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문화는 버려라
| 김영종 비자코리아 대표 | 기업문화는 한 기업의 구성원들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공유하는 기업 고유의 색깔이다. 기업문화가 중요한 것은 조직과 개인의 관계 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직원 개개인의 생산성과 성취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조직과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의 관계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최고경영층의 업무 스타일이나 일상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영향력이 상상 외로 크다. 최근에는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경영방식이 소개되면서 전통적으로 수직적인 기업문화에 익숙해 있던 우리 기업들도 점차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고 월스트리트에 근무한 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일하면서 느꼈던 점은 많은 기업들이 상명하복식 근무체계와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아직도 당연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도 이런 시스템에 길들여져 소위 ‘눈치근무’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수평조직을 만든다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팀제를 도입했지만 사실 허울뿐인 경우가 허다하고, 직급체계도 이름만 바뀌었지 실질적으로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다반사다. 수직적 조직문화는 고도성장기에 있어 일사불란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했던 때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복잡한 변수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는 많은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조직과 개인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게 각자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수적인 요소는 정보의 막힘 없는 소통과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체계 그리고 보상체계다. 권한의 범위는 각자의 업무목표와 실행계획을 스스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비자코리아에서는 직원 각자가 1년에 한번씩 각자의 연간 업무계획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있다. 물론 큰 테두리의 목표는 경영진이 제시한다. 업무계획은 ‘SMART 방식’으로 작성된다. 즉 구체적이고(Spe cific), 양적·질적 평가가 가능하며(Measu rable), 달성 가능하고(Achievable), 회사 전체의 목표와 연결돼야 하며(Relevant), 시간계획이 병행(Time Based)돼야 한다. 이렇게 세워진 업무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계획을 세운 본인의 몫이다. 실천 과정에서의 모든 업무권한도 본인이 가지며 책임도 본인이 지게 된다. 상사의 개입이 필요한가 결정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몫이다. 1년 뒤 업무 목표를 달성했을 때에는 이에 따른 공정한 보상도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중간 평가도 있을 수 있고,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목표나 실행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 이렇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시스템은 조직은 물론 개인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직원들은 SMART 기준에 따라 업무 목표를 상향식(bottom-up)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표를 숙지하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성취감도 크다. 조직의 관점에서도 회사 전체의 목표와 직원들의 목표가 일치한다는 전제 하에 직원 개인의 업무성취가 회사의 성과로 직결돼 자연스레 기업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개인이 모여 조직을 이루며, 조직은 개인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 내 수평적 관계가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종 비자코리아 대표 1945년 서울 生 72년 고려대 경영학과 卒 71년 체이스맨햇턴은행 서울지점 입사 85년 체이스맨허턴투자금융(홍콩 소재) 대표이사 89년 한국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 96년 동아증권㈜ 대표이사 98년∼現 비자코리아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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