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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꾸준한 펀드 고르고
환율 변동 위험도 고려해야

수익률 꾸준한 펀드 고르고
환율 변동 위험도 고려해야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해외 투자펀드가 올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저금리에다 국내 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다. 채권형에 이어 주식형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좋다고 떠들 때가 ‘상투’일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HSBC의 국내 일부 지점은 ‘HSBC 인도 주식형펀드’와 ‘HSBC 중국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 국가의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 한 해 동안 인도주식형이 115.75%, 중국주식형이 106.63%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다. ‘열풍’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해외펀드가 인기다. 신상품이 나오면 1주일에 300억~500억원어치 팔리는 것은 예사다. 심지어 대한투자증권의 ‘클래스원베스트셀렉션펀드’는 1주일 사이 1,500억원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해외로, 해외로=해외펀드가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3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파문과 카드채 위기로 국내 펀드(수익증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에 대한 환매가 줄을 이었다. 또 5월 말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의 폭발적인 순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종합주가지수가 꾸준히 상승했지만,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어 두었던 투자자들은 과거 손실이 어느 정도 만회되자 오히려 환매에 열을 올렸다.

금리가 꾸준히 내림세를 탔던 것도 해외펀드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은행 정기예금금리가 4% 안팎에 머물자 새로운 투자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해외펀드 가운데 채권형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주식형펀드가 채권형의 인기를 누르고 있다.
슈로더투신운용의 이상철 마케팅담당 이사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증시가 활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주식형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형이라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특히 경제성장률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을 지칭하는 일명 브릭스(BRICs)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많아진 것도 올 들어 달라진 점이다.
또 운용사들이 피델리티 ·슈로더 ·템플턴 ·푸르덴셜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자산운용사들이란 점도 고객들의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것으로 보인다.



◇‘펀드 오브 펀드’ 출시 붐=올 들어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 출시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펀드는 슈로더 ·메릴린치 ·피델리티 등 유명 해외 펀드운용사들이 만든 채권형 또는 주식형 해외펀드를 여러 개 모아서 하나의 펀드로 만든 상품이다. 예컨대 투자자가 1억원을 펀드 오브 펀드에 맡겼다면 이 투자자는 최소 4, 5개 해외펀드에 분산투자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투신사들은 해외펀드 가운데 수익률과 안정성이 뛰어난 펀드만을 상품에 편입시켜 각 펀드가 단일 해외펀드에 못지않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요인이다.

대한투자증권은 슈로더·메릴린치·피델리티의 펀드 등 6개를 모아 만든 클래스원베스트셀렉션펀드가 인기를 끌자 최근 2차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슈로더투신운용이 씨티은행을 통해 ‘S&P베스트셀렉션’, 삼성투신의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앰브로시아펀드’ 등의 펀드 오브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나알리안츠투신의 브릭스펀드(글로벌셀렉트성장형)는 이들 국가에 펀드 설정액의 30% 가량을 분산투자한다.

이 회사의 임종복 차장은 “브릭스에 투자할 경우 고수익과 함께 고위험의 부담이 있었는데 요즘은 국가별로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대투운용도 브릭스 국가에 투자하는‘골드 앤 와이즈 브릭스 간접투자신탁’을 만들어 3월 26일부터 국민은행을 통해 판매한다.
같은 펀드 오브 펀드 형태지만 위험분산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하는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투신의 ‘앱솔루트리턴펀드’가 지난해 12월 이후 1,500억원의 수탁액을 보였으며, 우리투신 등도 헤지펀드형 펀드 오브 펀드를 곧 내놓을 계획이다.



◇투자위험 꼼꼼히 살펴야=한 투신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해외펀드 열풍은 1996~1997년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연상케 할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국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러시아 국채 등에 투자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좋다, 좋다’는 얘기가 나올 때가 바로 상투”라는 가시돋친 말도 했다. 전문가들 눈에는 너도나도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모습이 내심 불안해 보인다는 얘기다.

해외펀드라고 마냥 고수익을 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 ·증권 등 해외펀드 판매회사는 주로 전세계적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혹은 3~5년간의 평균수익률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어 자칫 투자자들로서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지난해 고수익을 올렸던 펀드 중에서도 올 들어 수익률이 예상에 미치지 않는 것이 많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템플턴의 태국펀드는 지난해 126.23%, 피델리티의 태국펀드는 같은 기간 130.33%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두 펀드 모두 2월 한 달 동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고수익을 올렸던 슈로더 대중국펀드, HSBC 인도펀드, 템플턴 차이나펀드 등도 3~5%의 비교적 낮은 수익을 보였다. 물론 1개월 수익률로 펀드의 운용능력을 의심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달성했던 고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다.

맥쿼리IMM자산운용의 이지형 사장은 “과거 몇 년간 평균수익률이 높더라도 해마다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펀드는 위험성이 크다”며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꾸준한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고르는 게 투자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 고려해야만 한다. 해외펀드 가입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1년 단위로 통화 선물환계약을 한다. 예컨대 1달러에 1,200원으로 계약했다면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관계없이 1년 뒤 같은 환율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그러나 매달 또는 3개월 단위로 배분하는 배당 ·이자 소득과 만기 정산시 발생하는 순이익은 소득 발생시점의 환율을 적용받는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유명규 상품개발부장은 “환매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도 있지만 환율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라면 무조건 가입 당시 선물환계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물환계약이 통상 1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환매할 경우 펀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어 최소 1년 이상 묶어둘 수 있는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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