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 쓰면 자산운용 1등 한다”
“7천억 쓰면 자산운용 1등 한다”
출발선에서부터 심한 몸싸움 한투·대투는 시장에서 사실상 분리매각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양사를 통합 인수할 경우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1개사만 인수하더라도 자산운용업 노하우와 영업망 확보 등 인수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대투 가운데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천억원이 들어가고 두 곳의 규모가 엇비슷해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1조4천억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투·대투 인수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국민은행은 M&A사무국까지 출범시키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무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범수 부행장은 “예금보험공사에서 한투·대투 매각안이 나오면 인수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예대(預貸)마진 중심의 업무에서 벗어나 자산운용 영업을 강화해야 하는 금융환경의 변화 속에서 거액 자산가가 많은 한투·대투의 인수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M&A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한투와 대투를 인수하면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업무와 연결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25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황영기 회장도 한투·대투 인수에 적극적이다. 황회장은 지난 3월25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은행 부문 인수를 통해 복합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매물로 나온 한투와 대투 그리고 LG증권이 복합화의 대상”이라고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한발 늦게 출발했지만 복합화를 성공적으로 이뤄 우리금융을 은행권의 절대 강자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동원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동원증권의 김남구 사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투·대투 인수 의사를 직접 피력할 만큼 인수에 적극적이다. 이용우 동원증권 전략기획실 상무는 “증권사의 경우 거래수수료를 통해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등장 이후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자산관리영업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LG증권의 경우 지점이나 인력 구성이 비슷해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다”며 “그보다는 금융상품을 주로 판매해 온 한투·대투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도 한투·대투의 자산운용 부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이 노리고 있는 것은 운용 규모의 확대. 최기훈 경영지원팀장은 “미래에셋은 자산운용 부문에서 9조원의 수탁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투·대투를 인수할 경우 자산운용 부문에서 업계 수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한투·대투의 자산운용 부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최팀장은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자산운용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증권 부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예보 측이 증권과 자산운용 부문을 분리 매각할 경우 자산운용 부문의 인수에는 나서겠지만, 일괄 매각할 경우 증권 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적당한 파트너를 찾아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력한 컨소시엄 상대로는 하나은행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거대 증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한화증권도 증권사 추가 인수를 위해 사옥 매각과 일본계 자본 유치를 진행 중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투나 대투 증권 부문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소형 투자운용사인 랜드마크투신운용도 모회사인 모건스탠리의 사모펀드 자금을 들여와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이는 중소형 투신사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다. 최소 6조∼7조원 이상의 수탁고까지는 끌어올려 규모를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4월말 1차 인수후보자 선정 그렇다면 한투·대투가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매력으로 가격 대비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을 꼽는다. 현투증권(현 푸르덴셜투자증권)이 푸르덴셜에 인수되는 걸 보면서 한투·대투도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투증권의 경우 정부가 2조5천5백여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건실한 회사로 탈바꿈한 다음 80% 지분을 겨우 3천5백55억원에 매각했다. 게다가 사후 손실보전 조항과 앞으로 타 정부부처 등을 동원해 경영정상화를 돕는다는 조건까지 포함됐다. 한투·대투도 현투증권과 비슷한 조건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인수전을 뜨겁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펀드 판매 등에 집중해 왔다는 점도 한투·대투의 매력이다. 이들 회사의 최근까지 총 펀드 판매액은 한투의 경우 20조8천억원, 대투는 20조7천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 최대 수준이다. 펀드의 판매 수수료가 연 1%인 점을 감안하면 펀드 판매만으로 최소 2천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개인고객 비중이 40%에 달한다. 다른 증권사의 경우 개인고객이 최대 20% 이하인 점에 비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지난 99년에는 고객이 3백만명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많이 이탈했다”며 “그러나 이들에 대한 데이터가 모두 남아 있기 때문에 부실회사라는 꼬리표만 떨어지면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대투의 매각 주체인 예보와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매각을 위한 안내장을 발송한 데 이어 4월 중 희망기관들의 예비제안서를 접수한 후 이르면 4월 말 1차적으로 인수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 중에 이들로부터 투자제안서를 접수하고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뒤 단일 우선협상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일정으로 매각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협상자와 최종 협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르면 6월 첫째주 정도에 MOU(양해각서)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투·대투 왜 노리나? 김정태 국민은행장 “자산관리 영업 강화의 포석이다. 투신권 부자고객을 흡수해 시너지를 기대한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금융권 절대강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복합화가 필수다.” 김남구 동원증권 사장 “증권사 수수료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필요하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자산운용 부분 규모 확대에 필요하다. 자산운용 대표 회사로 발돋움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김승연 한화증권 회장 “거대 증권사로의 변신이 목표다. 자금 여력이 되면 적극 인수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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