헌법재판소가 법을 어긴 대통령에 대해 탄핵 심판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가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총선 ‘올인’ 전략으로 ‘막 나가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뭇매를 맞는 여건 하에서는 심판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이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가 민의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안도 뒤집어놓고 보면 여야가 서로 맞물린 총선 전략의 산물인 까닭에 총선에 위험한 변수는 하나라도 줄여나가고픈 심정이다. 야당이 ‘총선 이후’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심리 역시 무시 못할 변수다. 현직 대통령이 모든 공식 업무를 중단하고 권한대행의 손으로 국정이 넘어간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을 비롯해 투자·내수·대외 신인도 등에 별다른 타격이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 야당은 반격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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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의 민병두 수석부단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된 의정 쿠데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국민들의 뇌리에서 야당의 일그러진 영상이 그리 쉽게 지워지겠는가”라며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권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당한 수준의 충격을 받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정도로 평가했다.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총리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준다면 점차 후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어쨌거나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국의 정치지형도는 2002년 대선 당시처럼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로 양분됐다. 노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탄핵정국에 정면으로 맞선 결과 열린우리당은 일순간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 1위는 물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번 탄핵소추의 결정적 계기가 된 발언인 “열린우리당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4월 15일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 도처에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변수와 함정들이 자리하고 있고,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우선 자충수를 둬버린 야당에 현재와 같이 불리한 정국을 수습할 만한 대처 능력이 있느냐가 관심이다. 당장 탄핵안을 놓고 결집했던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은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가 당권의 전면에 복귀했다. 반면 당 지도부 개편을 이끌어내는 등 개혁 바람을 일으켜온 소장파들의 목소리는 어느새 쑥 들어가 버렸다. 따라서 탄핵정국에서 비상시기임을 강조해 최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간신히 봉합됐던 한나라당 현 지도부와 소장파들 사이의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13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18일 열릴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의원 대 홍사덕 총무’간 빅매치를 성사시켜 당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쇄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홍총무가 탄핵안 가결에 전력을 쏟겠다면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탄핵안 가결 이후 전당대회가 연기되면서 소장파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14일 당 지도부가 탄핵정국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명분으로 ‘비상대책기구’를 설치키로 함에 따라 소장파들은 “임시 전대를 무산시키려는 음모”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대표가 “전대가 불투명해지더라도 당초 약속대로 18일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민주당도 한때는 탄핵 발의를 주도한 조순형 대표를 중심으로 중진 및 소장파들이 모두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박태영 전남도지사를 비롯한 광주·전남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입당이 잇따르면서 총선을 1개월 앞두고 민주당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군다나 탄핵 후폭풍의 영향으로 당 지지도가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가운데 14일 설훈·박종완·정범구·조성준 의원 등 4명의 현역 의원들이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세 확산을 시도해 지도부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우려하는 불상사는 수도권의 동요다. 양당의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운동 돌입도 전에 엄습해오는 탄핵 역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반전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후보 개개인이 각자 살 길을 찾아나서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어 당은 그야말로 통제불능 상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향후 여론의 추이도 주요 변수다.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노사모를 비롯한 노대통령 지지자 1만5천명이 모여 밤 늦게까지 촛불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행동’(가칭)을 구성하고 탄핵안 가결 이후 연일 전국적인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선 당시 미군 차량에 치여 사망한 여중생을 위한 촛불집회는 노대통령 당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보수단체들도 노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일단 국민 여론은 탄핵안 가결이 잘못됐다는데 더 많이 몰려 있다.
여론의 변화는 정당 지지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의장이 선출된 이후 정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 순으로 꾸준히 유지돼 왔다. 지난 2월 초 불법 경선자금 수수 혐의로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비판여론이 급등해 한때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가 시작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40%대를 상회할 만큼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호남의 민심 변화다. 탄핵안 가결 직후 호남 민심은 급격하게 민주당을 이탈하고 있다. 12일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응답자의 34.5%가 열린우리당 지지를 밝힌 반면 민주당 지지는 9.7%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호남 민심은 전형적인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승자편승 효과)를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일단 대세가 한쪽으로 기울면 그 방향으로 ‘올인’하는 투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총선 구도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형성되면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을 이탈해 열린우리당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 민심의 변화 조짐이 뚜렷한 것도 한나라당에는 불안한 징후다. 같은 날 실시된 대구 매일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절대 우세지역인 대구·경북에서도 탄핵안 의결은 잘못된 일이라는 평가가 60%로 나왔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도는 17.2%로 같게 나타났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고수해왔다. 탄핵소추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상황을 역전시킨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정몽준 효과’로 대선 직전 지지층의 대거 이탈을 경험했던 민주노동당도 이번 ‘탄핵 국면’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민노당 관계자는 “탄핵으로 인해 보수정치권 일반에 대한 혐오감이 커져 오히려 민노당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의 추이가 총선을 불과 한달 앞둔 상태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은 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여기에 가세한 뒤 막판에 자민련이 합류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현재로서는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이지만 향후 각 정당이 어떤 수습안들을 내놓는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4월 15일 저녁 누가 최후에 웃을 것인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마무리도 초미의 관심사다. 탄핵심판 절차에 착수한 헌법재판소는 홈페이지 접속 폭주로 회선 증설에 나서야 할 만큼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라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심판을 내리는가에 따라 정당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청와대측과 열린우리당은 헌법재판소가 ‘총선 전’에 심판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상당수 헌법학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이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안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대통령이 파면될 정도로 심각한 잘못을 범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안 가결에 대한 여론마저 국민의 3분의 2가 비판적이다. 여론과 법리 해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총선 전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심판 기간이 법이 규정한 ‘1백80일’을 꽉 채우거나 그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노대통령이 설사 탄핵소추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야당으로선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국민들도 지루한 논쟁에 피로감을 느껴 노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바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총선 전후를 막론하고 헌법재판소가 법을 어긴 대통령에 대해 탄핵 심판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가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총선 ‘올인’ 전략으로 ‘막 나가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뭇매를 맞는 여건 하에서는 심판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이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가 민의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안도 뒤집어놓고 보면 여야가 서로 맞물린 총선 전략의 산물인 까닭에 총선에 위험한 변수는 하나라도 줄여나가고픈 심정이다. 야당이 ‘총선 이후’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심리 역시 무시 못할 변수다. 현직 대통령이 모든 공식 업무를 중단하고 권한대행의 손으로 국정이 넘어간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을 비롯해 투자·내수·대외 신인도 등에 별다른 타격이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 야당은 반격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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