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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금융→통신산업으로 흡수

방송·금융→통신산업으로 흡수

지난 3월 SK텔레콤이 쏘아올린 DMB위성 ‘한별’의 모습. 10여년 후에는 모든 콘텐츠가 통신산업의 테두리에 포함될 전망이다.


쌍방향 서비스 앞세워 방송·금융과 결합… 방송사는 콘텐츠 전문 제작사로 재편 10여년 전 국내 산업계에서는 ‘TV냐 PC냐’ 하는 논쟁이 뜨거웠다. TV가 PC의 기능을 흡수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에 대한 논쟁은 물론 국내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 같은 논쟁의 불씨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우선 무엇이 무엇을 대체한다는 식의 관점이 아니라 모든 정보기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보기 시작한 것. 얼마 전부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이 같은 시각은 이동성·네트워크성·양방향성이라는 특징으로 요약되는데 흔히 멀티미디어 3요소라 일컫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춘 ‘3방미인’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물론 있다. 통신 서비스가 그것이다. 멀티미디어 3요소를 소화해 낼 수 있는 통신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미래 사회의 산업과 문화를 이끄는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같은 통신 서비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영역은 아무래도 방송 서비스가 될 것이다. 방송은 현재 단방향 방식으로 구축된 방송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양방향이라는 대세를 충족시키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미 TV나 라디오는 자신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통신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SMS)를 통한 방송 참여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한마디로 통신망과 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고, 방송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첨단화하는 통신망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방송사들이 양방향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는 까닭이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지난 2002년 발표한 ‘2030년의 과학기술’은 이런 예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특히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통신 서비스의 고속화와 대용량화가 2010년 이전에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내용인데, 이쯤 되면 비록 영화 같은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지는 않겠지만 2014년쯤에는 단말기의 소형화와 저전력화가 획기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이동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업자가 콘텐츠의 유통을 담당하고, 현재의 방송사는 콘텐츠 전문 제작에 몰두하는 산업 재편이 일어날 것은 명확하다. 이 같은 타 분야에 대한 통신산업의 흡수력은 금융 분야에서도 이미 훌륭하게 적용되고 있다. 통신망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는 ARS 시스템 시대를 훌쩍 건너뛰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로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주식거래를 보자. 지난 2003년 국내의 전체 주식거래는 약 815조원(거래소+코스닥)이었는데 이 가운데 60%(거래소 52%, 코스닥 76%) 정도인 500조원 정도가 온라인 주식거래로 이뤄졌다. 2000년 3월에 시작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올 3월 현재 330만건으로 급속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은행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다. 올 3월 현재 국내 8개 주요 시중은행의 창구를 통한 업무처리 비중은 전체 업무의 24.3%에 머무는 데 그쳤다. 인터넷뱅킹(30.3%)에 추월당한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의 85% 이상이 단순한 조회서비스로 이용되고 있으며 자금이체는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대출신청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고작 0.1%에 불과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또 금융거래의 보안과 함께 화폐 기능을 통신망의 데이터가 대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산’들은 10여년 후에는 발 아래의 작은 산으로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0년이면 통신이라는 고속도로에 네트워크 화폐가 ‘정상적으로’ 통용되는 세상이 되면서 금융업의 경쟁력이 점포 수가 아니라 네트워크 장악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용 금융기관도 등장할 것이다. 이 시기에는 순발력 있는 대응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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