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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가 | 중국의 맛 : 이것이 바로 ‘변증법의 맛’

중국기업가 | 중국의 맛 : 이것이 바로 ‘변증법의 맛’

마파두부집.
샤오츠를 준비하는 요리사.
청두 샤오츠.
중국에는 한해 농사를 지어 7년을 먹고살 수 있는 곳이 있다. 『한서 식화지』에 보면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로 넘어가던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때 유일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곳은 ‘촉(蜀)’이라 불리던 곳으로 지금의 쓰촨성(四川省)이다. 중국의 지붕 청장고원에 서서 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숫대야처럼 움푹 패인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쓰촨성이다. 쓰촨에서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 무엇을 골라 먹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촨차’(川菜)라고 부르는 사천요리는 매운 맛이 두드러진다. 이 매운 맛은 우리네 매운 맛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의 매운 맛은 고추에서 나오지만, 사천지역의 매운 맛은 산초에서 시작된다. 산초는 은단만한 검은 알갱이에 우둘두둘한 옷이 입혀져 있는 향료인데, 자칫 모르고 씹으면 그 순간 입에서 지뢰가 터진 듯 혀는 마비되고 눈물이 고인다. 청두(成都·쓰촨성의 성도)가 자랑하는 먹을거리는 샤오츠(小吃), 즉 이것저것 다양하게 맛을 보는 ‘주전부리’다. 양장피·마파두부·쇠고기찜·돼지고기조림·토끼고기튀김·식혜·죽순볶음·볶은콩·물만두·군만두·붕어튀김·백목이숲·팔보죽 등 육·해·공에서 온 24가지 요리가 상을 가득 메운다. 가격은 30위안(약 4,500원). 샤오츠는 청두의 현재 음식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청두의 식품 발달 정도를 가늠한다. 중국이 서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청두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저마다 청두를 찾는 목적은 달라도 청두 샤오츠가 있음으로 해서 그들의 여행 내용이 풍부해지고 기쁜 마음으로 지갑도 열게 한다. 음식이 도시를 가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쓰촨(四川)지역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이게 무슨 맛인가 의아해서 자꾸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래서 중국의 식문화를 연구하는 한 학자는 쓰촨성의 요리는 맛의 변증법에 의해서 나왔다고 했다. 매운 맛인가 싶으면 얼얼한 맛이고, 케첩 맛인가 싶으면 장맛이고, 신맛이 나는 듯하다가 금세 매운 맛이 느껴지고, 심지어는 무슨 맛인지 분간하기 힘든 요리도 있다. 쓰촨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맛에 대해 도전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은 역시 그들이 품고 있는 자연에서 만들어준 다양한 자원의 힘이 아닐까 싶다. 먹을 게 많은 쓰촨성의 그 다음 자랑거리는 술이다. 중국의 8대 명주(名酒) 중에서 4대 명주(우량예·루저우라오자오·젠난춘·랑지여우)가 쓰촨에서 나왔다. 그중 맏형은 우량예(五梁液). 고량·찹쌀·쌀·밀·옥수수 등 다섯 가지 곡류를 넣어 빚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60도라는 높은 도수가 무색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맛이다. 쓰촨성에서 가장 공기가 맑고 깨끗한 도시 낙산에 있는 링윈산(凌云山) 벼랑엔 당나라 때 90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70m 높이의 낙산대불이 있다. 이 또한 사천인들을 안분자족하게 하는 근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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