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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빵’에서 분산투자로 전환
부동산 처분, 채권 투자 늘려

‘몰빵’에서 분산투자로 전환
부동산 처분, 채권 투자 늘려

투기 성향이 짙어 무모한 투자로 일관해왔던 A부사장은 재테크에서 제대로 재미를 본 적이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팔아 꽤 많은 이익을 남긴 그는 이를 계기로 차근차근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로 결심하고 포트폴리오를 대폭 바꿨다.
대학생인 딸 둘과 고3인 아들 하나를 둔 A모(48)씨. 외국계 중견기업의 부사장인 그는 지난 2월에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31평 ·시가8 억원)를 팔고 3억원에 근처 45평 아파트로 전세를 들었다. 고3인 아들 등에게 각자의 공간이 필요했고, 외환위기 때 1억6,000만원을 주고 구입했던 아파트의 가격이 목표가격의 두 배를 웃돌아 많이 남았다는 생각에서 처분한 것. A부사장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1년 전 용인에 마련한 27평 아파트(시가 1억8,000만원으로 전세금 1억원에 임대)로 옮길 계획이다. 그때쯤이면 딸들도 출가했을 테고 아들은 직장 위치에 따라 별도로 거처를 마련하면 되기 때문에 두 부부가 굳이 넓은 집에 살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사실 A부사장이 재테크에서 이번처럼 성공한 적은 없었다. 영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업무 능력도 출중한 그는 10년 전 부장 시절부터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자산 포트폴리오가 엉망이었던 데다 씀씀이가 헤펐고, 투기적인 성향도 짙어 재테크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언제나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근처에서 확신을 갖고 주식형 수익증권에 가입해 낭패를 봤다. 코스닥 붐이 거세게 일 때는 은행에서 무려 3억원을 빌려 코스닥지수 270 언저리에서 투자해 평가 잔액이 5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나중에 모두 팔아 비과세 개인연금에 넣었다).

그가 대충 따져보니 지난 10년 동안 주식투자에 쏟아부은 돈만 원금 기준으로 무려 7억원. 그러나 남은 돈은 4,000만원 정도다. 날린 원금도 원금이지만 이자에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4,000만원이 남은 게 아니라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그는 부동산 투자에서도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 1988년 토지 매입 붐에 편승해 지인들과 전남 광양에 샀던 땅은 98년에 눈물을 머금고 3분의 1 가격에 팔았다. 그러나 지금 그 땅은 그가 산 가격의 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신의 판단만 믿고, 그것도 투기적 행동을 해왔던 그는 땅을 쳤다. 그래서 그나마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99년에 재건축 대상인 아파트를 매입했고 주식에는 아예 눈도 돌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동산 가격도 올랐지만 주식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그 뒤 그의 별명은 ‘거꾸로 인간지표(Reverse Index ·그와 거꾸로 하면 돈을 번다)’가 됐다.

이런 처절한 경험을 한 그는 “그래도 연봉은 제법 되니 돈은 모이겠지”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러나 연봉이 높다고 돈을 많이 모으리란 법은 없다. 명목 소득보다 실질 소득, 그리고 순저축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세전 연봉이란 마치 기업의 매출액이고, 연간 순저축액이 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매출액만 많고 순이익이 마이너스라면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연간 소득이 높아야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로 연봉이 억대 이상인 사람들은 ‘세금이 너무 많다’거나 ‘품위 유지비가 만만찮다’는 등의 이유로 저축액이 적은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지 A부사장은 마음을 고쳐먹은 뒤 부동산 투자를 빼고는 저축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다만 비과세 세금우대저축을 합쳐서 이미 한도(배우자 ·자녀 포함 총 1억5,000만원)를 모두 채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넣어둔 여유자금 2억5,000만원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또 목표 가격보다 더 많이 올라 팔긴 했지만 강남의 집을 판 것도 마음에 걸려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

먼저 강남의 집을 판 것은 비교적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동산과 주식은 팔아서 현금화해야 비로소 내 돈’이라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돈 관리 원칙이 아닌가. 일본의 경우처럼 최고가 대비 60% 이상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확률은 낮아보이지만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부동산은 매도하는 것이 요즘 시점에서는 바람직한 의사 결정이라고 봤다. 또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전세 보증금은 떨어지고 물량도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전세 걱정은 덜었다. 아울러 앞으로 전세로 살 45평 아파트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가장 인기 없는 중대형 평형이므로 공급이 수요보다 많게 마련이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판 덕에 그의 자산 구성도 개선됐다. 집을 팔기 전 그의 자산 구성 내용은 부동산 비중 76%, 금융자산 비중 24%의 지극히 전형적인 한국의 중산층 포트폴리오로 부동산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집을 팔고 난 후 부동산(사용자산) 비중은 35%로 떨어져 선진국의 중산층 규모로 조정됐다.
다만 아무리 쓴맛을 봤다고는 하지만 주식형 자산이 전혀 없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금융자산 가운데 1억원 정도는 주가 조정기에도 유용한 원금 보장형 헤지펀드 인덱스펀드에 들기로 했다. 주식시장이든 환율시장이든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과 원금 보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가 뿌리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여유 자금을 단기 금융상품 등에만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그래서 1억원은 증자와 후순위 채권 발행에 잇따라 성공한 모 카드 회사의 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2년 남은 카드 금리연동부사채(FRN)를 구입하면 연 7.5%대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표면이자가 3.4~3.5% 수준이면 자본이득(매매차익)에 해당하는 4%는 기본적으로 비과세이므로 세후 수익률이 무려 연 6.9%(세전 환산 시 8.3% 효과)에 이른다. 은행 예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단 이 같은 고수익은 어디까지나 발행 회사가 채권 만기까지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가능하므로 발행회사의 부도 위험은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A부사장은 또 2억원은 장기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량은행의 후순위 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지만 투자 기간이 좀더 짧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정기예금 대비 1.5%포인트 정도 높다. 물론 은행이 파산할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짠 그는 세후 연간 1,200만원 정도를 더 얻을 수 있게 됐다. 그가 예전에 좋아했던 화끈한 포트폴리오는 아니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큰 돈이 되는 법. 더구나 부질없는 투기 생각은 잊고 본업에도 충실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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